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해변에 동글동글한 콩모양의 모래덩어리, 굴 파기 흔적만 남기며, 시력이 좋아 위협을 느끼면 굴속으로 재빠르게 사라져 ‘유령게’라 불리는 달랑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 취약종이자, 해양수산부에서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달랑게가 내는 소리를 국내 최초로 녹취되었다.

서식지 성촌해변 달랑게의 춤추기. [사진=환경부]
서식지 성촌해변 달랑게의 춤추기. [사진=환경부]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최근 달랑게 서식지인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신안 우이도 해변에서 달랑게의 구애행동과 집단이동 영상을 확보하고, 집게로 만드는 마찰음을 처음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집단 서식지 앞에서 카메라를 설치해 달랑게들의 행동을 지속 관찰했다. 달랑게의 집단이동은 많은 개체가 썰물에 조간대 하부까지 이동하고 밀물에 다시 조간대 상부로 이동한다. 이는 먹이경쟁을 위해 조간대 하부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계방향으로) 달랑게의 소리만들기 행동,  달랑게가 섭식 후 뱉어 낸 모래덩어리,  달랑게의 큰집게다리 안쪽면(녹색은 마찰판, 파란색은 마찰기),  달랑게의 큰집게다리 바깥면. [사진=환경부]
(시계방향으로) 달랑게의 소리만들기 행동, 달랑게가 섭식 후 뱉어 낸 모래덩어리, 달랑게의 큰집게다리 안쪽면(녹색은 마찰판, 파란색은 마찰기), 달랑게의 큰집게다리 바깥면. [사진=환경부]

연구결과 달랑게의 춤추기와 땅 다지기는 일종의 과시행동으로 불특정 암컷을 향한 구애행동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달랑게가 빨래판처럼 생긴 집게다리의 마찰판과 악기의 피크 같은 역할을 하는 마찰기를 이용해 마찰음을 만드는 소리를 확보했다.

달랑게 소리는 개구리 울음과 비슷하며, 교미시기인 5월과 6월에 내는 것을 보아 구애행동이거나, 굴 안팎에 있는 다른 개체에 과시 또는 경고행동으로 추정된다.

국립공원연구원 이상규 책임연구원은 “달랑게의 마찰음 소리와 녹취방법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방게, 풀게 등 다른 게류가 만드는 마찰음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밝혔다.

오장근 국립공원연구원장은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들을 확보하고, 그 소리들이 갖는 생태학적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