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는 숲, 임예진 개인전 ‘Forest Nowhere’
어디에도 없는 숲, 임예진 개인전 ‘Forest Nowhere’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20.12.08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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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도스 기획 12월 9일 ~15일 전시
Untitled,  1, 60.6 x 90.9cm, acrylic on panel, 2018. [사진제공=갤러리 도스]
Untitled, 1, 60.6 x 90.9cm, acrylic on panel, 2018. [사진제공=갤러리 도스]

 

갤러리 도스(서울 종로구 삼청로) 기획 임예진 개인전 ‘Forest Nowhere'가 12월 9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임예진 작가는 어린 시절에는 시골 산에 자주 갔다. 그러다 바쁜 삶에 꽤 오랫동안 멀리했다. 어느 날, 다시 산을 찾아보니 낯설면서도 익숙한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어려서 보았던 그 산 그대로인 듯 한데 미묘하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산은 그대로 인데 자신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산은 작가의 어린 시절을 소환할 만큼 힘이 특별했다. 어릴 적 포근한 기억이 쌉싸래한 나무의 향과 함께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My Toppos, 1, 193.3x112cm, acrylic on panel, 2018, 2020.  [사진제공=갤러리 도스]
My Toppos, 1, 193.3x112cm, acrylic on panel, 2018, 2020. [사진제공=갤러리 도스]

 작가는 어린 시절에 보았던 산, 그 위에 성인이 되어 다시 찾은 그 산을 겹쳐 '어디에도 없는' 그만의 산을 그린다. 이 작업은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나는 나만의 특별한 산의 풍경을 그린다. 변함없이 존재하는 숲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면 한없는 평안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상에 지칠 때면 종종 어린 시절의 숲을 추억하며 의지해왔다. 물론 이는 내 인식의 풍경이며 일종의 도피처이다. 즉, 과거에 대한 기억과 현재의 감정이 뒤섞여 만들어진 가상일뿐이다. 그런데 이는 내 마음속에서 실제와 묘하게 관련을 맺으며 강력한 생명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실제로 존재하는 숲에 대입시키는 시도를 끊임없이 감행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정서가 강력하게 증폭되는 경험에 취하면서 말이다.”(임예진 작가노트, 어디에도 없는 숲Forest Nowhere)

푸른 산, 50 x 72.7cm, acrylic on panel, 2020. [사진제공=갤러리 도스]
푸른 산, 50 x 72.7cm, acrylic on panel, 2020. [사진제공=갤러리 도스]

작가 임예진의 작업을 “천천히 크게 들이킨 산”에서 김치현 갤러리도스 큐레이터는 이렇게 설명한다.

“임예진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산의 풍경을 그린다. 특별한 목적이 없었기에 자유로웠던 지난날의 발걸음과 시선은 이마에 흐르는 작은 땀과 폐를 채우는 잎사귀의 썩고 싹트는 냄새를 아랑곳 않고 품었다. 숲의 그림자를 기울이는 해의 이동은 자신과 주변 세상의 수명을 소모하는 섭리가 아닌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신호였다. 성인이 되어 찾은 숲은 기억 속에 멈추어진 화면을 여전히 닮아있다. 생물의 사소한 손길은 시선을 집중해야 비로소 보이는 차이를 남겼지만 저 멀리 보이고 저곳에서 보일 이곳의 거대하고 우직한 균형에 비하면 하찮은 변화였다.”

