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은 기획전 <3E: Esprit, Edit, Effect>를 4월 22일(수)부터 5월 12일(화)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의 <3E>는 1차적으로 작가적 정신과 개성을 의미하는 ‘Esprit (에스프리)’를 시작으로 2차적 새로운 행위로서 무언가를 제작, 구성하여 편집하는 의미인 ‘Edit (에디트)’로 작품을 완성하고, 3차적 ‘Effect(이펙트)’를 통해 작가가 만들어 내는 영향으로 어떠한 결과를 가지고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지를 보여주고자 기획하였다.

김원진, The Land of the Glitches 22052019, 220x130cm, 종이 위에 혼합재료 콜라쥬, 2019. [사진=갤러리그림손]
김원진, The Land of the Glitches 22052019, 220x130cm, 종이 위에 혼합재료 콜라쥬, 2019. [사진=갤러리그림손]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김원진, 장수익, 제미영, 최지훈 네 명의 작가는 표현할 수 있는 회화의 다양성을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 관심과 사회적 관점을, 기존의 캔버스에 그리고, 오리고, 붙이고 등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표현방법으로 예술의 자유로움을 선보였다.

김원진 작가의 작업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망각되고 변이하는 기억에 관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현재라는 순간은 끊임없이 과거가 달라붙어 중첩되고, 지나간 순간은 새로운 현재와의 만남을 통해 매 순간 다르게 변동하여 떠오른다. 작업을 통해, 뚜렷한 서사처럼 분명하게 경험케 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호하고 흐릿하게 변하여 일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과 같이 느껴지는 모든 순간의 흐름들을 지면에 그리고 공간에 표현하고자 한다. 나에게 선을 긋는 행위는 순간을 쌓는 것이다. 선을 그어 종이를 채우고, 이를 세로로 1mm 두께로 길게 잘라낸 뒤, 미세한 균열을 주거나 전체의 조각을 섞고, 한 조각씩 지면에 다시 붙여가며 화면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마치 지층이 균열 되듯 원래의 화면과는 다르게 변이되어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낸다. 선을 긋고 중첩함으로써, 기억을 눕히고 그 시간을 겹겹이 쌓는다. 현재의 시선으로 지나간 순간을 바라보고자 하는 것은 과거의 기억을 분절하여, 그 조각들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쌓인 선들을 분절하고 재구성하여 순간의 연대기를 시각화 한다. 사라진 순간들과 남아있는 순간들은 끊임없이 반복적인 흐름 속에서 재구성된다."

장수익, Meaningless(무의미한), 220x200cm, 전선,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장수익, Meaningless(무의미한), 220x200cm, 전선,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장수익 작가는 자신이 하는 작업을 이렇게 말한다.

"같은 대상, 같은 풍경,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울림의 느낌은 다르다.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자기 자신도 모르게 환영의 기억처럼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러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그 이미지 혹은 대상을 바라본다. 대상에서 느껴지는 아우라에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든다. 나는 그 아우라에서 어떤 울림을 느꼈을까? 이러한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기보다 무의식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를 표현하므로, 순간적이지만 마음을 찌르는 이러한 울림과 감정들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의도이다. 그러한 울림을 각양각색의 다양한 전선들을 이용해 조형적으로 표현하였다. 어쩌면 이러한 무규정성의 무의식에 대해 작업을 진행하는 행위가 결국 마음을 비우는 것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아우라를 통해 진정한 울림을 만나게 된다. 그와 동시에 작품이 생성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산, 바다, 도시'의 순간적인 환영, 기억들의 울림을 전달하고자 한다."

제미영, 가화(家花), 91x65cm, 캔버스에 아크릴, 바느질꼴라주, 비즈, 2016. [사진=갤러리그림손]
제미영, 가화(家花), 91x65cm, 캔버스에 아크릴, 바느질꼴라주, 비즈, 2016. [사진=갤러리그림손]

 

제미영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집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필요조건 중 하나이며 삶의 안식처로써의 역할을 한다.  누구에게나 집은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렇게 편안하거나 따뜻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집은 편안함은 있지만 갖기 힘든 집일 수도 있고, 한편으론 불안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집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는 어쩌면 삶의 희망이기도 하고 열망이기도 한 것이다. 오순도순 사이 좋게 서로 맞대어 있는 도시풍경 속의 집은 독립된 개체이면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연상시켜준다. 힘들 때 서로 의지하고 소통하며 공감해주는 내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 것처럼 도시풍경 속의 집은 그렇게 닮아있는 것 같다. 도시풍경 속의 집은 우리네 삶처럼 지극히 소박하고 평범하다. 그래서일까 켭켭히 쌓이고 서로 맞붙어 있는 집은 어떻게 보아도 늘 정감 있는 모습의 풍경이다. 조금은 행복하고 조금은 쓸쓸함을 느끼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

최지훈, 2005 Salvador Dali, 162x122cm, Acrylic on canvas,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최지훈, 2005 Salvador Dali, 162x122cm, Acrylic on canvas,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최지훈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말한다. 

"나의 그림은 인간을 표현한다. 물상의 인물을 자르고 해체해서 재조합 한다. 그런다 한들 대상이 다른 존재가 되지는 않는다. 대상이 원형의 이름을 잃고 다르게 불리지 않는다.  원래의 모습을 버리면서 원래의 모습을 새기는 역설. 바뀌지 않는 얼굴에서 인간으로서의 원류가 보이기를 바란다. 그럼 왜 얼굴인가? 동물은 서로 안면을 보며 소통한다. 안면을 클로즈업해서 본다. 그 대상이 누구이고, 어떤 철학을, 어떤 일을 하는 것 보단 피부의 땀구멍, 점, 털, 흉터 등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감정은 버리고 그냥 생김새를 비춰 지게 하고 싶다. 이 작업을 하면서 내 속의 진실된 인간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스스로 한번 더 생각되어지길 바란다.
나의 작업은 에어브러쉬의 아크릴물감 분사로 이루어진다. 팔과 손가락의 미세 근육이 감각적으로 움직여 콤프레셔를 조종하면 공기 섞인 물감이 작품을 완성한다. 완성한 작품을 다시 칼로 오리고 재배치시켜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면 비로소 나의 희열과 성취감은 완성된다."

 

■전시개요

전시제목 : 3E: Esprit, Edit, Effect
참여작가 : 김원진, 장수익, 제미영, 최지훈
전시기간 : 2020년 4 월 22 일 (수) – 5 월 12 일 (화) / 월~토: 10:30~18:30, 일: 12:00~18:30
전시장소 : 갤러리그림손,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0길 22 (경운동 64-17)
문의 : www.grimson.co.kr, 전화 02-733-1045, 팩스 02-733-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