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는 두뇌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더욱 성장한다"
"우리 뇌는 두뇌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더욱 성장한다"
  • 김진희 교사
  • k-spirit@naver.com
  • 승인 2020.04.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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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진희 교사(서울 온곡초등학교)

우리 반 아이들에게 왜 발표를 잘 안 하게 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아이들의 대답은 “틀릴까 봐요.”, “틀리면 친구들이 놀릴까 봐요.”, “창피당하는 거 싫어요.”, “틀리는 것보다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아요.” 등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의 평가와 시선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아주 어렸을 때는 부모의 반응과 인정이 결정적이었다면 더 자라면 친구들, 주위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으로 자신을 규정짓게 되기 때문이다. 나도 어렸을 때 주위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마치 모두 나를 바라본다고 느껴지고 다른 사람 앞에서 걷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이런 기억이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김진희 교사(서울 신상계초등학교)
김진희 교사(서울 신상계초등학교)

그럼 어떻게 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아이들이 자신을 자꾸 드러낼까? 

우리 뇌는 분위기에 쉽게 반응한다. 비난하고 서로 탓하는 분위기에서는 몸과 마음이 위축된다. 하지만 따뜻하고 수용적인 분위기에서는 자신감도 커지고 어려움도 쉽게 넘어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따뜻하고 수용적인 분위기를 ‘두뇌우호적인 환경’이라고 한다. 이런 분위기가 되면 두려움 없이, 불안해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먼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실수에 너그러워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우리는 모두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걸 알게 해야 한다.

3월 첫날 우리 반 아이들과 만났을 때 하는 우리 반의 세 가지 약속 중에 “정직하자.”가 있다. 이 말은 ‘거짓말하지 마라.’, ‘거짓말하면 혼날 줄 알아라.’라는 으름장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다. 아이들은 성장하는 중이기 때문에 누군가와 싸울 수도 있고, 하지 말라고 한 행동을 할 수도 있는데 이럴 때 스스로 인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솔직하게 잘못을 이야기하라는 뜻이다.

“내가 어떤 잘못을 했을 때 아무도 모르더라도 자신은 잘 알고 있다. 내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솔직하게 밝히고 책임을 지면 된다. 왜냐하면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순간, 그건 나쁜 일이 아니고 ’실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사람은 늘 떳떳하기 때문에 당당하다. 반대로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늘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게 되어 겉으로 보기에도 비겁해 보인다.”라고 아이들에게 설명해준다.

그런데 이렇게 말로 설명해서 아이들이 금방 솔직해지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정직해지려는 용기를 내려면 평소에 교사가 아이들이 잘못한 일에  혼내지 말아야 한다. 대신 아이들이 자신이 한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숨기려고 하거나 다른 사람 탓을 할 때 혼내야 한다.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은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혼내는 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음에 어떻게 하면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는지 알려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도 아이들에게 미안하거나 잘못한 게 있다면 솔직하게 말하고 진심으로 사과하여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나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실수 OK”라고 말하라는 것이다.

“실수 OK”라는 말에는 ‘우리는 실수를 통해 배우니까 실수해도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라는 격려가 담겨 있기도 하다. 아이들이 무언가 잘못했을 때 “실수 OK”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마음이 드느냐고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아이들은 “남이 내 실수를 없애준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힘이 나고 다시 잘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라고 말한다. 비난이나 평가에 주눅 들었던 아이들의 마음이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는 것이다.

 “실수 OK”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에게도 꼭 필요한 말이다. 전에 5학년 담임을 할 때 우리 반에 학기 초에 전학 와서 늘 사사건건 따지듯 말하고 학급 활동에 협조하지 않았던 아이가 한 명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오히려 나를 지지하는 말로 다른 친구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궁금했는데, 그 아이의 어머니가 상담을 와 들려준 얘기로 궁금증이 풀렸다.

그 아이가 전학 온 지 얼마 안 되어 부당한 일로 나에게 막 따졌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내가 “아, 그랬구나. 선생님이 실수했다. 정말 미안하다.”라고 바로 말하더란다. 이 말을 듣고 아이는 그날부터 ‘이 선생님은 믿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실수 OK”의 문화가 학급의 분위기로 자리를 잡아가면 우리 반에서는 무엇을 잘하는 지 못하는 지로 자신의 가치가 평가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면 실수나 실패에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다시 잘해보려는 마음도 먹게 된다. 나도 이젠 늘 아이들에게 부탁한다. “애들아, 선생님이 혹시 잘못하는 일이 있거든 선생님에게도 ‘실수 OK’라고 말해줘.”라고. 교사도 학생도, 우리는 실수를 통해 함께 성장한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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