착한 소비방식이 지구를 살린다
착한 소비방식이 지구를 살린다
  • 조민조 PD
  • heonjukk@naver.com
  • 승인 2021.02.16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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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UBC 울산방송 조민조 PD
UBC 울산방송 조민조 PD.
UBC 울산방송 조민조 PD.

오래된 물건을 찾기 힘든 시대다. 아니, 제대로 말하자면 오래된 물건이 흔하면서도 또한 오래된 물건이 없는 시대라 할까. 약 50년대부터 우리 일상에 조금씩 스며든 플라스틱은 그 자체로 썩지 않는 ‘오래된 물건’이 되었다. 500년은 썩지 않는다고 하니, 아마 앞으로도 쭉 오래된 물건으로 남아있으리라.

그와 동시에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는 너무나도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밥그릇, 수저같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대대손손 물려주던 큰 가구 같은 것들도 10년을 다 채우지 않고 버리곤 한다. 그러니 우리가 갖고 있는 것 중에서 ‘오래된 물건’을 찾기란 쉽지 않다.

플라스틱은 그렇게 우리의 소비 방식을 바꿔나갔다. 우리가 스스로 소비 방식을 선택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플라스틱이 우리의 소비 방식을 바꾼 것이나 다름없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소비 방식이란 곧 삶의 방식을 의미할 터. 플라스틱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삶을 바꿨고 나아가 세상을 바꿨다. 오래된 것은 낡은 것이라는 인식, 잠시만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당연한 일상, 그리고 싸고 편리한 제품이 빨리 만들어지고 빨리 소비되는 세상. 그렇게 빨리 버려지는 덕분에 쓰레기로 가득 찬 땅과 바다는 덤이다.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 한없이 우울해지는 기분이지만, 희망은 언제나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새로운 소비방식을 꿈꾸는 이들이 바로 그 희망이다. 그 희망은 어디까지 그 뿌리를 내리고 있었을까? 새로운 소비방식을 이야기하는 유쾌한 실험을 두근대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일명 ‘착해家지구 프로젝트’. 울산에서 최초로 ‘제로 웨이스트 숍(zero-waste shop)'을 만들고 운영하는 프로젝트다. 물론 나는 자영업자가 아니라 방송 제작자이므로, 모든 과정은 울산 지역방송의 ‘필환경시대의 지구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으로 송출되었다.

제로 웨이스트 숍, 즉 ‘포장재 없는 가게’가 처음 그 개념을 선보인 건 7년 전쯤 독일에서다. 말 그대로 ‘제품’은 있되, 포장재가 없다. 그러니 소비자들은 제품을 담아갈 용기를 직접 들고 와야 한다. 과자, 쌀, 견과류는 물론이고, 액체인 세제, 꿀, 식초 같은 것들도 있다. 플라스틱 칫솔을 대체하는 대나무 칫솔이나 아크릴 수세미를 대체하는 천연 수세미 같은 플라스틱 대체물품들도 판매한다. 이런 소비 과정에서 포장재로만 소비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생산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알맹이’만 사는 발상의 전환이다.

생각보다 희망의 뿌리는 깊고 단단했다. 드러난 것은 작은 싹이지만 분명 큰 나무가 되거나 풍성한 덩굴이 될 가능성을 보았다.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제작진의 예상보다 훨씬 많았고, 신문, 잡지, 지역 블로거들이 취재를 나오기도 했다. 또한, 제로 웨이스트 물품을 대량 구매해가는 단체나 모임들이 연락을 취해온 것이다. 방송에서는 가게를 찾아오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플라스틱 없이 신문지나 천 주머니에 농산물을 담아가는 장터를 기획하기도 하면서 환경을 위한 지역의 움직임들을 즐겁게 보여주었다.

시즌 1으로 방송된 ‘제로 웨이스트 숍-착해家지구’는 방송을 마치면서 함께 마무리 지었다. ‘착해家지구’는 사라졌지만 울산에 또 다른 제로 웨이스트 숍이 곧 문을 열었다. 울산뿐이랴. 가까운 부산에도, 대구에도, 저 멀리 서울에도, 작은 소도시에도 포장재 없는 가게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건 단순히 프랜차이즈 영업점이 늘어나는 것과는 그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 플라스틱을 대체하고 일회용 포장을 거부하는 제로 웨이스트 숍은 그 자체로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소비 패러다임에 균열이 생겼다는 의미를 가진다. 즉, 지금의 소비 방식이 결코 미래지향적이거나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달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믿는다. 매스컴에 보도될 정도로 대규모 캠페인을 벌이거나, 거대한 퍼포먼스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혼자만의 소소한 실천이라도 좋고, 작은 소모임으로 환경이야기를 나누어도 좋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소수의 어벤져스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 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 어느 시청자의 소감은 그런 의미에서 내겐 더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당신은 무엇을 바꾸었느냐?”고 묻는다면, 우선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을, 플라스틱 튜브에 들어있는 액체치약 대신 고체치약을,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는 액체샴푸 대신 고체샴푸를 쓰고 있다. 플라스틱이 바꾼 사고방식과 삶, 나아가 세상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는 습관을 실천 중이다. 그러니 여러분도 2021년 한 해, 소비 방식을 조금 바꿈으로써 플라스틱에서 벗어난 삶과 세상을 함께 꿈꿔보시길 조심스레 권한다. 착한 소비 습관이 결국 지구를 살린다.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관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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