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배려가 아니고 희생이죠.”

큰 딸 태희가 놀이터의 그네를 타려할 때 동생이 먼저 타겠다고 다퉜다. 노영신(42, 교사) 씨가 “언니니까 좀 배려하면 될 텐데.”라고 투덜거렸을 때, 한분이 “그건 아이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희생”이라고 한 말이 가슴에 확 와 닿았다고 한다. 그래서 둘째에게 “언니가 먼저 잡았으니 네가 좀 기다려주겠니?”라고 했다. 큰 딸은 그네를 조금 타더니 금방 동생에게 양보했다.

인성교육 교원단체인 홍익교원연합에서 활동하는 노영신 선생님(광주 송정동초등학교). [사진=김경아 기자]
인성교육 교원단체인 홍익교원연합에서 활동하는 노영신 선생님(광주 송정동초등학교). [사진=김경아 기자]

올해로 교직에 들어선 지 19년 차가 되는 노영신(광주 송정동초) 씨가 담임을 맡은 학급의 급훈은 ‘나와 남을 사랑하는 어린이’이다. “홍익인간의 또 다른 표현이죠. 우리나라 교육법이 제시한 인재상이지만, 나도 좋고 남도 좋아야 비로소 홍익이라는 진짜 의미를 알게 되는 데는 시간이 걸렸죠.”

그는 현재 아이들의 인성을 키우고 홍익인간 철학을 실천하며 뇌활용행복교육을 추진하는 교원단체인 홍익교원연합(회장 고병진)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5월 29일 광주에서 만난 노영신 씨는 엄마로서, 그리고 교사로서 큰 전환기를 맞았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노영신 씨에게는 두 아이를 키우며 체력이 바닥이 났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는 둘째딸이 태어났을 때도 첫째 때와 마찬가지로 3개월 출산휴가만 받고 바로 복직했다. 주말부부였기 때문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혼자 어린 두 딸의 육아를 전담해야 했다.

그런데 남편은 주말에 낚시를 다닌다고 했다. “취미도 좋고, 인간관계도 좋은데 제 상황을 전혀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았어요. 분해서 눈물이 나더군요. 그래도 제 성격이 강해서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말하지 않고 다녀오라고 했죠.”

좋은 엄마이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그였지만, 어느새 아이에게 화를 벌컥 내는 일이 잦아졌다. 예민하고 상처를 쉽게 받는 큰 딸 태희에 대한 고민이 깊을 때 후배교사의 추천으로 아동‧청소년 뇌교육 전문기관 BR뇌교육(비알뇌교육)을 찾아갔다.

뜻밖에 예전 학교에서 행정실장이던 분이 BR뇌교육 선생님이 되어있었다. 그 인연을 시작으로 큰 딸 태희도 도움을 받았지만 정작 그가 더 큰 도움을 받았다.

“예전에 저는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라는 틀이 강해서 거기에 벗어나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고, 게다가 톡 쏘는 말투를 가지고 있었죠. 인간관계가 유연하지 못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부모교육을 들으며 엄마인 제가 변해야 하는 걸 알았죠.”

그는 뇌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브레인명상을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정한 규범의 틀에 자신도, 남도 가두게 되는 것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노영신 씨는 큰 딸 태희를 위해 뇌교육을 시작했지만 정작 본인이 더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노영신 씨는 큰 딸 태희를 위해 뇌교육을 시작했지만 정작 본인이 더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이후 그 후배교사가 활동하는 홍익교원연합 광주지역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자신에게 감동적인 경험이던 뇌교육을 공교육에서 뇌활용행복교육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데 큰 관심이 갔다. 하지만 어린 두 딸을 두고 주말교육을 가기가 힘들었다. “모임에서 만난 오은진 선생님이 꾸준히 교육과 모임 일정을 알려주고 연락을 주셔서 덕분에 방학 중 진행되는 뇌교육 교원연수에 참가하게 되었죠.”

