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하게 빛나는 전복패와 온화한 색감의 바다거북 등껍질(대모), 그리고 금속선을 이용한 치밀한 장식 등 고려 나전칠기 중 빼어난 작품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문화재청이 2일 공개한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이 2일 공개한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2일 전 세계에 단 3점만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모자합母子盒의 자합 중 하나인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을 공개했다. 모자합은 하나의 큰 합 속에 여러 개의 작은 합이 들어간 형태의 상자이다.

고려 나전칠기는 송나라 사절로 고려에 왔던 서긍이 지은 ‘고려도경(1123년)’에 “극히 정교하고 솜씨가 세밀하여 가히 귀하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고려청자, 고려불화와 함께 고려 미의식을 대표하는 최고 미술공예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고려 나전칠기는 전 세계에 20여 점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며, 온전한 형태의 고려 나전칠기 유물은 국내에도 2점뿐이다. 대부분 미국, 일본 주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국내로 반환이 어려운 가운데 유일하게 개인 소장품이던 모자합을 환수함으로써 처음으로 자합 형태의 ‘나전합’을 보유하게 되었다.

현재 고려 나전칠기는 전 세계에 20여 점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며, 온전한 형태의 고려 나전칠기 유물은 국내에도 2점뿐이다.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 돌아와 3점이 되었다. [사진=문화재청]
현재 고려 나전칠기는 전 세계에 20여 점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며, 온전한 형태의 고려 나전칠기 유물은 국내에도 2점뿐이다.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 돌아와 3점이 되었다. [사진=문화재청]

돌아온 나전합은 길이 10cm 남짓으로 무게는 50g이다. 손끝으로 집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작게 오려진 나전이 빈틈없이 빼곡하게 배치되어 유려한 무늬를 나타내며, 뚜껑과 몸체에 국화와 넝쿨무늬가 반복되어 있다. 뚜껑 가운데 큰 꽃무늬와 국화의 꽃술에 고려 나전칠기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인 대모복채법玳瑁伏彩法을 사용하고 있다. 대모복채법은 바다거북의 등껍질인 대모를 이용하며 화면 뒤쪽에 색을 칠하는 복채법으로 은은하게 색을 드러나게 하는 기법이다.

뚜껑테두리는 연주문連珠文(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 꿰듯 연결시켜 만든 문양)으로 촘촘히 장식되었다. 또한 금속선으로 넝쿨 줄기를 표현하고 두 줄을 꼬아 기물의 외곽선을 장식하는 등 다양한 문양 요소가 조화롭고 품격있게 어우러져 있다.

해당 유물은 지난해 12월 국내에 들어왔으며 문화재청은 올해 1월~3월까지 국립문화재연구소를 통해 비파괴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나전합’은 전형적인 고려 나전칠기의 제작기법과 재료가 사용되었다. 나무로 모양을 잡은 후 그 위에 천을 바르고 옻칠을 한 목심칠기木心漆器 라는 점, 판재 안쪽 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넣어 부드럽게 꺾어 곡선형의 몸체를 만들 점, 그리고 몸체는 바닥판과 상판을 만든 후에 측벽을 붙여 제작한 점이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