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지난 11월 19일부터 28일까지 제주도에서 개최한 ‘글로벌리더십 지구시민 3차 캠프’를 진행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인천학습관 서자민(17) 학생은 9박 10일간의 캠프기간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대자연 속 수많은 체험으로 훌쩍 성장했다고 한다.

서자민 학생은 국궁을 배우며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서자민 학생은 국궁을 배우며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일상 속에 당연하게 스며들어 있는 스마트폰이 없는 9박 10일. 걱정부터 앞섰다.

평소와 다른 규칙적인 생활 속에 아침 구보로 하루를 시작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첫날과 둘째날은 지구시민으로서 지켜야할 규칙과 코로나19방역 수칙 등을 위반하지 않으려 허둥지둥하며 보낸 것 같다. 셋째 날부터 곶자왈과 만장굴에 다녀오고, 말과 교감하고 국궁을 배웠다.

10일차 공항으로 가기 직전까지 기공과 ‘아가씨와 건달들’이란 춤도 배우고, 게임도 하고, 담력 테스트, 자기선언, 카약 타기, 캠페인, 마고대장정 등등. 기억에 남는 활동은 다 말하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활동은 국궁동아리 활동과 마고대장정이었다.

처음 국궁을 배우며 내 손으로 당긴 화살이 활시위에서부터 쭉 뻗어가서 딱 꽂혔을 때 그 소리와 남겨진 바람이 좋아서 국궁동아리를 선택했다. 동아리 시간은 총 세 번, 각각 한 시간씩 주어졌다. 배운 대로 자세를 잡은 뒤 활을 잡고 화살을 걸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과녁에 잘 맞지 않았지만, 점점 감을 잡으니 텅텅 과녁에 맞는 소리가 많이 들리기 시작했다.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놓는 순간은 짧은 시간이지만 그 사이에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따라 어디로 날아가는지가 달라진다. 정말 끝까지 집중하고 생각을 비우고 쐈을 때 가운데 과녁에 명중했다.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해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 감각을 잘 새기면서 하니 첫 번째 동아리 시간에 다섯 발 중 두 발을 연속으로 가운데 빨간 과녁에 명중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세 번째 동아리 시간도 재밌게 연습하고, 세 번째 동아리 시간 후에는 그동안 활동한 모습을 담은 UCC를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나는 국궁을 하면서 활을 당긴 엄지가 조금 까졌고 다른 친구 몇 명은 팔에 멍이 들었는데 다들 상처가 나면서도 열심히 연습했던 모습을 영상으로 다시 보니 ‘정말 우리가 즐기면서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자민 학생은 제주에서 열린 '글로벌리더십 지구시민캠프'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아 한뼘 더 성장했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서자민 학생은 제주에서 열린 '글로벌리더십 지구시민캠프'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아 한뼘 더 성장했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마고대장정’은 모두들 이틀 전부터 걱정을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막상 그날이 닥쳐오니 ‘까짓 것 그냥 빨리 걷고 오지 뭐’라는 태평한 마음으로 바뀌어 오전 일정을 즐겼다. 어쩌다 생각이 바뀐 건지 모르겠다.

나는 열세 명 중에서 일곱 번째로 출발했는데 출발 전, 선생님께서 “앞서 간 애들이 보이면 네 페이스에 맞춰서 앞서가고 너는 최대한 빨리 갔다 오는 것을 목표 삼으라.”고 조언해주셨다. 내 체력이 완전히 나쁜 건 아니었지만 집에서 매일 누워만 있던 탓에 그리 좋은 것도 아니어서 그게 과연 가능할까 의심하며 출발했다.

나는 원래 겁이 없고 어둠을 무서워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길가에 앞장서 가는 말을 조심히 따라가기도 하고 가끔 모습을 내보인 달도 구경하며 즐겁게 출발했다. 마고대장정의 코스는 오름을 올라갔다 내려와서 숙소까지 걸어가야 했는데, 내려와서 숙소까지 가는 길보다 오름을 올라가는 길이 훨씬 더 힘들었다.

체력을 의심하긴 했지만, 선생님의 말씀대로 빠르게 도착하고 싶어서 힘들어도 최대한 쉬지 않고 올라갔다. 그러다 어쩌다 보니 몇 명을 제치고 올라가다 만난 언니랑 한참 쉰 후,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 쉼도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고 그전에 10초씩 쉬던 것보다 조금 더 길었을 뿐인데 발걸음이 훨씬 가벼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도 무언가 하나에 꽂히면 그거에만 막 불태워서 쉬는 것도 잊다가 슬럼프가 오곤 했는데 그 생각이 문득 나면서 휴식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상에 도착하고 내려오는 길부터는 힘들지 않았다. 마지막에는 힘이 남았는지 조금 달리기도 해서 2등으로 도착했다. 마지막까지 에너지를 짜내서 도착하니 ‘정말 열심히 여러 가지를 느끼면서 했구나.’싶어서 뿌듯해하며 길었던 마고대장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버티나, 하는 걱정으로 시작했던 제주 지구시민캠프였는데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다양한 것을 느끼며 지내니 어느새 열흘이 휙 지나가 있었다. 생각보다 스마트폰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는 게 너무나 신기했고 스마트폰이 없었기에 이렇게 특별한 9박 10일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값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