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작가 32명이 해주는 글쓰기 ‘원 포인트’ 레슨
세계적인 작가 32명이 해주는 글쓰기 ‘원 포인트’ 레슨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20.08.17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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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설가 김연수 번역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사진=한문화]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사진=한문화]

 

개집 위에 타자기를 놓고 앉아서 글을 쓰는 스누피는 찰스 M. 슐츠의 세계적인 만화 〈피너츠 PEANUTS〉에 등장하는 가장 인상적이고도 유명한 장면이다. 이 만화의 주인공 스누피는 찰리 브라운, 루시, 라이너스의 온갖 구박에도 굴하지 않고 문학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글쓰기의 의지를 불태운다.  슐츠는 작가 지망생 스누피를 통해 창작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고통을 포현하고, 작가와 편집자 사이의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동시에, 문학성을 인정받기 위해서 작가들이 날마다 벌이는 투쟁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보여줌으로써 작가의 삶을 설명한다. 이런 스누피에게 세계적인 작가 32명이 실전 글쓰기 노하우를 들려준다면?

찰스 M. 슐츠의 아들 몬티 슐츠가 작가 바나비 콘라드와 함께 엮은《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김연수 옮김, 한문화, 개정판)이 그런 책이다. 이 개정판은 소설가 김연수가 번역했다.

먼저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에는 찰스 M. 슐츠가 그린, ‘타자기 앞의 스누피’ 만화 180여 편을 수록했다는 점을 들어야겠다. 타자기 앞에서 앉은 스누피가 한 줄도 못 쓰고 고민하는 만화를 보면 애잔하고 가슴 찡하다. 편집자가 보낸 “멍청하기 짝이 없는 소설이라며 또 보내지 말라고 제발 제발 부탁한다”는 편지에 스누피가 “편집자도 사정할 때도 있네”라고 반응을 보인 장면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만화만 쭉 본다면 스누피가 겪는 글쓰기의 고통과 열정, 좌절과 성취를 독자도 함께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180여 편의 만화에 맞춰 작가가 들려주는 글을 읽으면 스누피의 고민이 해결되고 괴로움이 기쁨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실전 글쓰기 노하우를 들려준 작가는 미국의 천재적인 대중소설가 시드니 셀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한 잭 캔필드, 《빛나던 나날》의 다니엘 스틸, 이외에도 엘모어 레너드, 클리브 커슬러, 수 그래프턴, 레이 브래드버리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작가 32명이다.

작가들이 들려주는 글쓰기 노하우에는 소재를 찾고 캐릭터를 만들고 도입부를 어떻게 쓰는지, 배경을 묘사하고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법, 출판 거절의 좌절감을 이겨내고 글쓰기의 투지를 다지는 법 등 글 쓰는 일의 즐거움과 고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다양한 수준의 작가 지망생들에게 풍부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나이 50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해 쉰세 살에 첫 소설을 펴낸 도미닉 던(Dominick Dunne)은 다섯 권의 베스트셀러를 펴냈으며 여러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잡지에도 수백 개의 글을 기고한 도미닉 던은 스누피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그게 무엇이든 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하루 중에 만들어 놓으라는 얘기야. ‘이 시간만큼은 글만 쓸 거야.’라고 밑줄을 그어놓도록 해.”

출판사로부터 수많은 거절의 편지를 받게 되는 스누피에게 오클리 홀은 거짓말을 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조언한다.

“스토리텔링이란 공들여서 거짓말을 만드는 일이다. 좋게 말해 소설이나 이야기라고 부르지만 결국 그건 다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우리 거짓말쟁이들에게는 우리가 만든 허구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이야기꾼은 자기가 만든 소설을 독자들이 진짜처럼 읽게 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하려고 노력한다.”

오 헨리 단편문학상을 수상한 바나비 콘라드(Barnaby Conrad)는 도입부로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으라고 조언한다.

“시작하는 문장을 갈고 닦으렴. 글은 쓰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다시 쓰는 거야. 그러니까 도입부는 고치고 또 고쳐야 해. 첫 문장을 보면서 이렇게 자문해봐. ‘내가 독자라면 이런 문장을 보고 계속 읽을 마음이 생길까?’

그리고 기억해. 독자의 마음을 겨눠야 한다는 걸!”

베스트셀러 《그게 없었던 사내, 소금 그리고 아버지들》외 십여 편의 단편을 펴낸 허브 골드(Herbert Gold)는 결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조언한다. “오래 생각하고 마구 쏟아내라.”

“오랫동안 숙고한 뒤, 짧은 시간 안에 쏟아내는 과정을 통해 소설의 리듬이 더 좋아졌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러니, 누구라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영화감독이었고,  《장애물 코스》 등을 쓴 제리 프리드먼(J. F. Freedman)은 만화가 우리 시대 최고의 글쓰기라고 확신한다. 중학생이 될 때까지 그가 읽은 건 만화책뿐이었다. 그는 <크레이지 캣>, <피너츠>, <파 사이드>, <캘빈과 홉스>등 위대한 연재만화를 통해 문학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학교에 만화책을 배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글을 읽는 능력과 독서의 즐거움을 배양시키고자 한다면 각급 학교에 만화책을 배포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하면 게임과 텔레비전 대신에 문학으로 빠져드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소설가 김연수는 스누피에게 타자기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글을 쓰겠다는 소망을 90퍼센트 정도 달성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98퍼센트 작가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

“내 생각에 작가는 세 개의 동사만 사용하면 돼. 읽는다, 생각한다, 쓴다. 작가를 표현하는 동사 중에 좌절이란 건 있을 수가 없는데, 너는 아무리 힘들어도 좌절하지 않는구나. 훌륭해. 너는 이제 98퍼센트 작가야.”

그럼 마지막 2퍼센트는 뭘까. 그건 모른다. “이 책을 번역한 나 역시 책을 펴낸 지 올해로 벌써 13년째이지만, 그 마지막 2퍼센트만은 알지 못하거든.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여러 분야의 작가들이 쓴 글쓰기 비법들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 이 글들에는 그들 나름대로 생각하는 마지막 2퍼센트에 대한 내용들이 남겨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글을 쓰고 싶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면 김연수의 표현에 따르면 90퍼센트 작가다. 나머지를 완성하는 데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들려주는 32가지 글쓰기는 방법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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