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배 개인전,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사진=페리지갤러리]
김인배 개인전,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사진=페리지갤러리]

 

페리지갤러리(서울 서초구)는 스물세 번째 페리지아티스트 김인배 작가의 개인전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를 2020년 9월 10일부터 11월 14일까지 개최한다.

작가 김인배는 이번 전시에서 연속적으로 순환하는 주체와 객체 사이의 일시적이면서 복잡한 관계성에 관심을 가진다. 이전의 작업들에서 명확한 인체의 형태를 띠고 있었던 것은 더욱 단순한 선으로 구성된 표면들로 전환되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객체를 인식하는 원래의 시각 구조는 작가에 의해 흐려지거나 분산된다. 하지만 이 경계가 온전히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가 사용하는 선은 형태를 구분하는 명확한 경계이면서 그 자체로 서로 다른 형태를 가장 밀접하게 붙일 수 있는 일시적으로 중첩과 분리를 반복하는 운동감을 지닌 객체이다. 관객이 보는 위치의 변화에 따라 선 위에 그려진 선은 그 자체로 독자성을 지닌 선으로 분리되는 동시에 다시 겹쳐지면서 마치 동일한 속도로 움직이는 물리적 운동성을 보여준다. 이는 ‘나’의 눈에 또 다른 새로운 눈을 더하는 감각 같은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는 상태는 마치 불에 불을 더하거나 물에 물을 더하는 것처럼 인간에게는 명확하게 구분하여 볼 수 없는 것을 감각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작가가 만들어내는 구조는 대상이 휘어지거나 꺾이고, 중첩된 행위와 선들이 보여주는 강약, 거리, 길이의 변화를 통한 느슨하면서 느린 변화들이 교차하여 서로에게 개입하는 관계의 망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특정한 대상들이 가진 그 차이와 변화를 예민하게 인지하기 위해 이미 무엇으로 명확하게 되어가는 것을 지연시키고 그 틈을 열어 보여준다.

김인배 작가는 작가와 관객, 작품의 위치에 따라 실재하는 상호성을 가진 선과 비가시적인 선을 모두 사용한다. 이는 관객과 작품의 거리로 인해 각자의 위치에서 변화하며, 그 유사성과 차이를 통해 서로를 지각해 나가는 수평적인 다자 관계를 드러낸다. 그리고 작품들은 서로 중첩되어 연결되고 또한 분리되기도 하면서 움직인다. 여기서 작가는 선이라는 객체가 그저 거기 있을 뿐이고 주체의 지향성에 따라 의미를 가지는 존재로 보지 않는다. 그의 전시에서 객체인 선을 보는 ‘나’는 주체적인 존재로서 작품과 연관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반대로 작품들 또한 ‘나’와 관계없이 또 다른 독자적인 주체로 존재하면서,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기도 하고, 모두 ‘나’를 바라보기도 한다. 이렇게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는 ‘나’라는 주체와 작품이라는 객체의 표면과 그 자체 내에 현존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놓여있는 세계 사이의 관계를 고정시키지 않고 끊임없이 속도를 맞추면서 움직이고자 한다. 결국 이번 전시에서 김인배는 주체와 객체가 파편적인 편린을 넘어서 무엇인가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드러나는 다층적인 실재를 지각하는 하나의 장(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시 제목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는 애니메이션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의 극장판의 부제이자 극중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노래의 제목을 인용한 것이다. 김인배는 이번 전시에서 마크로스의 애니메이션 작화를 맡았던 ‘이타노 이치로’가 박진감 넘치는 미사일 액션 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작화기법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 기법은 찍히는 대상인 미사일과 이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촬영하는 존재가 서로 비슷한 물리적 움직임을 수행하거나 그럴 수 있는 상태를 다각도로 표현하여 두 움직임의 리듬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입체적인 시공간을 구현한다.

 

전시개요

-전 시 명 : 김인배 개인전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전시기간 : 2020년 9월 10일(목) – 11월 14일(토)

-전시장소 : 페리지갤러리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18 KH바텍 서울사옥 B1)

-관람시간 : 월-토, 10:30 – 18:00 / 일요일, 공휴일 휴관

토요일 Break time 12:0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