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교육에서 더욱 소중해진 것은
코로나 시대, 교육에서 더욱 소중해진 것은
  • 김진희 교사
  • heonjukk@naver.com
  • 승인 2020.09.09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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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서울 온곡초등학교 김진희 교사.
서울 온곡초등학교 김진희 교사.

요즘 코로나19가 우리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다. 교육에 대해서도 심지어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변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도 말한다. 실제로 코로나 덕분에 교육방식의 변화는 한층 빨라졌다.

코로나로 등교가 중지되고 가정에서 온라인 학습이 시작되면서 그저 가까운 미래라고 여겼던 새로운 방식의 교육에 교사도, 학생도 빨리 익숙해져야만 했다. 특히 교사들은 온라인 학습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려 늘 익숙했던 교실과 칠판이라는 접촉 가능한 현실을 빨리 잊어야 했다. 처음 보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가상현실에 올릴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내느라, 기기 사용법과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히느라 좌충우돌했다.

수업 내용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공유 플랫폼에 올리고 화상을 통해 회의와 연수를 하며 아마도 10여 년 안에 해볼 거라 생각도 못 했던 일들을 결국 해내고 있다. 그래도 빠르게 적응해가는 나와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놀랍기도 하다.

하지만 온라인 학습이 몰고 왔던 당황과 낯섦이 조금 잦아든 지금, 앞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시작됐다. 온라인 학습으로 채우지 못하는 부분들이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초등의 온라인 학습은 대부분이 콘텐츠 제공형이거나 과제 제시형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교실 수업과 달리 아이들의 학습 이해 정도를 바로 확인하여 즉시 피드백하기 어렵고, 한 명 한 명의 개인적인 특성을 파악하기는 더 힘들다. 평소에 아이들과 소통을 통한 성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나로서는 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깊이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학습 결과만 확인해주는 일에 갈수록 맥이 빠졌다. 그리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이 부족한 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 흥미도 떨어지고 과제를 대충 해버리는 경우가 잦아졌다.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학습에 대한 어려움보다 더 큰 문제로 느껴진 것은 온라인 학습이 채워줄 수 없는 아이들과 교사 사이의 정서적 공감이었다. 전엔 늘 당연하게 있었던 아이들과의 몸과 마음의 접촉이 사라졌다. 교실 수업이라면 잘못해도 어떻게든 해내려고 끙끙거리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격려해줄 테고, 이러쿵저러쿵 자기 얘기를 늘어놓는 아이와 눈을 맞추며 맞장구도 쳐줄 테고, 칭찬을 부끄러워하는 아이에게 말 대신 눈을 찡긋하며 툭툭 어깨라도 두드려주었을 텐데. 이젠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재잘재잘 주고받던 수다마저도 그리울 지경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아이들 마음의 결을 섬세하게 느끼며, 지금 어떤 마음의 과제를 겪고 있는지 살펴주고 싶다. 우리 안에 어떤 게 진짜 마음인지, 어떤 선택이 나의 마음을 정말 기쁘고 행복하게 하는지 그런 이야기들을 순간순간 일어나는 상황과 부딪힘 속에서 함께 이야기할 수 없다.

두어 달 전 코로나로 인한 등교 중지와 온라인 학습으로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고 학력 중간층이 사라졌다는 뉴스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다른 것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수치로 측정될 수 없기에 학력보다 더 중요한 것들, 정서적 교감이라든가 관계 속에서 배우는 사회적 기술, 자기 성찰의 기회나 가치관의 내면화 기회를 우리 아이들이 잃어버리고 있다는 걸 미처 못 보고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등교를 기다리며 비로소 나는 학교 안에서 우리가 일상으로 해왔던 일들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교사로서 나의 역할이 작은 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됐다. 학교 안에서 자연스럽게 배웠던 것들을 이제 온라인 상황에서 어떻게 교육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에게 도전이다. 사실 온라인 학습이 두어 달 지속될 때까지만 해도 ‘좋아, 이 기회에 아이들이 자기주도 학습력을 기른다고 생각하고 해보자.’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학습이 이렇게 진행된 지금은 ‘이젠 안 되겠다. 어떻게든 아이들 마음의 성장을 관리해줘야겠다’ 로 바뀌고 있다.

4차 산업시대 학교의 미래에 관해 말할 때 앞으로 굳이 학교 건물과 교사가 필요하지 않을 시대가 곧 오리라고 예언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때문에 강제로 맞이한 그 미래가 생각보다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결코 채워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진심으로 실감했다.

지식과 기술은 온라인으로도 배우고 익힐 수 있지만 지식과 기술의 가치를 결정짓는 태도, 가치관, 품성 등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전달되고 내면화되기 때문이다.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교육에 뚜렷한 변화가 생긴다면 그건 많은 사람이 나처럼 ‘학교나 교사가 왜 필요한가?’ 질문을 던지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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