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백범 김구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 강나리 기자
  • heonjukk@naver.com
  • 승인 2020.06.30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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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백범 김구선생이 그린 우리나라의 미래상이 가리키는 것은?

최근 코로나19 전 세계 대유행 속에서 한국의 K-방역과 한국의 역량에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위상과 저력에 관해 인정하지 못했던 우리 국민도 비로소 객관화된 현실을 알게 되었고 세계의 선진국으로서 우리의 역할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6.25 한국전쟁으로부터 경제부흥기까지 조국이 미처 품지 못하고 미국으로, 유럽으로 보낸 입양아들, 그리고 70여 년 전 낯선 이방의 나라에 젊음을 바쳤던 유엔참전 용사들에게 마스크를 보냈다. 또한 올해 70주년 6.25 한국전쟁 기념식에서는 북녘 땅 산야에 묻힌 호국용사 147위의 유골을 국가정상급 예우를 다해 조국으로 모셔온 과정을 지켜보았다. 이는 국가가 과연 무엇을 해야 하고 책임져야 하는지 깨닫게 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이후 우리 국민은 “이게 나라냐?”는 말을 더욱 많이 써왔다. 최근에도 청년실업, 노인 빈곤, 빈부 격차 등 여러 상황에서 그 말 쓰기도 하지만 “이게 나라다”라는 자부심을 표출하기도 한다. 과연 나라는 어떠해야 할까?

백범 김구 선생께서 쓰신 《백범일지》 속 [나의 소원]에서 가장 핵심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고 본다. 그 속에 지금 대한민국의 현재가 있고 또한 나아가야 할 미래가 있지 않을까.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속 [나의 소원]에서 가장 핵심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사진= '쉽게 잀는 백범일지' 표지 갈무리]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속 [나의 소원]에서 가장 핵심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사진= '쉽게 잀는 백범일지' 표지 갈무리]

(1편 백범의 '나의소원' 에 이어서)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인류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에게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의 힘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의 이상理想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또 우리 민족의 재주와 정신과 과거의 단련이 이 사명을 달성하기에 넉넉하고, 국토의 위치와 기타의 지리적 조건이 그러하며, 또 1차‧2차 세계대전을 치른 인류의 요구가 그러하며, 새로 나라를 고쳐 세우는 우리가 서 있는 시기가 그러하다고 믿는다. 우리민족이 주연배우로 세계의 무대에 등장할 날이 눈앞에 보이지 아니하는가.

이 일을 하기 위하여 우리가 할 일은 사상의 자유를 확보하는 정치 양식의 건립과 국민교육의 완비이다. 내가 위에서 자유의 나라를 강조하고, 교육의 중요성을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고의 문화를 건설하는 사명을 달성할 민족은 한마디로 말하면 국민 모두를 성인聖人으로 만드는 데 있다. 대한大韓사람이라면 간 데마다 신용을 받고 대접을 받아야 한다.

우리의 적이 우리를 누르고 있을 때에는 미워하고 분해하는 살벌 투쟁의 정신을 길렀지만, 적은 이미 물러갔으니 우리는 증오의 투쟁을 버리고 화합의 건설을 일삼을 때다. 집안이 불화하면 망하듯, 나라 안이 갈려서 싸우면 망한다. 동포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할 징조이다. 우리의 용모에서는 화기가 빛나야 한다. 우리 국토 안에는 언제나 봄바람이 가득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 국민 각자가 한번 마음을 고쳐먹음으로써 가능하게 되고, 이러한 정신을 교육함으로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최고의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 우리 민족의 개개인은 이기적 개인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요,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는 데 쓰이는 자유이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 우리는 남의 것을 빼앗거나 남의 덕을 보려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에게, 이웃에게, 동포에게 주는 것으로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이다. 이것이 우리말에 이른바 선비요 점잖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게으르지 아니하고 부지런하다. 사랑하는 처자를 가진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한없이 주기 위함이다. 힘 드는 일은 내가 앞서 하니 사랑하는 동포를 아낌이요, 즐거운 것은 남에게 권하니 사랑하는 자를 위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조상들이 좋아하던 인자하고 어진 덕이다.

이러함으로써 우리나라 산에는 삼림이 무성하고, 들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며, 촌락과 도시는 깨끗하고 풍성하고 화평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동포, 즉 대한사람은 남자나 여자나 얼굴에는 항상 화기가 있고, 몸에서는 어진 향기를 발할 것이다. 이러한 나라는 불행하려 해도 불행할 수 없고, 망하려 해도 망할 수 없는 것이다. 민족의 행복은 결코 계급투쟁에서 오는 것이 아니요, 개인의 행복이 이기심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계급투쟁은 끝없는 계급투쟁을 낳아서 국토에 피가 마를 날 없고, 내가 이기심으로 남을 해하면 천하가 이기심으로 나를 해할 것이니, 이것은 조금 얻고 많이 빼앗기는 것이다. 일본이 이번 전쟁에 패해 보복당한 것은 국제적‧민족적으로 그것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실례다.

이상에 말한 것은 내가 바라는 새 나라의 용모의 일단을 그린 것이다. 동포 여러분! 이러한 나라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옛날 한漢나라 지역의 기자箕子가 우리나라를 사모하여 왔고, 공자孔子께서도 우리민족이 사는 데 오고 싶다고 하셨으며 우리 민족을 인仁을 좋아하는 민족이라 하였다. 옛날에도 그러하였거니와, 앞으로 세계 인류 모두, 우리민족의 문화를 이렇게 사모하도록 하지 아니하려는가.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나라의 젊은 남녀가 다 이 마음을 가진다면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나도 일찍이 황해도에서 교육에 종사하였거니와, 내가 교육에서 바라던 것이 이것이었다. 내 나이 이제 일흔이 넘었으니 직접 국민교육에 종사할 시일이 넉넉지 못하지만, 나는 천하의 교육자와 남녀학도들이 한번 크게 마음을 고쳐먹기를 빌지 아니할 수 없다.

1947년 새문 밖에서.

참고: ‘쉽게 읽는 백범일지’ (김구 지음/도진순 엮어 옮김, 돌베게,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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