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의 일상을 이미지화한 사진작가 서빈의 쉼 사진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조직위원회]
수련의 일상을 이미지화한 사진작가 서빈의 쉼 사진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조직위원회]

수련(睡蓮)이 흑백의 단아함과 아련함으로 피어난다.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려 별 바라기를 하며 지나가는 바람과 구름 그리고 소금쟁이, 잠자리에 쉼터를 제공한다.

수련의 일상을 이미지화한 사진작가 서빈의 ‘쉼’ 사진전이 2020년 제7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Korea International Photo Festival)이 진행 중인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서빈(본명 이미영)은 경기대에서 응용미술 학사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사진과 회화를 병행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빈은 관곡지, 벽초지, 일산 호수공원 등 수련이 있는 곳을 찾아 사색하며 사진을 통해 끊임없는 걷어내기를 한다. 서빈 작가는 “세상 살아보니 거추장스러운 것보다 마음 편히 단조롭게 사는 삶이 행복했다. 관계를 통해 얻는 기쁨보다 관계로 얽힌 불편함이 많은 세상을 수련의 좁지만 넓은 가슴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물에서만 살아서 수련인 줄 알았다. 마치 사람이 잠자는 것처럼 저녁부터 이른 아침까지 꽃잎을 오므리고 잔다고 해서 수련이라 부른다는 것을... 물 水가 아니라 잠잘 睡이라는 것을 시간이 한참 흘러 깨닫게 되었다.

감각적이며 자극적인 감성을 쫓아다니던 시각에서 수련을 만나 담백함을 담기 시작했다. 모네가 사랑했던 지베르니 정원의 수련을 이제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시시각각 색을 달리하는 빛과 대기의 움직임을 담으며 모네의 의식을 동일시해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지상으로 내려온 온갖 습기를 머금으며 소리 없는 영웅의 묵묵함으로 꽃을 피워내는 수련잎을 음미해본다. 뜨거운 햇살과 엄동설한을 겪어내고 몇 해 동안 찬란한 꽃을 거침없이 피우고 물에서 녹아 사라지는 수련처럼 남은 생, 그렇게 살고 싶다.”(“작가노트”)

서빈 작가는 세상의 한 모퉁이에서 저 홀로 소담한 꽃을 피워내고 물속에 녹아 사라지는 수련처럼 삶을 음미하며 살고 싶어 한다. 그는 사진과 회화를 결합한 크로스 오버의 창작물을 발표할 계획이다.

서빈 작가의 사진전은 5월 23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