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함께 사계절을 보낸 올해, 공교육 과정은 온라인 개학부터 온‧오프라인 수업 병행 등 예년과는 달리 청소년들의 활동에 제약이 많고 위축되었다.

그러나 ‘꿈을 찾는 1년(Dream Year)’을 보내는 완전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학생들은 개개인의 도전과 배움, 사회참여 프로젝트 등 차질 없이 진행했다. 코로나19 상황에 적합하게 비접촉, 방역 속에 온라인 학사관리시스템을 통해 전국 15개 학습관 간 학생들의 연합활동도 활발했다. 국토대장정을 대신한 ‘우리 동네 100km’와 같이 기존의 방법이 불가능하면 새로운 방식을 만들기도 했다.

완전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남학습관과 부산학습관 학생들이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자전거 종주에 올랐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완전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남학습관과 부산학습관 학생들이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자전거 종주에 올랐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남과 부산 두 학습관 7명 학생들도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4박 5일간 제주 환상자전거길을 종주했다. 경남학습관 정태겸(17), 김영균(17), 신상훈(18), 조인영(17) 4명과 부산학습관 홍지원(17), 정지원(17), 손창우(17) 3명이 동행했다.

당시 제주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였고 경남학습관 김명숙 부장선생님과 부산학습관 박애련 부장선생님은 코로나19 방역 준수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학생들은 서약서를 썼다. 참가자들은 자전거종주를 하는 내내 마스크를 착용했고 손창우 학생은 체온계를 휴대하고 매일 2차례 씩 체온측정을 맡았고 의료담당으로서 친구들이 넘어지거나 다친 상처를 돌보았다.

제주국제공항에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남과 부산 학습관 자전거종주팀과 선생님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주국제공항에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남과 부산 학습관 자전거종주팀과 선생님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참가자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했다. 리더 태겸이는 종주 중 출발과 도착, 식사와 휴식 시간에 관해 의견을 수렴해 진행하고 선생님들께 진행상황을 연락했다. 김영균 학생은 종주 중 식당예약을 맡았고 신상훈 학생과 올해 초 제주 자전거종주 경험이 있던 정지원 학생은 길잡이 역할을 했다.

매일 숙소를 예약하는 것은 홍지원, 신상훈, 조인영, 정지원 학생이 각각 나눴다. 또한 조인영 학생은 사진을, 홍지원 학생은 영상촬영을 맡아 그들의 일정을 기록했다. 용두암에서 출발해 해거름마을공원, 법환바당, 세화해수욕장, 다시 용두암까지 제주도를 서쪽으로 한 바퀴 도는 234km코스였다.

종주 첫날, 벤자민학교가 제주에서 개최한 글로벌리더십 지구시민캠프 참가했던 4명 외에 3명이 비행기로 왔는데 조금 늦게 도착했다. 종주 출발시간이 조금 늦은 상황에서 첫날 게스트하우스 매니저는 “밤이 되면 위험할 수 있다. 자전거종주 코스 말고 직선코스 도로로 오라.”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제주 환상자전거길’ 인증센터마다 스탬프를 찍어 완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첫날부터 포기하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창우는 “모두들 길에서 자게 되더라도 계획대로 가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그리고 나서 열심히 달렸더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숙소에 도착하더군요.”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제주도 곳곳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만났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참가자들은 제주도 곳곳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만났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전 과정 중 둘째 날 송악산을 오르는 코스가 가장 힘들었다. 허벅지는 터질듯하고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은 뒤처지기도 했다. 엄청난 오르막길 후 5분 정도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그저 고맙고 신이 났다. 홍지원 학생은 “맨 뒤로 처지면 친구가 보조를 맞춰서 함께 달려주어서 정말 고마웠어요. 또 지나는 길에 만난 제주도민들께서 ‘파이팅’, ‘멋지다’ ‘힘내라’고 격려와 응원을 많이 보내주셔서 힘이 났어요.”라고 했다.

셋째 날인 10월 31일 달린 구간은 법환바당에서 세화해수욕장까지 70km였다. 이번 종주 중 가장 긴 코스였다. 야간 라이딩을 하게 되었는데 마침 보름달이 둥실 떠서 달과 함께 달렸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제주도 해변을 따라 자전거로 직접 달려본 아이들에게 제주도는 남다른 기억이 되었다. 창우는 “김녕성세기해변이 정말 감동이었어요. 마지막 날 인증센터 바로 앞에 바다가 쫙 펼쳐졌는데 힘겹게 오르막을 올랐던 고생도 다 잊을 만큼 아름다웠어요. 제주도가 우리에게 ‘그래 수고했다.’고 해주는 느낌이었어요.”라고 표현했다.

