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본인의 기준이 너무나 높다는 걸 아세요? 그것 때문에 본인도 힘들고 남들도 힘들어요. 주변에 있는 사람이 다 비슷한 사람이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오현숙(60) 씨에게 몇 년 전 동업을 하던 지인이 이 말을 했을 때, 그의 가슴은 ‘쿵’ 내려앉았다. 변명을 해 볼래야 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브레인명상을 하면서 한 꺼풀씩 옛 습관들을 벗는데 아직도 조금씩 남아있어요. 계속 벗고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더군요.”

지구시민강사 트레이너이자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인 오현숙 씨는 삶의 전환점을 브레인명상이라고 꼽았다. [사진=김경아 기자]
지구시민강사 트레이너이자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인 오현숙 씨는 삶의 전환점을 브레인명상이라고 꼽았다. [사진=김경아 기자]

오현숙 씨는 현재 지구시민강사 트레이너로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다. “제가 크게 달라진 건 살아가면서 예전에는 역경이 닥치거나 실패하면 자책하고 고민하고 절망했어요. 이젠 해결방법을 먼저 찾고 어떻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인지 그쪽에 집중한다는 거예요.”

과거 그가 스스로 만든 ‘기준’이란 것 때문에 일어난 에피소드가 있다. 대학진학을 하면서 1차 지망에서 떨어졌다. 2차 지망으로 명문대를 꿈꾸던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해 만만히 생각했던 대학마저 떨어지자 3일간 방안에 틀어박혔다. “부모님 뵐 면목도 없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화가 치밀었죠.”

하지만 그때 밥을 굶는 딸을 걱정하며 계속 방문을 두드리던 아버지에게서 속 깊은 사랑을 느끼는 계기도 되었다. 자수성가하여 자식들은 원하는 모든 걸 하게 해주겠다고 하던 아버지는 무뚝뚝한 편으로 근검절약하고 성실한 분이었다.

오현숙 씨는 새벽 공원에서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국학기공 강사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나 주민들을 만났으면 한다는 오현숙 씨. [사진=본인 제공]
오현숙 씨는 새벽 공원에서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국학기공 강사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나 주민들을 만났으면 한다는 오현숙 씨. [사진=본인 제공]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도 본인이 충분히 배우지 못한 한을 풀 듯 큰딸인 저에게 다 해주셨어요. 계들 들어 당시에도 엄청 비싼 피아노를 사주셨거든요. 가끔 말투에 자연스럽게 욕을 섞어 쓰셨는데, 지금 같으면 ‘정감이 있구나.’했을 텐데 그때는 그게 그렇게 불만이었어요. 제가 초등학교 때 ‘엄마, 욕하지 말고 아들, 딸 차별 하지 마.’라고 한 한마디에 욕을 딱 끊고, 아들‧딸 차이를 두는 말을 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봐도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죠.”

누구보다 사랑받고 어려움 없이 자란 그였지만, 성적이든 환경이든 항상 자신이 세운 높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불행하고 힘들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태어나면서부터 허약하고 병치레를 하며 늦자라던 큰아이였다.

결혼 당시 물욕도, 공부욕심도 없이 사람만 좋은 외아들의 며느리로 그를 점찍었던 시아버지도 ‘기준’이 높은 분이었다. 지자체장과 최연소 군수를 지냈던 시아버지는 자수성가하면서 자기관리가 철저했고, 그 철저한 기준을 가족에게도 엄격히 적용했다. 시댁에서 항상 초긴장 상태이던 그가 첫 아이를 낳았을 때 난산으로 산후병을 얻었다.

학교 공교육 수업에서 브레인명상을 접목해 아이들의 인성을 깨우는 활동을 하는 오현숙 씨. [사진=본인 제공]
학교 공교육 수업에서 브레인명상을 접목해 아이들의 인성을 깨우는 활동을 하는 오현숙 씨. [사진=본인 제공]

게다가 태어난 아이는 허약하고 잘 먹지도 않고 30분, 1시간 마다 깼다. 왜 우는지 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업어도 안아도 소용이 없었다. 시아버지는 장손을 귀하게 여겼는데 늘 아픈 아이에 대해 그를 탓했다. “제 아이는 발달검사를 하면 하위 3%인데 시누이의 아이들은 장군 같았죠. 그 아이들은 상위 5%였으니까요.”

근검절약이 몸에 밴 그는 전문의 대신 금방 개원한 지인 의사에게 간단히 상담을 받았다. “아이가 고집이 너무나 센데 어릴 때 잡아주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다.”는 조언을 듣고 울어도 요구를 들어주지 않다 보니 그때부터 전쟁이었죠. 나중에 정식 상담을 받아보니 과잉행동장애(ADHD)와의 경계에 있더군요. 제가 느꼈던 불안감이 그대로 아이에게 남아 상처가 되었는데 그걸 몰랐죠.”

가정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아동 사교육 회사에 들어갔다. “늘 듣는 게 교육이니까 아이 키우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단순한 생각이었죠. 그런데 너무나 바빠 오히려 아이에게 시간을 내주지 못하고 원하는 만큼 충분한 돈도 벌지 못했어요.”

