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할머니가 쓰시던 코티분과 박가분, 할아버지의 수염을 쓸어내리던 수염빗, 명절날 떡에 무늬를 내던 떡살.

비움박물관에 전시된 민속품. (시계방향으로) 떡살, 수염빛, 반짇고리. [사진=강나리 기자]
비움박물관에 전시된 민속품. (시계방향으로) 떡살, 수염빛, 반짇고리. [사진=강나리 기자]

지금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보지 못할 정도로 버려진 민속품들을 한 자리에 모은 독특한 박물관이 있다. 광주광역시 예술의 거리에 있는 ‘비움박물관’이다. 이영화 관장이 50여 년간 오일장과 벼룩시장에서 하나하나 모아 닦고 어루만지며 보관하던 보물들이 5층 전시관 안에 가득하다.

서민들이 쓰던 민속품을 독특하게 전시한 비움박물관 1층 전시장 한 벽면을 가득채운 그림 '장날'. 오일장 풍경 속에 1천 명의 사람들이 각기 제 할일을 하고 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서민들이 쓰던 민속품을 독특하게 전시한 비움박물관 1층 전시장 한 벽면을 가득채운 그림 '장날'. 오일장 풍경 속에 1천 명의 사람들이 각기 제 할일을 하고 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직접 어루만져보고 곳곳에 마련된 튓마루에 주저앉아 보자. 건물 가운데를 비워 마치 뜰 한가운데 마련된 정원인 중정中庭처럼 만든 공간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

비움박물관의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2020 박물관미술관주간’행사로 오는 22일까지 무료 개방한다.

비움박물관은 5층 건물로 건물의 가운데를 중정(뜰 가운데 마련된 정원)처럼 비워놓았다. [사진=강나리 기자]
비움박물관은 5층 건물로 건물의 가운데를 중정(뜰 가운데 마련된 정원)처럼 비워놓았다. 폭우가 지나던 지난 8월 7일 촬영했다. [사진=강나리 기자]

다음은 비움박물관 입구에 이영화 관장이 직접 밝힌 비움박물관의 의미이다.

“비움이란 비어있는 아름다움이라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이란 알아가는 즐거움일 것만 같습니다. 우리네 살림살이의 쓸모에서 멀어져간 비어있는 옛 물건들이 쓸쓸함과 그리움과 서러움의 몸짓으로 서 있습니다.

두텁게 묻은 땟자국 위로 떠다니는 가난은 이제 가슴 저리도록 아름다운 추억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에 버려진 민속품들을 모아서 닦고 어루만지고 보관하다가 ‘세월의 장터’로 세웠습니다.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더불어 살다가 먼저 가신 이들의 솜씨, 맵씨, 마음씨를 빛깔로 색깔로 땟깔로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나간 세월의 아름다움에 물음으로 쉼표로 느낌표로 위로받고 가시기 바랍니다.”

우리 옛 선조의 살림살이. [사진=강나리 기자]
우리 옛 선조의 살림살이. [사진=강나리 기자]

 

비움박물관의 또 하나 묘미는 베게를 기와와 단청처럼 활용하고 물레를 얹은 창가와 같이 민속품들이 놓이고 펼쳐진 공간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사진=강나리 기자]
비움박물관의 또 하나 묘미는 베게를 기와와 단청처럼 활용하고 물레를 얹은 창가와 같이 민속품들이 놓이고 펼쳐진 공간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사진=강나리 기자]

 

아이를 업은 어머니를 통해 우리나라(동방예의지국)를 정겹게 표현한 작품들. 곳곳에 있는 시는 이영화 관장의 자작시이다. [사진=강나리 기자]
아이를 업은 어머니를 통해 우리나라(동방예의지국)를 정겹게 표현한 작품들. 곳곳에 있는 시는 이영화 관장의 자작시이다. [사진=강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