인영이는 “제주도를 차로 갈 때는 정해진 곳에서만 쉬고 여행할 수 있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돌아보니 훨씬 예쁜 풍경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라고 했고, (정)지원이는 “저도 놀러 왔을 때는 휴양지 같았는데 달려보니 작지만 정말 아름다운 섬이라 살아보고 싶어졌어요.”라고 했다. (홍)지원이는 “처음 가보는 곳들이 많아 새롭고 너무나 아름다워서 다시 가고 싶어요.”라고 했다.

태겸이는 “제주 여행을 무척 많이 와서 ‘이제 제주도에서 할 게 별로 없구나, 그냥 말이랑 바다 보면 끝이구나. 식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종주를 하고서 제주도에서 아직 못 즐겨본 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제주도의 푸른 하늘과 바다가 아이들을 반겼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주도의 푸른 하늘과 바다가 아이들을 반겼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이번 자전거 종주팀 학생들은 앞으로 나홀로 여행을 계획하기도 하고 이미 그런 여행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함께하는 여행과 개별여행에서 어떤 차이를 느꼈을까?

이미 홀로 하는 여행을 많이 경험해본 창우는 “혼자 여행을 하면 먹고 자고 쉬고 싶은 때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준비 과정이 어렵고 외롭죠. 미성년자 혼자 숙소에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있고요. 이렇게 여럿이 여행을 하면 외롭지 않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준비과정이 훨씬 수월하죠. 다만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없고 다 같이 의견을 조율하는 게 필요하고요.”라고 비교해주었다.

참가자들은 앞으로 자전거종주에 도전할 친구들, 후배들을 위해 각자 의견을 밝혔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한다고 하잖아요. 여럿이 자전거종주를 할 때는 자신만의 한계도전을 하면서 치고 나가는 것보다 호흡을 맞춰서 다함께 이루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리더 태겸이는 동행의 가치에 대해 체험한 소감을 밝혔다.

영균이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가면 되요.”라고 했고, 상훈이는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는 게 좋습니다.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친구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믿고 의논하는 게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인영이는 “미리 체력관리를 하고 갔는데도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나중에는 적응이 되었지만요. 컨디션 조절을 잘하는 게 중요해요.”라고 했고 (홍)지원이는 “중도에 포기만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도전”이라고 소개했다. (정)지원이는 “경험한다고 생각하고 한번쯤 도전해 봤으면 해요.”라고 했고 창우도 “시작부터 끝까지 부딪혀보라고 하고 싶어요.”라고 조언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은 4박5일의 짧은 여정에도 훌쩍 성장했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은 4박5일의 짧은 여정에도 수많은 경험을 하며 훌쩍 성장했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4박5일 짧은 기간 아이들은 훌쩍 성장했다. (정)지원이는 “올해 초에 야간 라이딩을 할 때는 너무나 무서웠는데 이번에 해가 진 후 깜깜했을 때도 재미있었어요. 조금 더 용감해졌죠.”라고 웃었다. 상훈이는 “평소 자전거를 타지 않아서 초반에 힘들었는데 어느새 즐기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언제든 힘들 때면 ‘할 수 있다’를 선택해서 정말 이루어낼 수 있었어요.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공부를 다시 할 계획입니다.”라고 했다.

창우는 “가장 어려웠던 건 아마 나 자신과의 싸움이 아닌가 합니다. 선택하면 이루어진다는 B.O.S(Brain Operating System: 뇌활용) 법칙이 진짜 맞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힘든 구간이 올 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지만 저는 끝까지 가는 걸 선택했죠.”라고 했다. (홍)지원이는 “저는 B.O.S법칙 중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되라는 게 뭔지 알았어요.”라고 덧붙였다.

집돌이였던 영균이는 야외활동의 즐거움을 비로소 알았다고 했다. 태겸은 “중간에 다친 적이 있는데 그래도 달렸어요. 다음날 힘들어서 못 일어날 것 같아도 알람에 맞춰 일어날 수 있었죠. 힘든 순간도 넘었는데 못할 게 없다는 걸 느꼈어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