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는 근대 여성들의 가정 경영 및 자녀 교육 지침서를 연구한 『신식부인치가법의 번역과 어휘』(신국판, 20,000원)를 발간했다. 『신식부인치가법(新式婦人治家法)』은 1925년 조남희(趙男熙)가 편찬했다. 이 책의 연구 대상인 『신식부인치가법(新式婦人治家法)』(1925)은 일본의 근대 여성 교육자 시모다 우타코(下田歌子)로부터 비롯된 동아시아 근대 가정학 저술의 번역 계보에 속해 있는 저작이다.

"신식부인치가법의 번역과 어휘" 표지.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신식부인치가법의 번역과 어휘" 표지.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내훈’ 또는 ‘여훈’ 등으로 지칭되던 전통시대 여성 교육은 여성이 그 아버지와 남편과 아들을 잘 받들게 하는 교양 교육이었던 반면에, 20세기 초에 형성된 근대 가정학은 구시대적 생활 풍속을 개량하고 훌륭한 국민을 양성해내는 주체로서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한다.

이러한 동아시아 가정학이 전파되는 중심에는 일본의 근대 여성 교육자 시모다 우타코(下田歌子)가 있었다. 19세기 말 유럽의 근대식 여성 교육의 현장을 시찰하고 돌아와 발표한 시모다의 여성 교육에 관한 저술들은 중국과 한국에서 여러 차례 번역 수용되었으며, 그 번역의 계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각국의 근대 가정학 성립사를 기술하는 중요한 토대가 확보된다.

이번에 나온 『신식부인치가법의 번역과 어휘』에서는 ‘번역’과 ‘어휘’의 문제를 중심으로 『신식부인치가법』의 언어 사용 양상을 분석한다.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것은 전통시대와 마찬가지로 인문, 사회, 자연, 보건, 의식주 분야 등 가정에서의 교양 교육과 관련된 어휘가 많이 등장하지만, 여성의 사회 참여가 높아지는 시대상을 반영하여 경제와 법률 용어도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들이 근로, 저축, 저금, 가격, 수입, 지출 등 실물 경제와 관련된 용어들이다. 이 용어들은 현재 일상적으로 사용되지만 당시에는 생소했을 수도 있다. 급변하는 사회 정세 속에서 효과적인 가정 관리를 위해서는 여성에게도 사회 운영 원리에 대한 지식이 중요해진 시대상을 반영하였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타인의 서신을 열어보는 것이 전통 시대에는 도덕관념 위반이라고 보던 것을 이 책에는 헌법에 명시된 비밀권 위반이라는 법치 관점으로 명시하여 근대 이행기의 성격을 잘 보여 준다.

한편 이 책에 한자로 병기된 어휘와 각종 사전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이 책이 근대시기에 새로 도입된 용어를 소개하고 오늘날까지 정착하게 한 역할을 어느 정도 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원문, 주석, 현대어 번역본을 같이 실어서 어휘의 변천사를 연구하는 데도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 안예리 교수는 “한문이나 국한문으로 번역되던 이전의 책들과 달리 대일항쟁기에 이루어진 국문(한글) 번역본이라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