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가 조영주는 출산 이후 30개월간 육아와 생계, 생활의 임무, 작가로서 고립감 등을 육아일지에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영주 작가의 개인전 ‘코튼시대’를 기획했다.

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주류 현대예술계에서 ‘엄마 됨’이라는 주제는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코튼 시대는 감성적 차원으로 조직된 가부장적 구조를 향해 엄마 됨의 경험을 질문하는 급진적 시도”라고 설명했다.

조영주 개인전 포스터. [포스터=대안공간 루프]
조영주 개인전 포스터. [포스터=대안공간 루프]

조영주 작가의 개인전 ‘코튼시대’가 대안공간 루프에서 10월 28일까지 열린다.

전시에는 조영주 외에도 여러 예술가가 참여했다. 작곡가 이은지는 조영주의 육아일지를 바탕으로 3악장 곡 ‘세 개의 숨’을 썼다. 낮은 음역의 소리를 내는 베이스 클라리넷, 알토 색소폰, 튜바와 퍼큐션으로 구성된 관악 4중주다.

안무가 이민경은 영상 작업 ‘입술 위의 깃털’을 조영주와 공동 연출했다. 4명의 여성 퍼포머가 등장하는 영상은 운동 경기나 무용의 방식과 다를 바 없지만, 다양한 체구와 분위기의 조합으로 대결하는 몸의 이미지를 미묘하게 보여준다. 모녀 관계부터 동성애 관계, 애무부터 폭력에 걸친 모호한 행위들이 보는 이를 난감하게 한다.

음악에는 ‘함석 덕트’라고 불리는 배기관 설치물이 악기이자 무대처럼 사용됐다. 공기가 드나드는 배기관과 바람을 불어 소리를 내는 관악기들과 조합해 ‘숨’을 키워드로 한 영상, 라이브 퍼포먼스, 사운드 설치 작업이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의 한숨, 엄마의 좌절감과 예술가의 절박감 같은 감정들을 담았다.

‘입술 위의 깃털’ 작품 영상 스틸컷 . [사진=대안공간 루프]
‘입술 위의 깃털’ 작품 영상 스틸컷 . [사진=대안공간 루프]

 

조영주 작가는 파리, 베를린을 거쳐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술 작가다. 퍼포먼스, 설치, 사진, 비디오, 사운드, 무용 등 다매체 작업을 한다. 최근에는 한국 여성의 삶을 주제로 구조적 부조리함과 가부장제의 모순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전시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대안공간 루프에서 10월 7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부터 오후 7시이며 입장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