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왜 우리를 한우의 등급 매기듯이 나누나요?”

이영진(18) 학생이 사립고등학교를 다니던 지난해 선생님께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께서 우리나라는 사람이 많고 효율적으로 나누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셨어요. 저도 수긍을 했지만 남들이 만든 틀에 억지로 나 자신을 끼워 맞추다 보니 어느새 진정한 ‘이영진’을 잃어버린 것 같았어요. 저는 성적 말고도 무한한 가능성과 가치를 지닌 사람인데 말이죠.”

사립고등학교에서 우등생이던 이영진 학생은 올해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마음껏 도전하며 멋진 1년을 보내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사립고등학교에서 우등생이던 이영진 학생은 올해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마음껏 도전하며 멋진 1년을 보내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영진이는 중학생일 때만해도 배우고 알아가는 게 즐겁고 신나는 학생이었다. 꿈도 많아서 선생님, 의사, 환경운동가 등 어릴 때는 거의 하루에 한 번씩 바뀔 정도였다. “제 꿈들의 공통점은 모두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것이었어요. 세상을 밝게 비출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했는데 그건 엄마의 영향이 컸죠. 어릴 때부터 주변에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어른들이 많았어요.” 영진 학생의 어머니는 뇌교육 지도자로 인성교육 강의를 한다.

우등생이던 영진이가 휴학을 결정하고 완전자유학년제 고교 대안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서 ‘Dream Year(꿈을 찾는 1년)’과정을 선택했다. “선생님들의 의견은 반반이었어요. 연세가 있는 선생님은 ‘학교에서 잘 하고 있는데 왜 그러냐? 학교 밖은 위험하고 실패한다’고 하셨고, 젊은 선생님들은 ‘너를 믿는다. 1년을 잘 보내고 다시 보자’라고 응원해주셨어요.”

어머니의 제안도 있었지만 영진 학생이 벤자민학교 진학을 결심한 것은 입학 전 면접에서 합동미션 때문이었다. “누가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미션인데 누군가 실수할 때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실수OK’라고 외쳐주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실수했다고 꾸중을 듣고 자책하던 학교 분위기에 익숙했는데 실수를 너그럽게 인정해주고 받아주는 학교는 처음이었거든요. ‘아, 이 학교는 좀 다르구나’라고 생각하고 결정했어요.”

어렵게 휴학을 결심했기 때문에 공교육 학교 밖에서도 더 멋진 모습으로 성장한 자신을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다. 3월 입학 후 첫 프로젝트는 ‘의미 있는 하루 만들기’였다. 코로나19로 벤자민학교 경북학습관 친구들과 직접 만나지 못해도 단톡방에서 자신의 하루 계획과 목표, 진척상황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점검을 받는 ‘윈윈(win-win)'하자고 영진 학생이 제안했다. “좀 더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생활습관을 기르자는 의미였어요. 공교육 학교에 다닐 때는 수업시간에 저를 맡겼지만 자유학년제 동안 24시간 모두 제가 관리해야 되니까요. 스스로 하루 계획과 목표를 세우며 전보다 계획적이고 규칙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었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목표를 성취하니까 제 자신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어요.”

이영진 학생은 사이버외교관 반크의 '글로벌독도홍보대사'로 맹활약을 벌여 총 277명 중 10명의 최우수 임명자로 선발되었다. [사진=본인 제공]
이영진 학생은 사이버외교관 반크의 '글로벌독도홍보대사'로 맹활약을 벌여 총 277명 중 10명의 최우수 임명자로 선발되었다. [사진=본인 제공]

