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전반적인 구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뜻밖의 효과도 관측됐다. 인간의 일상이 멈추면서 지구환경은 오히려 개선되었다는 아이러니다.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대기 질 좋은 날’ 평균 일수가 작년에 비해 21.5%나 늘었다고 한다. 자동차나 산업시설에서 배출돼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질소와 이산화탄소도 지난 두 달 사이 대폭 감소했다. 관광객이 줄어든 베네치아의 물이 맑아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현지 관광이 중단되면서 곤돌라 등의 수상교통 감소로 물이 투명해졌다는 것이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코로나19가 가져온 아이러니 속에 나는 문득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는 ‘No Pain No Gain’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우리는 지금의 고통 속에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 질환은 환경오염에서 비롯된다. 물질문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인간은 지구와 공감하는 능력을 상실했다. 삶의 터전인 지구의 공기와 땅, 물이 오염되어 신음하는 가운데에도 우리는 지구의 고통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날이 좋아도 외출은 조심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확진자 주변은 공포와 두려움이 맴돈다. 지금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불안과 고통은 지구의 그것을 공감하고 변화하라는 강력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지구의 고통에 공감하고 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살펴야 한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에 우울해하기보다 외부로 향해있던 시선을 내부로 돌리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바른 자세로 자리에 앉거나 누워 호흡에 집중하면 금세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호흡, 즉 들숨과 날숨을 점검해 볼 수도 있다. 건강한 상태는 들숨과 날숨이 안정적인 때이다. 비유하자면 현재의 지구는 지나친 들숨의 포화상태로 균형이 깨진 지 오래다.

조용히 자신의 호흡을 관찰하면서 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무수한 잡념이 조금씩 사라진다. 이것이 명상(冥想)의 시작이다. 명상으로 뇌(腦)가 깨어나면 예전에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자신의 습관이나 사고방식, 주위 환경 등이 보이게 된다. 더 넓은 시각으로 자기 자신과 타인,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공감 능력과 이해력, 포용력이 커진다. 분리의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발생했던 문제들에 대해 연결과 합일(合一)의 눈이 떠지고 해법을 찾게 된다. 새로운 눈을 뜨고 의식을 바꾸는 것은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들로부터 벗어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사피언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라는 기고문에서 세계적인 위기에 직면한 인류는 민족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 사이의 선택적 기로에 서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선택지는 분명하다. 그것은 지구와 인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에서부터 나온다. 민족과 종교, 인종, 국가를 넘어선 지구시민 의식으로의 글로벌 연대는 미래시대의 인간과 지구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그동안 인류는 돈과 권력, 명예, 성공이라는 환상가치 속에 무한경쟁을 해왔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신인류(新人類)의 절대가치는 생명과 인간에 대한 존중(尊重)과 성찰(省察)이어야 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知識)이 아닌 지혜(知慧)다. 지혜는 인간이 만든 시스템보다 더 근원적이며, 더 큰 생명의 세계와 연결하고 교류할 때 열리는 감각이다. 뇌교육에서 말하는 호흡과 명상의 생활화는 이런 감각을 깨우는 방법이다.

코로나19가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지구와 공감하려고 노력할 때 지금 겪고 있는 세계적인 고통은 새로운 문명시대로 가기 위한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