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 포스터. [사진=서울문화재단]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 포스터. [사진=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 남산예술센터는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다시 강화된 방역조치 속에서도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작·연출 김지나, 이언시 스튜디오) 공연을 전면취소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대처하기로 했다.

연극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은 올해 첫 번째 시즌 프로그램으로 6월 24일(수)부터 7월 5일(일)까지 공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6월 12일(금)에 정부의 다중이용시설 제한 조치 연장으로 인해 공연의 정상화가 어려워졌다.

남산예술센터는 창작자에게는 일상인 공연이 무기한 멈춰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공공극장으로서 방역지침을 지키면서도, 언제든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예정된 공연기간 동안 상시 준비하고 진행사항을 관객과 지속적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은 공연기간 동안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오전 발표에 따라 확진자 수가 한 자리일 경우, 당일 공연을 정상적으로 진행한다. 공연이 진행될 경우 오전 11시부터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당일 공연 티켓 예매와 관람이 가능하다. 예정된 공연기간의 마지막 날인 7월 5일(일)까지 공연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에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비대면 공연을 진행한다. 또한 공연기간 동안 관객과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극장은 멈춰있지 않고, 연극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온라인 콘텐츠 ‘스탠드 바이(Stand by), 온 스테이지(On stage)’를 통해 관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갈 예정이다.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은 1980년부터 2020년까지 40여 년의 한국 현대사를 작품 속 인물들에 담아낸 작품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1980년),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등 우리 사회의 비극뿐 아니라 테러, 사이비 종교 등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사건의 피해자와 주변인들이 이를 어떻게 마주하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가에 주목한다. 작품은 현대사의 여러 사건들을 다루고 있지만 각각의 사건 속에 인물을 세워 놓지 않고, 인물들의 ‘말’과 ‘숨’을 통해 그들의 기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극을 진행한다. 각각 존재하던 인물들의 파편화된 기억들은 재조립과 해체를 반복하다 마침내 ‘광장’에서 모여 오늘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 혹은 희생자로 분류하지 않고 함께 품어가야 하는 나의 이야기로 가져와,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는 연극을 하려 한다”(김지나 연출가)

지난 1월,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기자 간담회에서 김지나 연출가는 “작품과 관객을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남산예술센터의 원형무대를 감싸듯 배치된 무대 장치는 인물과 관객이 마치 광장에 공존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역사적 사건은 특별한 사람들만 겪는 과거가 아니라 동시대 모두가 겪고 있는 일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밑그림 없이 즉석에서 캔버스를 채워나가는 라이브 드로잉 김정기 작가와의 협업했다. 김정기 작가는 국내외 여러 기업과 제휴한 프로젝트를 비롯해 청와대 사랑채 기획전시, 3.1절 100주년 기념 드로잉 쇼 등 다양한 작업을 이어왔으며, 이번 작품을 통해 연극과는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수채화처럼 방울방울 퍼져 있는 이야기가 마지막엔 유화처럼 딱딱하게 굳어진다.”고 표현한 김지나 연출의 말처럼 공연은 거대한 도화지가 펼쳐진 광장을 연상시키는 원형의 하얀 무대 위에 여러 인물들의 기억이 모여 말과 그림으로 흔적을 남긴다.

김지나 연출가는 ‘이주와 난민’, ‘불안과 공포’, ‘현실과 가상’, ‘인간의 근본신앙과 철학’을 화두로 <레일을 따라 붉은 칸나의 바다로>(2020, 2017), <연출의 판-잉그리드, 범람>(2018), <당신이 그리운 풍경 속으로 멀어져 간다는 것은>(2018), <우리 사이는 봄과 같이 불편하고>(2017) 등 독창적인 언어 표현과 형식의 실험을 이어왔다. 또한 김 연출가를 주축으로 다양한 창작자들과 협업하는 이언시 스튜디오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그들만의 예술적 언어를 연구하는 단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