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일야, 390x180cm, 수묵담채,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도원일야, 390x180cm, 수묵담채,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이성현 작가는 동양화를 동양화답게, 그림 속에 작가의 사상과 철학을 담아내는 사의성寫意性을 기본으로 작품을 한다. 사의성이란 그림 속에 화가의 생각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양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라고 하듯이 옛 선비와 화가 들이 그려낸 그림들을 보면, 당시 사회와 정치 상황 등을 그림의 형상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현재의 오늘날 옛 동양화의 그림을 보고, 당시 현황을 느끼고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성현 작가의 초기 작품은 전통 동양화의 미점법(쌀알 모양의 점을 중첩하여 형상을 그리는 방법)으로 새로운 해석과 운용방식의 변용을 타진해 왔다. 동양화는 선의 예술이라고 하듯이 선을 통해 기존 개념을 이해했다면 미점법은 점들이 모여 형상을 이루고, 그 형상은 이미지가 되었다. 이를 확장하여 새롭게 만들어낸 방법이 층위구조이다. 층위구조는 작가가 화면의 규칙을 부여하는 방법론으로 선과 선이 겹치면서 층층이 쌓아 올려서 나타나는 형상은 단순히 형태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의성을 담아낸 것이다. 수많은 선들의 겹침 효과는 시간과 공간, 즉 역사를 의미하며, 그 역사는 수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둥지-음양, 270x175cm, 수묵담채,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둥지-음양, 270x175cm, 수묵담채,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미점법을 시詩의 구조와 연결하여 화면을 층위구조를 통해 엮어내면 표층의미(화면을 처음 대했을 때 느껴지는 첫인상)와 심층의미(그려진 형상을 통해 전해지는 그림의 주제)로 다원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여러 장의 그림을 하나의 화면에 겹쳐주는 효과와 함께 화면에 담긴 정보의 양을 배가하는 구조체가 된다.

둥지-회귀, 270x175cm, 수묵,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둥지-회귀, 270x175cm, 수묵,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은 초대전으로  이성현 개인전 <생명; 삶, 의지의 발현> 10월 7일(수)부터 10월 20일(화)까지 개최한다. 작가의 작품은 동양화에서 나타낼 수 있는 읽음을 극대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새롭게 선보이는 둥지 시리즈는 우주관까지 확장되면서, 좀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둥지는 곧 생명이며, 무언가를 탄생하는 개념으로 공동체 사회의 확산을 상징하는 연상개념으로 사용된다.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시작을 둥지라는 매개체를 이용하여, 진리를 찾아가는 인간의 구조적 성향을 우주와 둥지(태초의 진리이며 시작)를 통해 오늘날의 문제를 화두에 던지고 있는 것이다.

춘래불사춘, 198x136cm, 수묵담채,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춘래불사춘, 198x136cm, 수묵담채,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이러한 층위구조의 둥지 시리즈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낸 작품들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나타나는 둥지의 형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새 둥지의 이미지보다 더 확대되고 과장된 형태로 보여진다. 이것은 작가가 생각하는 사의성을 염두에 두고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성현 작가는 동양화의 개념을 바탕으로 옛 문예인의 작품을 분석하여 새로운 해석을 제안하는 글도 쓰고 있다. 『추사코드 (서화에 숨겨둔 조선 정치인의 속마음)』 『추사난화 (난화에 심어놓은 조선 정치가의 메시지)』 『노론의 화가, 겸재 정선 - 다시 읽어내는 겸재의 진경산수화』 를 발간하였으며, 계속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