두 번째 프로젝트로 사이버 외교관 반크의 아시아친선대사 활동을 3월~5월에 진행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아시아에 소개하는 동시에 아시아 각 나라의 찬란한 역사와 고유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프로젝트였죠. 저는 캄보디아를 맡았어요. 초등학교 때 아빠회사에서 직원자녀 해외탐방으로 다녀온 적이 있거든요. 유적지도 멋지고 사람들이 너무나 좋았죠. 캄보디아가 식민지가 되고 공산화가 되면서 아픈 역사로만 사람들에게 기억되는데 찬란한 문화를 보유한 이들이 멋지게 성장 중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영진 학생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동남아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덥다. 우리보다 후진국이다. 외국인 노동자.’라는 편견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유럽이나 미국은 가고 싶은데 동남아시아는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캄보디아의 장점과 역사, 대한민국과의 공통점들을 찾아 아세안 동영상과 카드뉴스를 제작했어요. 이전에 그 나라들은 국경선 밖 나와는 관계없는 나라였는데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별에 함께 사는 지구시민이고, 공존하고 상생하는 관계이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더군요.”

그 다음 프로젝트는 ‘글로벌독도홍보대사’활동이었다. “독도는 우리나라가 외교권을 잃고 강제침탈 당할 때 가장 먼저 병탄된 곳이죠. 나라를 빼앗겼을 때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독립투사처럼 안용복님 등이 기어코 지켜낸 우리 국토이고요. 저는 독도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독도가 언제 생겨나서 삼국시대, 고려, 조선 때 어떻게 불리고 관리되었는지, 그리고 자연환경 등을 담아 역사 동영상을 만들고 카드뉴스를 만들어 SNS로 널리 알렸어요. 그리고 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독도 모의고사'를 올려 제 친구들에게 보냈는데 친구들이 대부분 정답을 맞혔어요.”

영진 학생은 벤자민학교 친구와 둘이서 길거리에 나가 사람들에게 독도 엽서와 지도를 나눠주고 독도 인식 설문조사를 했다. “코로나19로 많은 분이 참여하진 못했어요. 공통적으로는 ‘독도는 우리 땅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는 것이었어요. 이외에도 외국인에게 영어로 홍보하기도 하고 독도에 대해 깊이 공부하면서 새로운 것도 알았는데요. 독도에 주민신청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북학습관 조정식 선생님, 친구들과 워크숍, 캠페인 등을 함께 했다.  [사진=본인 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북학습관 조정식 선생님, 친구들과 워크숍, 캠페인 등을 함께 했다. [사진=본인 제공]

목소리에서 새로운 걸 알게 된 기쁨이 넘치는 영진 학생은 “제가 낯선 사람 앞에 서면 소심해지고 낯도 많이 가리는데 독도를 알리겠다는 목표 하나로 모르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설문조사도 했어요. 단기간에 이렇게 많이 성장한 게 저도 놀라워요.”

공교육 고등학교 때와 지금은 왜 달라졌을까? “사립고등학교에서는 기준이 있잖아요. 성적, 태도 등 남이 만들어준 틀에 맞추려니 소심해지고 남들과 비교하게 되면서 자괴감이 들었어요. 벤자민학교에서는 정해진 틀이 없이 내가 주인공이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워크숍을 비롯해 뇌교육 수업에서도 ‘나도 멋진 사람이구나’라는 걸 알 수 있게 해주니까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에요.”

열렬한 활동으로 글로벌독도홍보대사 총 277명 중 최우수 임명자 10명에 선발되어 독도에 가게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무기한 연기되어 아쉬움이 많았다.

이영진 학생은 장애인 어르신댁 돕기 기금마련을 위한 빵 만들기 및 후원행사 등 봉사활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이영진 학생은 장애인 어르신댁 돕기 기금마련을 위한 빵 만들기 및 후원행사 등 봉사활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이외에도 경제자립수업으로 아르바이트도 했고, 주요 프로젝트로는 ‘지구시민 빵 나눔 봉사’, 어르신께 식사를 대접하는 ‘기운차림 식당 봉사’등을 벤자민학교 경북학습관 친구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 겉으로 보면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란 걸 느껴요. 제가 타인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되는 그 자체가 큰 감동으로 가슴에 일렁이더라고요.” 영진학생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자신의 꿈을 위해 홍익의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벤자민학교 경북학습관 친구들과는 부모님과 주변의 감사한 분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효’프로젝트, 패러글라이딩, 자연 속 명상여행, 자전거 일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응원하는 ‘위 캔 두 잇(we can do it!) 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 누구보다 바쁘다.

