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누각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 정면 9칸으로 독특한 구조를 가진 고창 선운사의 만세루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065호로 지정되었다.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2065호로 지정된 '고창 선운사 만세루'. [사진=문화재청]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2065호로 지정된 '고창 선운사 만세루'. [사진=문화재청]

‘고창 선운사 만세루’는 1620년 광해군 12년에 대양루라는 이름으로 지어졌다가 화재로 소실된 것을 1752년 영조 28년에 재건한 건물이다. 이는 선운사에서 전래되는 기록물인 ‘대양루열기(1686년)’와 ‘만세루 중수기(1760년)’에 기록되었다.

처음에는 중층 누각구조로 지었으나 재건할 때는 현재와 같은 정면 9칸, 옆면 2칸 규모의 익공계 단층 건물로 바뀌었다. 현존하는 사찰 누각은 대체로 정면 3칸이고, 5칸 또는 7칸 규모도 있으나 9칸은 흔치 않은 구조이다. 누각을 불전의 연장 공간으로 꾸미려는 조선 후기 사찰공간의 변화 경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계방향으로) 만세루 내부 가구, 만세루 대들보, 두 갈래로 갈라진 나무를 사용한 만세루 종보. [사진=문화재청]
(시계방향으로) 만세루 내부 가구, 만세루 대들보, 두 갈래로 갈라진 나무를 사용한 만세루 종보. [사진=문화재청]

특히 가운데 칸 높은 기둥에 있는 종보(대들보 위에 설치되는 마지막 보)의 경우 한쪽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자연재를 이용했다. 가공한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둘로 갈라진 나무를 의도적으로 사용해 마치 건물 상부에서 보들이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또한 건물 가운데 3칸은 앞뒤 외곽기둥 위에 대들보를 걸고, 좌우 각 3칸은 가운데에 각각 높은 기둥을 세워 양쪽에 맞보를 거는 방식이다. 하나의 건물 안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보를 걸어 구조의 안전뿐 아니라 누각의 중앙 공간을 강조한 점이 독특하다.

고창 선운사 만세루가 ▲조선후기 불교사원의 누각건물이 시대 흐름과 기능에 맞춰 그 구조를 적절하게 변용한 뛰어난 사례인 점 ▲구조적으로는 자재를 구하기 어려운 점을 극복하고 독창성 가득한 건축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인 점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서 역사와 건축, 학술 가치가 높다고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