교원연수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 뇌교육을 적용하는 사례와 아이들의 변화를 듣고 나니, 구체적으로 배워 자신도 실천하고 싶었다. “도덕적인 인성교육이 아니라 먼저 자신의 가치를 찾고 사랑함으로써 자신 안에 있는 인성을 발견하고 실현하는 교육을 하고 싶었어요. 현장 사례를 듣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1박2일 심화교육에서 직접 체험하고 싶다는 소망이 커졌죠. 딸들도 어느 정도 컸고 이제는 남편에게 ‘이번 주말에 교육을 다녀 올 테니 아이를 맡아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했죠.

센 척 내가 다 할 수 있는 척 하지 않고 ‘현명한 거래’를 한 셈이죠.(하하) 남편도 잘 도와주는데 가끔씩 잊고 모임약속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다른 여러 방법을 찾으니 마음먹은 걸 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어요. 주변에서는 어떻게 남편 주말낚시를 보내느냐면서 부처님이냐고 하는 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격주 토요일 만나는 홍익교사 모임에서 서로 인성교육 관련 정보를 서로 배우고 알게 된 노하우를 나누고 적용한 경험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체력을 키우며 심력과 뇌력을 향상시키는 국학기공과 뇌체조 등을 생활 속에서 실천했다. 그때부터 새벽 5시 반이면 일어나 서로 약속한 맨발걷기나 절명상 등을 하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그는 홍익교원연합 연수이후 벌을 받게 된 학생에게 “네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A, B, C방법 등이 있는데 어떻게 할래?”라고 선택권을 주었다. 아이는 예전처럼 반항하지 않고 금방 수긍을 하고 자신이 선택한 방법으로 책임졌다. “해보니 화를 내거나 추궁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았죠. 처음이라 서툴렀지만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위) 홍익교원연합 광주지역 교사들과 인성교육 노하우와 현장 사례를 공유한다. (아래) 홍익교사들과 함께 국학기공, 뇌체조로 체력을 단련한다. [사진=본인 제공]
(위) 홍익교원연합 광주지역 교사들과 인성교육 노하우와 현장 사례를 공유한다. (아래) 홍익교사들과 함께 국학기공, 뇌체조로 체력을 단련한다. [사진=본인 제공]

한번은 학교 내 학부모 교육을 위해 광주뇌교육협회에서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를 초청한 적이 있었다. 그의 학급 학부모 한분도 강의에 참석하더니 아이에게 뇌교육을 하도록 했다. “인성교육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였고 아이도 모범적이었죠. 2~3개월이 지나 궁금해서 아이에게 ‘그동안 달라진 점이 있니?’라고 하니 아이는 ‘전에는 TV를 보는데 엄마가 그만 보고 들어가 공부하라고 하면 괜히 화가 나서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갔어요. 이제는 ‘제가 이런 계획이 있어요. 언제까지 보면 안 될까요?’라고 말하게 되었고 엄마도 쉽게 허락하니까 좋아요.’라고 하더군요. 제 아이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고 짧은 기간에도 변화가 가능했어요.”

노영신 씨는 학교에 인성교육을 접목한 브레인스포츠를 도입했다. “국학기공 동작도 멋있었지만 아이들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서로 마음을 맞추는 스포츠여서 더욱 좋았어요.”

4년 전부터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반을 운영했고, 대한국학기공협회에서 강사를 파견해주었다. 아이들과 광주광역시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도 출전했다. 재작년 대회에 앞서 아이들에게 “너희는 주몽 같은 장군이야! 그 마음으로 서로 격려하고 대회를 즐기라.”고 격려했다.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출전하면 아이들이 어수선하기 마련인데, 그의 학급 아이들은 2학년임에도 집중하며 눈빛과 태도가 달랐다. 그해 은상을 탔고, 작년에는 그가 직접 국학기공을 지도해 동상을 탔다.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 “화를 주체하지 못해서 저에게도 욕을 하고 책상을 뒤엎기까지 하던 아이였죠. 매사 귀찮아하는 아이였는데 국학기공은 포기하지 않고 했고, 2학기 때는 대회에 출전을 하겠다고 지원하더군요. 출전 팀에는 늦게 합류한 셈이라 ‘주말에 영상을 보고 연습을 해 올수 있겠어?’라고 했는데 다 해왔고 당당하게 무대에서 친구들과 공연을 했죠.”