“우리 학습관에는 20살 오빠부터 17살 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이 있어요. 화상수업만 하다 실제 만났을 때 어색했는데, 대구로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갔을 때 극한 상황이 되니까 마구 붙잡고 말을 걸게 되더라고요.(하하) 다들 친해져서 지금은 매일 연락하고 따로 만나 놀기도 하면서 지내요. 사립고등학교 다닐 때는 학년이 다르면 교실도 층이 다르고 어울릴 기회는 더더욱 없어서 선후배 문화가 조금 수직관계였어요. 여기서는 ‘경북학습관 7기’라는 소속감으로 수평적이에요. 서로 서로의 능력을 보완해주며 친밀합니다.”

지금 영진 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역사와 관련된 멘토를 찾고 있다. 교과서로 배우는 역사가 아니라 역사연구가인 멘토를 만나고 현장을 다니며 생생한 역사를 접하고 싶은 것이다.

(위) 지난 22일 전국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이 모인 워크숍에서 개최된 '지구시민 스피치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진=본인 제공]
(위) 지난 22일 전국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이 모인 워크숍에서 개최된 '지구시민 스피치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진=본인 제공]

벤자민학교에서는 뇌교육 과정의 핵심인 B.O.S(Brain Operating System)법칙을 체험하는 수업을 하는데 이또한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제가 부정적인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쉽게 짜증을 내고 욕도 하고 주변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면이 있었어요. 하지만 ‘굿 뉴스가 굿브레인을 만든다’는 보스 법칙을 알고 난 후에는 최대한 긍정적인 말을 하고 굿 뉴스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긍정마인드를 갖고자 노력하다보니 알게 된 건 ‘세상에 쓸모없는 과정은 없다’는 거예요. 아직 뜻을 찾지 못한 것일 뿐 제 경험들은 좋든 싫든 언젠가 결실을 맺고 의미를 갖는다는 거죠. 일상에서 그 의미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선택하면 이루어진다’는 법칙이 있어요. 그동안 제 능력에 한계를 쉽게 그어버리곤 하며 가능성을 단정 지을 때도 있었죠. 처음 글로벌독도홍보대사 중 최우수 임명자 10명 안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다고 여겼죠. 하지만 ‘독도 갈 수 있다! 선택하면 이루어진다. 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야!’를 외치며 나 자신에게 긍정적인 힘을 주니 실제로 이루어지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보스 법칙을 머릿속에 새기며 어떤 일에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해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중이예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친구들과 함께 한 한계극복 프로젝트인 패러글라이딩, 자전거 종주, 역사유적지 탐방 등. [사진=본인 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친구들과 함께 한 한계극복 프로젝트인 패러글라이딩, 자전거 종주, 역사유적지 탐방 등. [사진=본인 제공]

영진학생에게 벤자민학교 입학 후 5개월은 어떤 의미일까? “전 지금까지 5개월을 ‘온전한 나’라고 부르고 싶어요. 전에는 빙빙 쳇바퀴 돌 듯 헤맸다면 지금은 진짜 제 삶이죠. 또래 친구들에게는 '가슴 뛰는 삶을 살게 해주는 학교'라고 우리학교를 소개하고 싶어요. 전에는 회의감과 무의미함을 느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인생이 참 재미있어요."

마지막으로 영진학생에게 꿈에 관해 물었다. “저는 친구들에게 꿈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저도 아직 직업적인 꿈이 없어요.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아서 고르기 힘들 정도예요. 작년까지는 항상 꿈이 없다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전전긍긍했죠. 하지만 벤자민학교에 다니면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어요.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어야 한다는 걸 배웠죠. 직업은 더 성장하고 더 큰 도약과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은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니까요.”

영진학생에게 변함없는 방향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제가 훗날 어떤 직업을 갖던 세상에 도움이 되는 진정한 가치를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성장한 미래의 저를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요.”

이영진 학생은 함께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전하는 멋진 청소년으로 성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