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법률가이자 의사인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은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먹은 음식이 나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자란 식재료를 쓰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소비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능하면 친환경, 무항생제를 찾는다. 자연에서 나고 자연의 방식으로 키워내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찾아보자.

충북 영동 천모산유기영농조합의 일원인 김수현 씨가 야생화꿀을 채취하는 모습. [사진=본인 제공]
충북 영동 천모산유기영농조합의 일원인 김수현 씨가 야생화꿀을 채취하는 모습. [사진=본인 제공]

충북 영동 심천면 서재마을 천모산 자락에서 23년에 걸쳐 쌀을 비롯해 천마와 꿀, 포도 등을 건강한 방식으로 길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원, 연구원, 교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농군의 꿈을 안고 숱한 노력으로 친환경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되어 천모산유기영농조합을 결성했다.

천모산유기영농조합의 일원인 김수현(56) 씨는 한창 꿀을 채취하느라 바쁘다. 5월말부터 6월 중순까지 천모산 산야에는 약초가 많아 꿀벌들은 약초 꽃에서 부지런히 꿀을 나른다. 이렇게 채취한 것이 야생화꿀이다. 야생화 꿀은 토종꿀과 가장 비슷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꿀벌들이 어느 한 종류의 꽃이 아니라 곳곳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모아온 꿀이기 때문이다. 영양제로 치면 종합영향제인 셈이다.

그들의 삶터이자 주 생산터인 이곳은 산들로 둘러싸인 깊은 골짜기에 위치해 6.25 한국전쟁 때는 외부에서 마을이 있는 줄 몰라 피해를 입지 않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만큼 공기가 맑고 자연조건이 우수하다.

지난 5월 초에는 아카시아 꽃이 한가득 피어 한마을에 양봉과 한봉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아카시아꿀 채취를 마쳤다. 아울러 야생화꿀 채취 이후에는 밤꽃이 활짝 피기때문에 ‘약꿀’이라고 불리는 밤꿀을 생산할 예정이다.

천모산 산야에서 숱하게 핀 약초에서 꿀벌들이 모아온 꿀로 만든 야생화꿀.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꿀은 각종 효소와 비타민이 풍부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인류 최초의 완전식품이라 불린다. 양봉 전문가는 개봉만 하지 않는다면 성분이 변하지 않은 채 천년을 간다고도 한다. 천연방부제로 식품유통 규정상 유통기한을 적지만 큰 의미가 없다.

이곳에서 제일 일찍 나오는 아카시아 꿀은 특성상 향과 맛이 부드럽고 감미로워 세대와 남녀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꿀이다. 또한 밤꿀은 칼륨, 철분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고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하며, 항산화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위장질환에 도움이 된다. 특성상 쌉싸름한 맛 때문에 다른 것에 섞어 넣기보다 밤꿀 자체를 아침과 저녁 공복에 한 수저씩 먹으면 좋다.

이곳에서 아카시아꿀과 야생화꿀, 밤꿀을 차례로 채취해 ‘신선고을’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1년 내내 판매된다. 가을에도 일부 야생화꿀을 채취하지만 이때 가장 많이 나온다. 지금이 금방 생산된 꿀을 만날 최적기인 셈이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포도(위)와 무농약으로 재배하는 쌀(아래).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유기농 인증을 받은 포도(위)와 무농약으로 재배하는 쌀(아래).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이재범 대표는 “정직하게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려고 노력하므로 소량생산이 많다. 그래서 품절이 잘 된다. 또한 맛을 첨가물로 인위적으로 맞추지 않고 생산한 그대로 전해드리므로 매번 맛이 조금 다를 수 있는 점을 양해 바란다.”라고 했다. 또한 “정직한 먹거리라 믿고 드셔도 좋다. 모든 먹거리는 판매하기 전 직접 먹어보고 시험단의 확인을 거친 뒤 판매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곳에 들어서면 정겨운 장독들이 줄지어 선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신선고을'에서 판매되는 고추장과 된장 등 장류는 햇빛과 비의 습기를 받아들이고 안에서 발효로 인한 발생하는 가스를 밖으로 내보내는 우리 전통의 숨 쉬는 장독 속에서 익어간다.

고추장의 경우 3월에 담아 6개월 숙성 후 9월에 판매된다. 된장은 1~2년 숙성과정을 거치고, 간장은 7년 간 숙성을 거친다. 특히 10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9번 구운 죽염을 쓰기 때문에 제조과정에서 드는 손품과 정성이 만만치 않다.

전통방식으로 익어가는 고추장과 된장, 그리고 간장.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전통방식으로 익어가는 고추장과 된장, 그리고 간장.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신선고을’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가는 이곳 제품의 유통을 오랫동안 맡아온 고명극(52) 씨는 “우리 제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대량생산을 제의하는 유통업체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세운 정직한 먹거리, 건강한 먹거리라는 원칙을 준수하려면 어렵다.”라며 “상대방은 ‘돈을 벌고 싶지 않은 것이냐?’고 한다. 물론 정성껏 만든 우리 제품을 적합한 가격으로 가치를 인정받으며 판매해서 많이 벌고 싶지만 원칙을 버릴 수 없다는 게 이재범 대표님을 비롯해 조합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과일을 키우며 쌀과 과일, 와인과 장류, 천마 제품 등을 생산하는 이들이 처음부터 농군이 아니었기에 그동안 고생도 많았고 시행착오와 실패도 겪었다. 농사도 어려운 일인데 친환경 유기농으로 전환해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도전, 이웃과의 소통이 필요했다. 인간사랑 지구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생태마을을 꿈꾸는 이들은 그들의 원칙을 지키며 자연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