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감염증19(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류 전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의외의 소식 하나를 접하게 되었다. 올해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 코로나19로 인해 3주 정도 늦추어졌다는 것이다.

지구생태용량 초과의 날이란 인류의 생태자원 수요량(생태발자국)이 그 해에 지구가 재생할 수 있는 자원의 양(생태용량)을 넘어서는 날을 말한다. 초과의 날 이후 소비하는 생태자원은 미래세대가 사용할 것을 당겨쓰는 것을 의미한다.

고병진 홍익교원연합회장
고병진 홍익교원연합회장

현재 인류는 지구가 재생할 수 있는 것보다 60퍼센트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있다. 이는 지금의 자원 소비를 계속 유지하려면 지구 1.6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하나뿐이다. 인간의 활동을 축소하게 만드는 코로나19가 인류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지구에서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고 유의미한 행동에 나설 때가 아닐까.

1972년 로마클럽 보고서 「성장의 한계」에서는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인간의 멈추지 않는 경제 성장이 지구 생태계의 파멸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70년대 초 지구 생태용량은 당시의 인류가 한 해 동안 소비한 양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이후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탄소배출량이 늘어나면서 지구의 재생 능력을 초과하기 시작하여 점차 앞당겨지고 있다. 세계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에는 9월에 접어들었고 2019년에는 7월 29일이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많은 국가의 강력한 봉쇄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져 8월 22일로 늦춰진 것으로 예측하였다.

현재 지구 환경 변화의 주요 원인은 인류의 생산과 소비활동의 급격한 증가에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화석연료를 과다하게 사용함으로써 대기 중의 탄소량 증가에 따른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게 된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 대기 전체의 에너지 불균형을 초래하여 지구환경시스템을 불안정 상태에 접어들게 하였다.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 변화는 자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그 피해는 결국 인류 전체의 생존과 연결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최근 인류가 코로나19 감염의 세계 대유행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동안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의 경고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북극권의 그린란드 대륙빙하 소실은 역대 최대기록을 경신하였으며, 북극권 바다의 해빙이 30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기후변화 연구 결과는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뇌관으로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있다. 시베리아의 이상 고온현상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동토 속에 갇혀 있던 온실가스인 메탄가스가 대기로 대량 방출되면 메탄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여름 시베리아 최북단 도시의 38도를 넘는 폭염과 1월부터 7월까지 발생한 러시아지역의 산불로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두 배인 1900만 헥타르가 불타면서 영구동토층을 가열하였다.

최근 기후학자들은 동아시아의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를 비롯한 전지구적으로 발생하는 기상이변 현상의 원인을 인류의 활동에 기반을 둔 지구 기후변화에 기인한다고 분명하게 제시하였다. 하지만 개인의 삶과 기업이나 국가의 경영 원칙은 비교 경쟁과 지구 환경을 이용한 개발을 통한 자본의 축적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구 환경시스템은 공기, 물, 땅의 영역에 태양과 지구의 에너지 작용으로 안정상태가 유지될 때 수많은 생명체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다. 지구 환경이 불안정해지면 지구 생명체 전체에 위기가 오게 되며, 지구 환경은 안정 상태를 이루기 위해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지구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지구 생명체의 대규모 멸종에 이어 지구 환경의 회복과 새로운 생명체의 번성으로 이어져 왔음이 지층 속에 기록되어 있다.

지구의 역사에서 과거 대멸종의 원인은 자연적인 원인이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원인은 인류의 활동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상이변과 기후변화의 과정은 지구가 스스로 새로운 안정 상태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임을 자각하자. 이제 우리도 스스로 본래의 밝은 마음을 회복하여 지구 자연과 조화를 위해 노력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가자.

지구 기후변화의 승자와 패자는 누구인가. 지구는 기후변화를 통해 현재보다 나은 지구 환경을 만들며 지속적으로 지구 생명체를 돌볼 것이다. 지구에게는 승패라는 게 없다. 오직 생명체를 위한 변화가 있을 뿐이다. 패자가 있다면 잘못된 선택으로 지구에 적응하지 못한 생명체가 되지 않을까. 그 생명체가 우리 자신 그리고 인류가 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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