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지 한 달이 넘은 시점에 지구촌에는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인류가 만든 첨단 과학기술과 생명공학에 기반을 둔 의료시스템을 비웃듯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였으며, 국경과 도시의 봉쇄로 일상생활과 경제 활동은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이에 따라 차량과 항공기의 운행이 급격히 줄고 세계 곳곳의 대규모 공장이 가동을 멈추었으며 지구 곳곳을 누비던 관광객은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고병진 홍익교원연합 회장
고병진 홍익교원연합 회장

인간의 활동 감소로 지구가 깨끗해졌다는 역설이 나오는 것처럼 자연환경에는 긍정적인 변화로 나타났다. 사람의 움직임이 끊긴 하늘과 땅에는 공기와 물이 깨끗해지고 위축되었던 동식물의 생명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대기오염이 심했던 중국과 인도 그리고 유럽 지역의 대기가 맑아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봄철 황사와 미세먼지로 고통을 겪었던 예년과 달리 맑고 아름다운 푸른 하늘과 생명력 넘치는 자연 경관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인류의 삶과 지구의 환경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 기후학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지구 온난화 시대라고 말한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과학 기술의 혁신과 경제 성장을 통해 물질문명을 급격히 발전시켜 왔다. 이 과정에서 석탄과 석유 등 화석 연료의 과다한 사용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의한 온실효과로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을 초래하였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 생태계 파괴와 지구 기후 변화를 초래하여 인류와 지구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는 온실가스 배출에 영향을 미쳤으며 올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정도 감소할 것이며, 지구 환경의 개선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기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경제 손실을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 인류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지구의 경고 메시지를 코로나19를 통해 전한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영국의 스털링대학 커머포드 교수는 “코로나19를 다루는 방법에서 지구 환경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하고 “코로나19와 기후변화는 네 가지 측면에서 닮은 점이 있다. 우선 점점 가속하는 경향이 있으며, 환자가 늘어날수록 급격히 확산하는 것처럼 기후변화 또한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악화된다는 것, 둘 다 인류의 삶을 다방면에서 변화시키고, 개인의 노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하였다.

현재 인류가 겪는 코로나19를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가 가져온 재앙으로 보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다. 인간의 탐욕과 분별심에 기반을 둔 무분별한 개발은 자연 환경을 훼손하였으며, 생태계의 다양성 감소와 구조의 붕괴로 이어져 생물의 서식 조건을 변화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구분되었던 인간 환경과 생물 환경의 경계에 혼란을 일으켜 이제껏 발견되지 않았던 수많은 병균이 인간 사회로 전파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과학과 의학의 발달은 얼마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지구 환경의 질서를 파괴한 인류는 현재의 삶의 방식을 냉철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무엇을 위한 개발인지,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언제까지 가능한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선택해야 한다.

지구 환경의 변화는 자연적인 요인과 인위적인 요인으로 구분한다. 자연적인 변화는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항력이다. 지구 환경 위기의 본질은 인간 중심의 조화롭지 못한 삶의 방식에 기인한다. 최근 지구 환경은 인간 활동의 위축에 따라 일부 회복되어 우리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지구의 모습을 보며 자각하고 인성 회복과 밝은 의식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은 스스로 그러한 존재이며 자연의 산물이다. 인간다움을 회복하게 하는 것은 인간이 자연 자체라는 자각에서 나오는 내재된 조화와 평화의 감각이다. 이것은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으로 대하는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은 생명체로 스스로 존재하는 질서(自在律)이며 인간 본래의 성품이다. 변화의 열쇠는 우리 사람 안에 있다. 널리 모두를 이롭게 하고자 하는 ‘홍익하는 인간’, 지구를 사랑하는 ‘지구시민’으로 거듭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과 인류의 미래는 가까이 다가올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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