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지역은 유서 깊은 마을과 전통 있는 가문이 많아 집안 대대로 전하는 고문서, 개인 저술 및 국가에서 제작한 지도 등 다양한 문헌 자료가 남아 있다. 그 영역도 사회·경제, 사상사와 미술사, 제도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한국학호남진흥원은 첫 공동 성과로 "호남 고문서 연구"를 최근 발간했다.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한국학호남진흥원은 첫 공동 성과로 "호남 고문서 연구"를 최근 발간했다.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이러한 고문서, 문헌을 연구해온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허원영 연구원(조선후기 사회사 전공), 정은주 선임연구원(미술사학 전공), 노인환 연구원(한국고문서학 전공), 정수환 책임연구원(조선시대사 및 국제개발 전공), 이현주 책임연구원(국어학(국어사) 전공), 한국학호남진흥원 권수용 책임연구원(문화재학 전공), 조미은 책임연구위원(문헌관리학 전공) 독립기념관 정욱재 연구위원(한국근대사상사 전공), 한국국학진흥원 유지영 연구원(한국고문서학 전공)이 연구 결과를 모아 『호남 고문서 연구』를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에서 발간했다. 이는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한국학호남진흥원 첫 공동 성과물이다.

『호남 고문서 연구』는 호남 지역 고문서의 여러 주체, 즉 국가, 가문, 개인 등이 추구했던 다양한 가치와 지향점을 살폈다.

1부는 호남 지역의 지방 통치와 행정, 제도를 다루었다. 1장은 지방 통치를 위해 국가가 제작한 "1872년 지방지도" 중 호남 지역의 지도를 분석하고, 2장은 조선시대에 전라도에 속한 제주 3읍을 관할했던 제주목사와 관련한 다양한 고문서를 통해 제주목사의 문서 행정을 추적했다. 3장은 해남지역의 고급 향리였던 정우형(鄭愚衡)이 수신한 간찰 자료를 통해 그 지역에서 이루어진 명례궁 궁방전의 수세 과정, 그리고 이에 대한 백성의 대응을 살폈다. 한양과 멀리 떨어진 전라도 해남에도 왕실 소유 토지 즉 궁방전이 많았다. 이 지역에 섬이나 해안이 많아 간척 등을 통하여 토지를 확보하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성된 지방의 궁방전은 그 지방 향리가 관리하고 조세도 거두었다. 이 과정에 각종 명목으로 추가적인 세금들이 부과되어 주민과 많은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2부는 가전 고문서를 바탕으로 해당 가문과 인물의 사회, 정치, 경제적 활동을 분석했다. 1장은 영광 영성정씨 고문서를 통해 정조 대 무신 정호남(丁好南, 1736~1812)의 가계와 관직 활동을 살피고, 2장은 남원 순흥안씨 안처순(安處順, 1492~1534) 후손가 자료를 통해 조선 후기 가문이 정체성을 구축하고 공유자산의 운용으로 종중 내부의 호혜와 협동의 규약을 실천하는 과정을 검토했다. 3장은 해남 해남윤씨 녹우당(綠雨堂)에 전해지는 한글 편지를 분석함으로써 당시 해남윤씨가의 경제 상황과 광주이씨가 종부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고자 기울인 노력을 재구성했다. 4장은 영광 연안김씨가의 고문서를 통하여 한말~일제 초 토지 소유권을 유지하려는 노력들을 살펴보았다.

3부는 호남이 배출한 두 명의 사상가, 홍암 나철(羅喆, 1863~1916)과 간재 전우(田愚, 1841~1922)에 대한 연구이다. 1장은 '나철 친필본'을 바탕으로 나철의 사상을 재탐색하고, 2장은 간재 전우의 『간재집(艮齋集)』의 간행 경위와 이를 둘러싸고 문인들 사이에 벌어진 갈등의 전말을 살폈다. 간재집 간행은 단순히 스승이 지은 글을 모아 발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승이 남기 유지의 계승과 그 해석에 따라 문집에 수록할 내용이 달라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학문적 논쟁이기도 하였다.

저자들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을 중심으로 지역 연구기관들이 협력하여 지방 고문서를 연구함으로써 전통시대 지역의 실물 경제와 사회 운영 원리에 좀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