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다.”, “아이를 보면 부모를 알 수 있다.”

교사들과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아이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나오는 말들이다. 그런데 내가 학부모가 되고 보니, 이렇게 쉽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부모도 아이를 키우는 일이 처음이고 서툴 뿐이다.

김진희 교사(서울 온곡초등학교)
김진희 교사(서울 온곡초등학교)

부모가 믿고 있는 신념과 실제 아이가 속한 사회 환경의 가치관이 부딪혀 고민에 빠지고 때로 흔들리기도 한다. 나도 교사이기 전에 부모로서는 ‘내 아이만…’ 하는 이기적인 마음과 타협하지 않으려고 늘 애써야만 했다. 교사로서 부모님들의 그런 마음을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와 같은 마음으로 학부모와의 소통을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학급 소식지로 부모님들과 대화의 문을 열어보길 권한다.

학급 소식지 보내기 시작하며

교사가 되고 처음 얼마 동안은 그저 나만 아이들과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아이들에게로 통하는 끝의 다른 쪽을 쥐고 있는 부모의 힘이 얼마나 큰지 점점 실감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변하려면, 교사도, 부모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부모는 교사에게서 막연한 불신감을 느끼고 있어, 내 노력과 열정이 오해받거나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또 일 년에 한 번 하는 학부모 총회로는 나의 교육관조차 제대로 전달할 시간과 여유도 갖지 못했다.

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가르침과 배움이라는 생생한 교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참에 소식지라는 이름을 빌려 부모님들에게 솔직하게 나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소식지에는 그해 아이들의 전체 분위기와 내가 지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 그리고 소식지의 처음은 늘 의미 있는 시나 글귀 등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 달마다 교사로서의 고민이 녹아든 시를 고르게 되고 이것이 또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 소식지 안에는 달마다 변화된 아이들의 모습과 이번 달에 할 특별한 뇌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설명, 교육에 관한 나의 진솔한 생각을 썼다. 때로는 아이들이 쓴 편지나 글을 뒤에 싣기도 했다.

학급 소식지를 통해 얻은 것

15년 넘게 소식지를 보내며 무엇보다도 가장 큰 소득은 교사로서 나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가다듬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글을 쓸 때는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나중에 읽게 되면 내가 쓴 글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고 마치 한 달에 한 번 진지한 일기를 쓰듯 그렇게 컴퓨터 앞에 앉곤 했다.

두 번째로 얻은 것은 처음 뜻했던 대로 학부모의 신뢰와 더불어 학급 운영에 관한 부모님의 관심과 애정이었다. 어떤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읽고 감동했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하고, 어느 해 스승의 날에는 한 어머니께서 교장 선생님께 우리 반을 칭찬하는 편지를 보내어, 교직원 종례 때 이야기되기도 했다.

또 부모님들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소식지에 쓴 내용과 관련된 주제의 대화를 나누게 되어 부모님들도 교육에 관한 이기적인 생각을 조금씩 접게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소식지가 교사와 학부모를 하나로 만들어 준다고 믿게 되었다.

교사가 전해주는 좋은 정보는 부모 한 사람 한 사람을 밝게 하고, 밝아진 부모는 그대로 아이들을 환하게 만든다. 나에게 소식지는 좋은 정보를 담기에 딱 맞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늘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교사는 실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식지를 시작한 후로 학부모들과 만남이 더는 형식적이지 않고 진솔한 마음이 통하는 느낌이 들게 되었다.

부모와 교사는 함께 손잡고 아이 키우리라는 공통 과제로 배움의 길을 걸어가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하는 것이 삶의 목표인 지금과 같은 사회 속에서는 다른 아이들의 실패와 좌절을 딛고 내 아이만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게 되면, 부모와 교사가 한 마음으로 협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존재가치가 인정받고 격려받을 수 있는 교육, 이것이 교사와 부모 모두 원하는 진정한 교육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제 교사는 학부모를, 학부모는 교사를 불신하고 탓하는 요즘의 교육계의 분위기를 깨고, 교사와 부모가 한목소리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교육, 인격완성이 목적이 되는 교육을 하자고 이야기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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