그는 본부장까지 승진했지만 1년 만에 그만 두고 나와야 했다. 쓰라린 실패의 기억이었다. 우울증까지 온 상황에서 그는 ‘이러다 큰일 나겠다.’는 자각을 했다. 그동안 청소년수련관을 다니며 운동을 했는데 기체조교실에서 단전호흡과 명상을 했을 때 행복했던 일이 생각났다. 114에 문의해 인근 단월드를 찾아갔다.

오현숙 씨가 브레인명상 체조 중 자신이 좋아하는 활쏘기 기공 자세를 선보였다. [사진=김경아 기자]
오현숙 씨가 브레인명상 체조 중 자신이 좋아하는 활쏘기 기공 자세를 선보였다. [사진=김경아 기자]

브레인명상을 하면서 몸이 따뜻해지고 순환이 좋아지면서 통증으로 느꼈던 증상들이 차츰 좋아졌다. 그는 심성교육을 갈 때 먼 교육장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며 냉방으로 인해 한기가 들어 몸살기운 속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묻는 명상에서도 제일 늦게까지 찾지 못한 그룹이었다.

“그때 겨우 겨우 찾은 제 답은 ‘평화’였어요. 제 삶이 평화로웠으면 한 거죠. 이제 와서 보면 저는 결국 성공했어요. 지금이 제 인생에서 제일 평화로우니까요.”

지구시민 강사를 양성하는 오현숙 트레이너가 내고장 하천살리기, 사랑의 쌀 나누기 등 다방면의 지구시민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 [사진=본인 제공]
지구시민 강사를 양성하는 오현숙 트레이너가 내고장 하천살리기, 사랑의 쌀 나누기 등 다방면의 지구시민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 [사진=본인 제공]

당시 심성교육에서 큰 만족을 얻지 못했던 그가 진정한 자신과 만난 건 마스터 힐러 과정 첫 단계인 PBM(파워브레인메소드)교육에서였다. 끊임없이 내면의 자신을 찾아가고 감정과 분리하여 본연의 자신을 만나는 뇌교육 5단계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이 왜 힘들었는지, 자신이 얼마나 변화할 수 있는지 체험했다.

“제가 뇌통합하기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제 기준 때문에 가장 혹독하게 대한 건 바로 저 자신이더라고요. 진심어린 칭찬 한마디를 하지 못했고, 허점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더군요. 너무나 제 자신에게 미안하고 또 한편으로는 제가 변화할 수 있다는 게 기뻐서 저도 모르게 통곡이 나오더군요. 그때 제 마음 속 오랜 감정들도 씻겨 나가는 걸 느꼈어요. 신기하게도 그 후 제 마음이 편안해지니 아이도 편안해지더군요.”

그 후에도 그의 인생에서 굴곡이 많았다. “난생처음 사업도 했죠. 쑥좌훈 힐링센터를 개설하고 정성을 다했는데 경기가 좋지 않고 여러 사정이 겹치면서 몇 년 만에 접어야 할 때 안타까웠죠. 하지만 예전에 직장에서 퇴사할 때만큼 절망에 빠지진 않았어요. 그걸 계기로 경험을 쌓은 것도 있고요.”

지난해 노원구 전역에서 셀프힐링법 BHP건강법을 전하는 BHP봉사단으로 활동했다. [사진=본인 제공]
지난해 노원구 전역에서 셀프힐링법 BHP건강법을 전하는 BHP봉사단으로 활동했다. [사진=본인 제공]

 

오현숙 씨는 단월드 창동센터에서 만난 회원의 소개로 장애인 활동보조사 일을 하면서 경제적인 자립의 기반을 만들었다. 장애인을 돌보면서 자신이 마스터힐러 과정에서 체험한 브레인명상을 접목하기도 했다.

게다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이 아니다보니 틈틈이 국학기공 강사, 웃음명상 강사, 지구시민 강사,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등 교육과정을 이수해 자격을 취득했다. 브레인명상의 기반이 되는 뇌교육을 접목해 강의할 수 있었다.

현재 강사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센터회원들과 함께 셀프힐링법인 BHP건강법을 전하는 봉사단에서 맹활약을 했다. “혼자는 잘 못하겠는데 함께 하니 낯선 분들 앞에서도 건강법을 전한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하게 되더군요. 모두가 합심해서 시민 1만 명에게 전하고 너무나 기뻤죠. 자축파티도 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중단되니 안타깝지만 그때 배운 BHP건강법을 시민들이 많이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오현숙 트레이너는 전문성과 사명감, 능력을 모두 갖춘 강사를 양성하는 꿈을 실현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오현숙 트레이너는 전문성과 사명감, 능력을 모두 갖춘 강사를 양성하는 꿈을 실현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지금 오현숙 강사는 대외적으로 경쟁력 있는 지구시민 강사를 육성하는 트레이너의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그동안 활동한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지구시민강사 트레이너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어요. 이 지역에서 세 명만 선발이 되었죠. 전문성과 사명감, 능력이 있는 강사들을 양성하고 싶습니다.

전에는 제가 더 멋진 프로강사가 되는 것에만 집중했죠. 이제는 손오공이 분신술을 펼치는 것처럼 복사하고 싶어요.(하하) 제 경험과 노하우를 나눠주어 에너지 넘치는 강사를 많이 양성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UN)은 2015년 생애주기별 연령지표에서 18~65세를 청년기, 66~85세를 중년기로 지정했다. 자신의 삶에서 ‘기준’을 계속 내려놓아가며 성장하는 오현숙 트레이너의 청년기는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