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자체가 아니라 인삼을 재배하고 가공하는 기술을 비롯해 인삼과 관련 음식을 먹는 등의 문화를 포괄한 약용문화가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예고 되었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2016년부터 전통 지식분야에 대한 무형문화재 지정이 가능해진 이후 농경 분야에서 처음으로 ‘인삼재배와 약용문화’를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현재 인삼밭 해가림시설 모습.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현재 인삼밭 해가림시설 모습.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인삼재배가 크게 성행한 시기는 18세기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 문헌인 《산림경제》를 비롯해 《해동농서》 《임원경제지》 《몽경당일사》 등에 인삼 재배와 가공에 대한 기록이 확인된다.

인삼재배의 대표적 전통지식은 인삼 씨앗을 채취 후 수분공급 및 온도 조절을 하여 씨눈의 생장을 촉진시켜 씨앗의 껍질을 벌어지게 하는 방법인 ‘개갑(開匣)’, 햇볕과 비로부터 인삼을 보호하기 위한 해가림 농법, 연작이 어려운 인삼농사의 특성을 반영한 이동식 농법, 밭이랑을 낼 때 전통나침반인 윤도(輪圖)를 이용해 방향을 잡는 방법 등이 오늘날까지 인삼 재배 농가에 전승된다.

(시계방향으로) 붉은 열매가 달린 인삼, 붉은 과육을 제거한 인삼 씨앗, 인삼 재배시 이랑의 방향을 잡을 때 사용하는 윤도, 인삼밭.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시계방향으로) 붉은 열매가 달린 인삼, 붉은 과육을 제거한 인삼 씨앗, 인삼 재배시 이랑의 방향을 잡을 때 사용하는 윤도, 인삼밭.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인삼을 재배하면서 이를 매개로 한 음식, 의례, 설화 등 관련 문화도 풍부하다. 인삼의 효능과 희소성으로 인해 민간에서는 불로초 또는 만병초로 여겨 민간 신앙, 설화 등에서 잘 나타난다. 각종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인삼문양은 건강과 장수를 상징한다.

따라서 인삼재배와 문화는 ①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되는 점 ② 조선시대 각종 고문헌에서 그 효과와 재배 관련기록이 확인되는 점 ③ 한의학을 비롯해 관련 분야의 연구가 활발하고 농업 경제 등 다방면에서 연구의 가능성이 높은 점 ⑤ 음시과 의례, 설화 등 관련 문화가 전승되는 점 ⑥ 인삼의 약효와 품질이 우수하며 역사상 국제 무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점 ⑦ 재배 농가를 중심으로 한 지역별 인삼조함, 인삼 재배 기술과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연구 기관과 학회, 국가와 민간지원 기관 등 수많은 공동체와 관련 집단이 있는 점 ⑧ 현재에도 세대 간 전승을 통해 경험적 농업 지식이 유지되는 점 등을 고려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시계방향으로) 인삼문 자수, 인삼문 밥상보, 인삼문 떡살, 인삼을 든 신선도. [사진=문화재청, 신선도=영주인삼박물관]
(시계방향으로) 인삼문 자수, 인삼문 밥상보, 인삼문 떡살, 인삼을 든 신선도. [사진=문화재청, 신선도=영주인삼박물관]

다만 온 국민이 향유하는 문화라는 점에서 이미 지정된 씨름, 장 담그기와 같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는다.

앞으로 30일 간의 지정예고 기간에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해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문화재의 지정여부를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