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수상 잇달아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문학의 저력
문학상 수상 잇달아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문학의 저력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20.10.17 2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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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역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 영역 김금숙 "풀" 미국 하비상 최우수 국제도서 부문 수상

다양한 장르의 한국문학이 번역을 통해 세계 곳곳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2013)/ 독역본: 『Aufzeichnungen eines Serienmörders』, 카스출판사(Cass Verlag, 2020))이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Hotlist)을 받았다. 또 김금숙 『풀』(보리출판사(2017)/ 영역본: 『Grass』, 드론 앤드 쿼털리(Drawn and Quarterly, 2019)은 한국 그래픽 노블 최초로 미국 만화계 대표 상 하비상(Harvey Awards) 최우수 국제도서(Best International Book) 부문을 수상했다.

'살인자의 기억법' 독역 책표지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살인자의 기억법' 독역 책표지 [사진=한국문학번역원]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이 수상한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은 2009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독립출판인들이 제정한 상으로, 여타 문학상과 달리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외서를 포함해 한 해 동안 독일어로 출간된 모든 책을 대상으로 심사한다. 출판사가 신청한 작품을 대상으로 유관기관 및 서점 관계자, 에디터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후보를 선정하고, 일반 시민의 온라인 투표로 최종 수상자가 결정된다. 올해에는 170개의 작품이 신청된 가운데, 10개의 후보작에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이 이름을 올려 수상까지 이어졌다.

문학상 주최측은 “『살인자의 기억법』은 간결하고 아이러니한 문체와 치매에 대한 색다른 접근 방식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기억 상실이 성격의 해체로 이어지는 치매의 극적인 과정을 작품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인상적인 독창성과 섬세함으로 인간의 심연을 표현하는 작가임을 입증했다.”라고 선정 경위를 밝혔다. 수상작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현지시간 10월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문학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발표했으며, 수상자에게는 5,000유로의 상금이 수여된다.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사인)의 번역출판지원을 받았다. 이 작품을 번역 출간한 카스 출판사(Cass Verlag)는 한국과 일본문학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독립 출판사로, 독일 연방정부문화미디어청에서 수여하는 출판인상을 2년(2019-2020년) 연속 수상하는 등 현지에서 우수 번역서를 출간하는 것으로 명망이 높다.

해당 작품은 올 2월 출간 이후 스위스의 유력 일간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eue Zürcher Zeitung)으로부터 “기괴함과 익살스러움, 피투성이와 도덕성, 교활함과 서투름, 부조리와 심오함이 뒤섞인 순수문학으로 김영하 작가 자신의 문학적 재능에 불을 붙인 불꽃같은 작품”으로 소개된 이래 현지 언론의 호평을 잇달아 받았다. 독일 일간지 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과 시사 라디오방송 도이칠란트풍크가 공동 선정하는 ‘2020년 4월의 최고 추리소설’에도 선정된 바 있다.

한편, 영역 김금숙 『풀』이 미국 하비상 최우수 국제도서 부문을 수상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비상은 미국 아티스트 하비 커츠맨(Harvey Kurtzman)의 이름을 따 1988년도에 제정하여, 아이스너상과 함께 미국 만화산업계를 대표하는 상으로 꼽힌다. 수상 후보 도서는 만화가, 학자, 비평가, 사서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통해 선정하였으며, 수상작은 만화산업계 전문가 및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김금숙 '풀' 영역 책표지. [사진=한국문학번역원]
김금숙 '풀' 영역 책표지. [사진=한국문학번역원]

 

김금숙 작가의 『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하비상 최우수 국제도서상 후보에 오른 5종의 도서와의 경합 끝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당 부문은 기존 시상해왔던 ‘최우수 유럽도서상(Best European Book)’을 개편하면서 올해 신설된 상으로, 한국 그래픽 노블 『풀』이 첫 수상작이다.

김금숙 『풀』은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영어로는 2019년에 캐나다 소재 그래픽 노블 전문 출판사 드론 앤드 쿼털리(Drawn & Quarterly)를 통해 출간되었다. 출간 이후 미국 LA 타임스 도서상 그래픽 노블·만화 부문 수상자 후보에 올랐고, 미국 뉴욕 타임스 지와 영국 가디언 지, 미국 도서관 협회 잡지인 북리스트(Booklist) 지에서 뽑은 2019년 최고의 그래픽 노블 작품 목록에 포함되는 등 현지 독자와 언론의 호평을 얻었다. 또한, 2019년 프랑스 일간지 휴머니티가 선정하는 휴머니티 만화상을 수상하고, 2020년 미국 아이스너상(Eisner Awards) ‘최우수 작가상’, ‘최우수 리얼리티 작품상’, ‘최우수 아시아 작품상’등 총 3개 부문에서 최우수상 후보에 올랐다. 이외에도 2020년 미국 슬레이트(Slate) 지와 카툰 스터디 센터(Center for Cartoon Studies)에서 선정하는 카투니스트 스튜디오 최우수 작품상과 미국 버지니아 도서관협회(Virginia Library Association)에서 시상하는 그래픽 노블 다양성 상을 수상했다.

하비상 시상식은 온라인으로 개최된 뉴욕 코믹콘(New York Comic Con) 행사 중 진행되었다. 김금숙 작가는 미국 현지시간 기준 10월 9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시상식에서 동영상 인터뷰를 통해 수상 소감을 전했다. 작가는 “『풀』은 억압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인간이 트라우마를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숨기고 싶은 내면의 고통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며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도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진실의 길을 택한 이옥선 할머니와 성노예로 살아가야 했던 다른 여성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했다.

독역
독역 "살인자의 기억"(왼쪽)과 영역 "풀" 책표지.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작품을 번역한 자넷 홍(Janet Hong)은 전문 번역가로 2018년 한유주 『불가능한 동화』, 하성란 『하성란 단편집』, 앙꼬 『나쁜 친구들』등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했고, 미국 PEN 번역상과 전미도서상 번역상 부문 후보에 오른 바 있다.

드론 앤드 쿼털리(Drawn & Quarterly) 출판사는 영어권에서는 가장 유력한 그래픽 노블 출판사로 1990년에 설립했으며, 김금숙 『풀』 이외에도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앙꼬 『나쁜 친구』, 홍연식 『마당 씨의 식탁』등의 한국문학 작품을 영어권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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