My Toppos, 2, 193.3 x112cm, acrylic on panel, 2018, 2020. [사진제공=갤러리 도스]
My Toppos, 2, 193.3 x112cm, acrylic on panel, 2018, 2020. [사진제공=갤러리 도스]

 

작가는 산을 그리는 작업을 주로 롤러로 한다. 롤러는 “안료를 평평하게 다지거나, 물감의 원액이 직접 베어 나게 함으로써 복잡하고 미묘한 촉감적 표면을 연출한다. 롤러가 지나갈 때 생겨나는 질감(마티에르)과 색감이 층층이 두껍게 쌓아 올려지는 과정은 마치 산을 통해 내가 느꼈던 낯선 익숙함과 안식을 재 시각화하는 경험과 묘하게 닮아 있다. 이는 통상적인 붓질로는 도무지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다. 롤러가 지나간 날카롭고 거친 표면을 통해 자칫 당연하고 평범할 법한 공간은 색다르게 재해석된다. 작업의 마지막에는 나의 손을 직접적인 도구로 사용한다. 이를테면 너무 거칠어진 부분을 다듬거나 물감이 부족한 부분은 채워 넣으며 나만의 유토피아가 담긴 숲을 끊임없이 어루만진다.”

화차, 65.1 x 100cm, acrylic on panel, 2020. [사진제공=갤러리 도스]
화차, 65.1 x 100cm, acrylic on panel, 2020. [사진제공=갤러리 도스]

 김치현 큐레이터는 “길고 느린 자연의 시간을 흉내 내듯 작가는 롤러를 굴려 화면을 채워나갔다.”고 했다. “능선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산의 피부를 무심하게 스치듯 작가는 어깨를 크게 움직이며 하늘을 칠하고 산을 채운다.”

롤러를 이용하여 산을 표현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그래서 가벼운 것이지만 통증을 유발한다.

“자연풍경을 그리기 위한 반복적인 움직임은 역설적이게도 기계적이기도 하지만 숨이 차오르게 하고 근육에 가벼운 통증을 유발하는 제작과정은 빠른 걸음으로 산길을 오르는 아이의 발걸음처럼 생물이 지닌 무아지경이다. 그리고 그 틈에 손으로 어루만져 생긴 작은 변화들이 무리지어 있다. 산과 숲이라는 짧고 큰 이름에 뭉뚱그려진 작은 식물과 동물을 품은 먼지는 거대한 나무와 바위 사이에서 저마다 다른 속도와 시간을 지니고 미묘한 얼룩처럼 스며들어 있다. 붓의 털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손끝에서 비벼진 물감은 앞서 이야기한 작은 것들의 존재감을 희미하지만 분명히 새기고 있다.” (“천천히 크게 들이킨 산”)

Barley, 90.9 x 60.6cm, acrylic on panel, 2020. [사진제공=갤러리 도스]
Barley, 90.9 x 60.6cm, acrylic on panel, 2020. [사진제공=갤러리 도스]

 

이렇게 작업한 임예진 “작가가 그린 산의 모습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형상으로 그려졌지만 현실의 색이 아닌 관념의 색으로 표현되었다.”

이렇게 작가는 완성한 작품을 통해 각자 포근했던 기억이 다시 소환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각자 마음속에 ‘어디에도 없는 숲’을 가꾸기 바란다.

“나는 지나버린 과거와 지금 겪는 현재의 감정이 뒤섞인 시공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존재하는 숲의 풍경으로 표현한다. 이는 곧 낯선 평안함에 도취되는 치유적 행위의 일환이다. 이를 통해 우리 각자의 포근했던 기억이 다시금 소환되기를 바란다. 즉, 개개인이 경험한 자연의 평온함을 화면에서 느끼며 나의 작업 저편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시공이 펼쳐지길 기대한다.”(임예진 작가노트 ‘ 어디에도 없는 숲Forest Nowhere’)

갤러리 도스 기획 개인전 ‘Forest Nowhere’의 작가 임예진은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서양화과에 재학중이다.

갤러리 도스 기획 임예진 'Forest Nowhere' 포스터. [사진제공=갤러리 도스]
갤러리 도스 기획 임예진 'Forest Nowhere' 포스터. [사진제공=갤러리 도스]

 

■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갤러리도스 기획 임예진 ‘Forest Nowhere'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 전시기간: 2020. 12. 9(수) ~ 2020. 12.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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