노영신 교사는 “모범생인데 안한다고 포기하는 아이도 있고, 말썽장이라고 여겼던 아이가 의외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아이가 있어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닙니다. 아이가 공부 대신 어떤 것에서 진가를 발휘할지 모른다는 걸 실감했죠.”

최근 온라인 개학기간은 그에게 또 다른 경험이었다. “온라인 개학으로 학교에 나와 준비를 하면 맡은 일은 일찍 끝나는데 아이들이 없는 텅 빈 교정이 너무나 허전했죠.

예전에 홍익교원연합 선생님들과 100일간 꾸준히 맨발걷기나 명상, 국학기공 등을 했기 때문에 제가 부지런해서인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 제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좋은 소통을 하기 위해 체력과 에너지를 충전하려던 행동이었어요. 아이들이 없으니 잘 안하려고 하고 게으름을 부리더라고요.(하하) 아이들이 있어야 선생님도 비로소 존재할 이유가 있다는 걸 깨우쳤죠. 이제 막 등교한 지 3일째 되는 아이들이 소중합니다.”

지난해 5월 25일 열린 '2019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 우수사례 발표 및 교원국학기공대회'에 출전한 광주광역시 교사들. (오른쪽에서 두번째 노영신 교사). [사진=본인 제공]
지난해 5월 25일 열린 '2019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 우수사례 발표 및 교원국학기공대회'에 출전한 광주광역시 교사들. (오른쪽에서 두번째 노영신 교사). [사진=본인 제공]

노영신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제가 뇌교육을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예전에 만났던 아이들과 학부모님께 미안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그는 교사가 엄격하고 아이들을 잘 통제해야 하며, 권위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여겼다. 단적인 예로 그가 교직 3년 차일 때 학부모가 “몇 살이냐?”고 물어서 “결혼은 안했지만 먹을 만큼 먹었어요.”라고 답했다. 어려보인다고 무시하려는 모습에 우습게 보이면 안 된다고 했던 행동이었다.

지금은 먼저 인사를 나누고 학생에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데도 망설임이 없다. “이번 주에 한 아이가 수업시간에 스카치테이프를 만지작거리기에 딴 짓을 하는 줄 알고 ‘그만 하라’고 했어요. 알고 보니 마스크를 고치려 했던 것이어서 ‘선생님이 잘못 알았어. 미안해.’라고 사과했어요. 예전에 만난 아이는 납득하지 못하면 부모님에게 엉뚱한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에 이해시키려고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죠.

뇌교육에서는 자기 바라보기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하죠. 제가 성격이 급한 편이어서 재촉하다가 화를 내더군요. 그럴 때 제 자신에게 ‘멈춰!’라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촉박하면 화가 나는 제 모습을 파악하고, 학생들이 그 시간동안 도저히 마치지 못할 과제라고 판단되면 다음 수업 때 하기로 결정할 정도로 유연해진 걸 느낍니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당당하고 용감해진 점이라고 말한다. “제가 생활부장을 맡고 재작년에 괜찮았는데 지난 해 7건의 학교폭력사건을 처리하게 되었어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부모님 모두가 흥분해서 찾아오겠다고 하셨죠. 사실 가슴이 벌렁벌렁 떨리는 건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 일을 못하겠다는 마음은 없어요. 그분들도 화가 나는데 아이문제라 풀 데가 없어서 그렇구나하고 이해하게 되었죠. 학부모 민원이 가장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지만 해결하면 된다는 힘이 생겼죠. 국학기공과 명상을 하면서 체력과 심력이 뒷받침 됩니다.”

노영신 씨는 “제가 예전에는 0점이었다면 지금은 60점 정도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100점을 향해 나아갈 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홍익인간이 되어 자신도 사랑하고 남도 사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