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감염병도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막을 수 없었다. 지난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28년 만에 최고의 투표율인 66.2%를 나타내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참정권을 행사하는 우리 국민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번 선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된 국민의 참정권 행사도 배제되지 않았다는 점 또한 획기적이었다. 4월 1일부터 14일 18시까지 관할 지자체(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통지를 확은 확진자의 접촉자, 해외입국자는 총 59,918명이었다.

정부는 확진자 증가를 막기 위한 조치로 격리장소에서 지정투표소까지 이동시간이 자차 또는 도보로 편도 30분 이상인 경우만 제외했다. 또한, 투표시간은 15일 17시 30분부터 19시까지로 여타 국민과 분리해 접촉가능성을 최대한 축소한 상태로 진행했다.

그 결과 총 13,642명 22.76%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물론 전체 투표율에 못 미쳤으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도 참정권 행사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지난 4월 10일과 11일 진행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장. [사진=코리안스피릿 자료DB]
지난 4월 10일과 11일 진행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장. [사진=코리안스피릿 자료DB]

한국 총선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뜨겁다. 미국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5개가 넘는 주에서 대선 후보 경선이 연기되어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를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는 지방선거가 미뤄지는 등 47개국 이상이 선거를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투표자 간 1m 거리두기, 체온측정 후 투표용지 수령, 1회용 비닐장갑 사용 등 철저한 방역체계 속에 치러지는 한국 총선을 지켜보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무엇이 가능한지 한국이 또다시 입증한다.”고 평했다.

아울러, 과거 한국이 1952년 한국전쟁 중임에도 대통령선거를 치른 사실도 SNS를 통해 알려지며 한국인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재조명되었다.

또한 지난해 12월 선거권 연령기준을 만 19세에서 만18세로 변경함에 따라 2001년 4월 17일부터 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자인 만 18세 유권자가 첫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점에도 의의가 있다. OECD 국가 중 가장 늦게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춘 결과, 고등학교 재학생을 포함 총 54만 8986명이 유권자에 포함되었으며, 이는 전체 유권자의 1.2%를 차지한다. 이들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교육 등 청소년 자신의 문제에 관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결과에는 어두운 면도 있다. 나라가 동서로 양분된 듯 지역적 편중이 심각하다. 정치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고 정의한다.

정치의 진정한 의미는 내편과 네 편, 승리와 패배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의견이 같지 않은 상대측과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소하고, 이해와 설득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일 것이다. 대한민국이 이념 간, 세대 간으로 분열된 상태를 봉합할 책임이 제21대 국회의원을 비롯한 사회 리더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