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묵직하게 먹구름을 드리우던 하늘에서 오전부터 가을비가 하루 종일 쏟아졌다. 천년된 은행나무가 자리한 경기도 양평 용문사에 오르는 길에 붉은 빛 단풍과 노란 잎 단풍이 흐린 날씨에도 저마다 선명한 빛의 향연을 펼쳤다.

용문사 대웅전 석가모니불의 시선으로 바라본 바깥 풍경에는 천년 은행나무가 정가운데에 위치한다. 불꽃무늬처럼 뻗은 가지마다 노란 은행잎이 풍성하다. [사진=강나리 기자]
용문사 대웅전 석가모니불의 시선으로 바라본 바깥 풍경에는 천년 은행나무가 정가운데에 위치한다. 불꽃무늬처럼 뻗은 가지마다 노란 은행잎이 풍성하다. [사진=강나리 기자]

10여 년 만에 온 용문산 입구에는 용문이 한국민족독립운동발상지라는 비문과 함께 용문항일투쟁기념비, 양평의병기념비, 화서연원 독립운동기념비가 서 있었다.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년(913) 대경선사가 창건하였다고도 하고 경순왕(927년~935년 재위)이 친히 창사했다고도 하니 1천 년이 넘는 사찰이다. 이 천년 사찰이 조선 순종 원년(1907) 일어난 정미의병의 근거지가 되자 일본군이 불태웠다.

당시 용문사가 모두 불탔으나 앞을 지키는 나무의 나이 1천1백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는 그대로 남아 높이 42m 뿌리둘레 15.2m의 거목으로 지금까지 웅장하면서도 신비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세월 속에서도 불타지 않고 살아남아 용문사 입구를 지키고 있다고 해서 ‘천왕목天王木’이라 불린다.

물안개 속에 우뚝 선 수령 1,100년 은행나무. [사진=강나리 기자]
물안개 속에 우뚝 선 수령 1,100년 은행나무. [사진=강나리 기자]

천년 은행나무 자체는 신라 고승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았더니 뿌리를 내렸다고도 하고 신라 마지막 태자인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슬픔으로 금강산에 들어가는 길에 심었다고도 한다. 나라에 재앙이 있으면 용문사 은행나무가 소리를 내어 알렸다고 한다. 조선말 고종이 승하했을 때 큰 가지 하나가 부러져 떨어졌다고 한다.

용문산 입구 주차장을 둘러싼 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의 향연이 펼쳐졌다. [사진=강나리 기자]
용문산 입구 주차장을 둘러싼 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의 향연이 펼쳐졌다. [사진=강나리 기자]

이날 추적추적 가을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천년 은행나무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유홍준 교수는 우리나라 사찰이나 한옥은 바깥에서 바라보는 멋도 있지만, 안에 거주하는 입장에서 바깥을 내다 본 풍경을 꼭 봐야 한다고 한다. 대웅전에 모신 석가모니불의 시선에서 밖을 바라보니 천년 은행나무가 정면에 있었다. 사찰을 찾는 사람들이 대웅전을 향하는 계단을 올라서면 은행나무가 바로 뒤에 있는 셈이다.

은행나무를 둘러싼 펜스에는 대학 합격을 기원하거나 가족의 화목과 건강 등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노란 희망메시지들이 연이어 달려 있다.

용문산 입구 단풍나무의 붉게 물든 잎. [사진=강나리 기자]
용문산 입구 단풍나무의 붉게 물든 잎. [사진=강나리 기자]

 

길 가에 심어진 은행나무 아래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용문사를 향하고 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길 가에 심어진 은행나무 아래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용문사를 향하고 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비에 젖은 단풍잎. [사진=강나리 기자]
비에 젖은 단풍잎. [사진=강나리 기자]

 

용문사 입구 양평친환경 농업박물관. [사진=강나리 기자]
용문사 입구 양평친환경 농업박물관. [사진=강나리 기자]

 

1907년 기울어 가는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자 일어난 정미의병은 용문사 일대를  본거지로 삼았고, 일본군은 용문사를 불태웠다. [사진=강나리 기자]
1907년 기울어 가는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자 일어난 정미의병은 용문사 일대를 본거지로 삼았고, 일본군은 용문사를 불태웠다. [사진=강나리 기자]

 

(위) 작은 돌 하나를 쌓아 정성스럽게 올리는 소원 (아래) 베어진 고목 그루터기에 내려앉은 단풍. [사진=강나리 기자]
(위) 작은 돌 하나를 쌓아 정성스럽게 올리는 소원 (아래) 베어진 고목 그루터기에 내려앉은 단풍. [사진=강나리 기자]

 

붉은빛 노란빛 갈색 등 깊이가 다른 색조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사진=강나리 기자]
붉은빛 노란빛 갈색 등 깊이가 다른 색조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사진=강나리 기자]

 

빗 속에 용문사를 찾는 시민들. [사진=강나리 기자]
빗 속에 용문사를 찾는 시민들. [사진=강나리 기자]

 

비에 젖은 단풍들. [사진=강나리 기자]
비에 젖은 단풍들. [사진=강나리 기자]

 

작고 노란 잎을 펼친 단풍나무. [사진=강나리 기자]
작고 노란 잎을 펼친 단풍나무. [사진=강나리 기자]

 

가을비에 젖은 단풍잎. [사진=강나리 기자]
가을비에 젖은 단풍잎. [사진=강나리 기자]

 

높이 42m 뿌리둘레 약 15.2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 천왕목이라고도 불린다. [사진=강나리 기자]
높이 42m 뿌리둘레 약 15.2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 천왕목이라고도 불린다. [사진=강나리 기자]

 

가지마다 노란 은행잎이 풍성하게 달려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가지마다 노란 은행잎이 풍성하게 달려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천년 은행나무를 둘러싼 펜스에는 대학입학, 가족의 건강과 화목 등 사람들의 소망을 적은 은행잎 모양의 메모가 줄이어 달려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천년 은행나무를 둘러싼 펜스에는 대학입학, 가족의 건강과 화목 등 사람들의 소망을 적은 은행잎 모양의 메모가 줄이어 달려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용문사 대웅전. 산에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용문사 대웅전. 산에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용문사 대웅전 위에는 칠성각과 함께 산령각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용문사 대웅전 위에는 칠성각과 함께 산령각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산령각에서 바라본 전경. 왼편에 천년 은행나무가 보인다. [사진=강나리 기자]
산령각에서 바라본 전경. 왼편에 천년 은행나무가 보인다. [사진=강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