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로 부어서 그릇을 만들었으니 모양이 가마솥과 같고, 지름에는 둥근 톱니를 설치하였으니 자방(子方)과 오방(午方)이 상대하였다. 구멍이 꺾이는 데 따라서 도니 겨자씨를 점찍은 듯하고, 도수(度數)를 안에 그었으니 주천(周天)의 반이요, 신(神)의 몸을 그렸으니 어리석은 백성을 위한 것이요, 각(刻)과 분(分)이 소소(昭昭)하니 해에 비쳐 밝은 것이요, 길옆에 설치한 것은 보는 사람이 모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시작하여 백성들이 만들 줄을 알 것이다.”

세종 16년 10월 2일 처음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를 혜정교아 종묘 앞에 설치했을 때 집현전 직제학 김돈이 한 말이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과 더불어 앙부일구에도 애민정신이 넘친다.

세종 16년 10월 2일 기사 해당부분. [사진=문화재청]
세종 16년 10월 2일 기사 해당부분.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지난 상반기 미국 한 경매에 출품된 조선시대 해시계 앙부일구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지난 6월 매입해 11월 17일 오후 2시 국립고궁박문관에서 공개했다. 이번에 환수된 유물은 전체 높이 11.9cm. 바깥지름 24.3cm, 무게 4.49kg으로 동합금 재질로 24절기에 정교한 은입사를 입혔다. 제작시기는 조선 1713년(숙종 39년) 이후로 추정된다.

지난 1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된 해시계 '앙부일구'. 미국 경매에서 확인해 지난 6월 매입 후 최초 공개했다. [사진=문화재청]
지난 1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된 해시계 '앙부일구'. 미국 경매에서 확인해 지난 6월 매입 후 최초 공개했다. 세종대왕이후 조선 말까지 제작되었으나 현재 국내에는 7점 뿐이다. [사진=문화재청]

‘앙부일구’는 ‘하늘을 우러러 보는 가마솥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일구日晷)로 때를 아는 시계’라는 뜻으로 조선의 과학문화 발전상과 통치자의 백성을 위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유물이다.

유교 국가에서 하늘을 관찰하여 백성에게 정기와 시간을 알리는 관상수시觀象授時는 왕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다. 앙부일구는 애민정신을 담은 조선 최초의 공중시계로 세종대부터 조선 말까지 제작되었다.

현대 시각체계와 비교해도 거의 오차가 나지 않으며, 24절기 절후와 방위, 일몰시간, 방향 등을 알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과학기기이다. 이러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조선 과학기기류는 기록으로만 전하는 것이 많고 이번 환수 유물과 유사한 크기와 재질의 앙부일구는 국내에 불과 7점만 전한다.

(왼쪽부터) 앙부일구를 살펴보는 김동영 국립고궁박물관장, 정재숙 문화재청장, 최응천 국외소재이사장, 이용삼 충북교수. [사진=문화재청]
(왼쪽부터) 앙부일구를 살펴보는 김동영 국립고궁박물관장, 정재숙 문화재청장, 최응천 국외소재이사장, 이용삼 충북교수. [사진=문화재청]

환수된 앙부일구는 서울의 위도에서 정확한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제작되어 고국의 하늘 아래로 돌아와 비로소 정확한 시간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국립고공박물관 내 과학문화실에서 11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국민에게 특별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