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초등학교 교사 이호철 선생님이 아이들의 글을 모아 낸 <공부는 왜 해야 하노>란 책이 있다. 아이들과 글쓰기 공부할 때 이 책에서 글을 뽑아 읽어 준 적이 있는데, 아이들은 이 책의 제목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공부, 자기도 정말 공부가 싫은데 제목만으로도 그런 자기 마음을 편들어주는 것 같이 느끼는가 보다. 아이들 딴에는 ‘그렇지, 얘도 얼마나 공부가 하기 싫으면 이런 글을 썼을까? ’싶었나 보다. 나는 글을 읽어주며 ‘정말 공부는 왜 하는 걸까?’ 하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아이들이 어떤 대답을 할지는 뻔하다. "공부해야 좋은 대학 가니까요. 그래야 좋은 직장도 얻고, 돈도 벌고, 잘 살 수 있으니까요."라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답한다. 하지만 사실 이건 아이들의 생각이 아니고 아마도 어른의 생각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받아들여진 게 아닐까?

왜냐하면 아직도 많은 부모나 어른들이 “공부 안 하면 너 그러다 거지되는 거야. 어떻게 살려고 그래?” 와 같이 협박 수준의 말로 공부하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공부란 성적을 올리는 수단일 뿐이다. 그리고 성적의 결과로 자기 능력이 평가되는 한 이런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자신이 잘못하는 공부를 싫어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교육이 인격도야나 인격완성이라는 본질적 목적을 잃어버리고,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에게 공부는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참고해야 하는 지겨운 일이 된다.

공부가 즐거운 일이 되려면 공부의 목적을 세워야 한다

그럼 공부가 즐거운 일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공부라는 것이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배우고 익히는 좁은 의미에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배우고 삶의 지혜를 터득해나가는 공부라는 폭넓은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하지만 좁은 의미의 공부에서도 왜 공부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뇌교육연구회 활동을 했던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 들려주셨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분은 수업 시작 전 늘 학생들에게 “나는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해 공부합니다.”라고 공부하는 목적을 외치게 하고 수업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엔 아이들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선생님이 시키니까 마지못해 따라 하기는 하지만 진심은 별로 담기지 않았다. 그래도 그러거나 말거나 선생님은 변함없이 구호 외치기를 계속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업무로 수업시간에 늦어 그냥 정신없이 바로 수업을 시작하던 때였다. 대부분 수업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수업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한 학생이 문득 “선생님, 오늘은 구호 안 해요?”라고 묻더란다. 그 순간 선생님의 뇌리를 스치며 지나는 생각이, ‘아, 이 아이들이 이 말의 의미를 새기고 있었구나. 단지 지금 자신의 현재 상황으로 실감이 나지 않을 뿐이구나.’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에게도 새롭게 자각이 된 것이 있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모든 사람은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길 원한다는 것이다. 단지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없다고 잘못 믿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와 반복된 실패로 인해 자신에게 실망하고, 우울하고 무기력해진다. 그런 아이들이 공부의 진짜 목적이 시험성적 올리기가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거라고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믿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공부한 결과보다 공부 과정에 초점을 맞추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는가? 잘 안 되는 것과 실패에 나는 어떤 선택을 하는가? 포기하는가, 다시 도전하는가? 이런 것들이 중요해진다. 태도와 습관, 이것이 점수와 성적이라는 평가 결과보다 훨씬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평가 결과는 다음에 내가 나아갈 목적지를 위한 중간 점검의 하나일 뿐이다. 최종 목적지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 이기에 말이다.

물론 이런 나의 생각이 지금 현실에서는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당장 시험성적에 목을 매고 있는 학생들이나 부모에게 너무나 먼 이야기로 느껴질 것이다. 그럼에도 공부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삶의 태도와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자.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얻어야 한다는 개인적 필요에 의해서 하는 공부와 내가 주위에 도움이 되는 사람,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하는 공부 중 어떤 것이 내 마음을 뿌듯하게 하고 정말 행복하게 할 것인가?

모든 사람에게 삶의 의미를 묻고 스스로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다는 것은 우리 뇌에 이런 본능적인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의 뇌는 자신이 쓰고자 하는 바람의 크기만큼 그 잠재력을 발휘하므로 목적이 있을 때 뇌는 잠재된 100%의 능력을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뇌를 움직이는 일관된 삶의 목적이나 공부하는 목적을 세워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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