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참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도 지치고 마음마저 깊은 상처를 받을 때가 있다. 초등학교 교사로 첫 발령을 받은 2001년부터 지현주 선생님(42)은 교직을 자신의 천직이라 여겼다. 올해로 교직 20년 차를 맞은 지 교사는 자신의 열정과 생동감을 되찾은 계기를 이야기했다.

뇌활용 행복교육 교원연수를 통해 교직 인생 2막을 시작한 지현주 선생님. [사진=한국뇌교육원]
뇌활용 행복교육 교원연수를 통해 교직 인생 2막을 시작한 지현주 선생님. [사진=한국뇌교육원]

그는 묵묵히 소신을 다했지만 7년차가 되던 때부터 시간이 갈수록 힘이 들었다고 한다. “생활지도가 어려운 아이들과 학급 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 그리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업무와 학부모 민원처리 속에 점점 생기를 잃고 배터리가 닳아 없어지는 듯 했죠.”

자기계발을 위해 대학원에서 영어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교과서 집필과 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의 등 성취를 위해 애써보았다. 하지만 그 길 역시 끝없는 경쟁의 계단이 있을 뿐 그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진 못했다.

“제가 조금씩 참스승의 길에서 벗어나 월급 받는 직장인이 되어가더군요. 출근길에는 ‘오늘 하루 내 교실에서 아무 일이 없기를, 학부모 민원 없는 하루 보내기를’ 바랐죠. 억지로 하루하루를 버티다보니 2015년에는 에너지가 바닥났다는 걸 느꼈죠. 그 순간 스스로 움츠러드는 제 자신을 어떻게든 다시 일으켜 보고 싶었어요.”

지현주 교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진행된 뇌활용 행복교육 여름 직무 연수교육에서 강의를 했다. [사진=본인 제공]
지현주 교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진행된 뇌활용 행복교육 여름 직무 연수교육에서 강의를 했다. [사진=본인 제공]

그는 학급경영에 관련한 교원연수를 알아보다가 교육청 공문을 통해 한국뇌교육원이 주최하는 ‘뇌활용 행복교육’ 연수를 받게 되었다. 2017년 여름 짧다면 짧은 기간인 5일이었지만, ‘교육이 희망이다!’라고 확신에 찬 밝은 교직선배들을 보며 그는 큰 자극을 받았다. 지현주 교사는 뇌교육교과연구회에 가입하여 주 1회 선생님들과 만났고, 홍익교원연합에 가입하여 교직인생의 2막을 시작했다.

“제가 처음 담임교사가 된 뒤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반 아이들 이름을 외우는 것이었어요. 노력해도 잘 되지 않아 ‘나는 사람이름을 잘 못 외우는 성향이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뇌교육을 체험한 뒤 학급 아이들 하나하나가 진정으로 소중한 존재로 느껴지니까 아이들 이름이 절로 외워지더군요.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게 보였어요.”

그는 뇌교육 명상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진정한 교사의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면서부터 교실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180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올 한 해 우리 반에 문제가 안 생기고 조용하게 마무리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그 어떠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생활지도가 힘든 아이를 피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이제는 힘든 아이가 있다면 내가 담임이 되어 그 아이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자발성이 마음에서 싹트게 되었어요.”

그가 담임을 맡은 교실에서는 연중 매일 아이들과 뇌교육 활동을 한다. 아침시간 호흡명상으로 하루를 환하게 열고, 친구 간에 사랑주기 활동(어깨와 등을 토닥이며 풀어주는 동작) 등을 통해 교실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근력을 키우는 체조로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가고, 자기선언을 통해 자신의 미래 모습을 디자인 해 나갔다.

아이들과 함께 뇌활용 행복교육 활동을 하는 모습. (시계방향으로) 아침시간 아이들과 맨발걷기,  수업시간, 뇌파가 안정되는 이완명상을 하는 아이들,  아랫배를 튼튼하게 단전치기 뇌체조를 하는 아이들. [사진=본인 제공]
아이들과 함께 뇌활용 행복교육 활동을 하는 모습. (시계방향으로) 아침시간 아이들과 맨발걷기, 수업시간, 뇌파가 안정되는 이완명상을 하는 아이들, 아랫배를 튼튼하게 단전치기 뇌체조를 하는 아이들. [사진=본인 제공]

“연구회 활동을 통해 배운 내용을 적극적으로 반에 적용하고, 멘토링을 통해 선배 교사들과 교류하고 꼼꼼한 지도 조언도 받고 있어요. 뇌교육의 강점은 ‘큰 마음을 품어라. 큰 꿈을 꾸어라. 너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와 같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지식정보로 주입하지 않고 명상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생생한 생동감으로, 살아 움직이는 정보로 전한다는 것이죠. 깊은 명상을 통해 자기를 돌아보면서 본질적인 자신감을 회복한 아이들은 내면이 밝아지고 표정에 생동감이 넘치죠. 뇌교육 활동을 꾸준히 한 아이들은 무엇보다 인성이 바르고,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정성스럽게 합니다.”

학급에서 뇌교육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면서, 학부모님들과의 관계에도 많은 성장이 있었다. 그도 예전에는 거친 태도를 보이는 학부모들을 대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받아 힘들었다. 요즘에는 그들이 겉으로 하는 표현보다 그 마음속에 담긴 불안함, 속상하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공감되니 학부모들과의 소통도 자연스러워졌다. 아이를 위하는 진정한 조언도 가감 없이 하면서 실질적인 상담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홍익교원연합 교사들과 함께하는 맨발걷기. [사진=본인 제공]
홍익교원연합 교사들과 함께하는 맨발걷기. [사진=본인 제공]

그에게 학부모와의 소통과 관련하여 특히 마음에 남는 아이가 있다. 아버지가 홀로 돌보는 아이였다. 진석이(가명)는 교사에게도 욕을 하고, 폭력을 가하려는 등 생활지도가 몹시 어려워서 여러 선생님들을 곤란하게 했다. 그는 아이 아버지와 통화를 하려 여러 번 시도했지만 학교 측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진석이와 가정을 위하여 담임교사인 제게 주어진 1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그리고 아침마다 간단한 안부문자를 보내기 시작했어요. 출근길 길가에 핀 꽃 사진도 찍어 보내고, 아이가 모자를 쓰고 온 아침에는 ‘모자 쓴 진석이가 참 멋지네요.’, ‘오늘은 진석이 표정이 밝게 등교 했어요.’등 짧은 문자였지만 그 한 줄에 부디 간절한 나의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아침마다 보냈습니다. 그렇게 세달 정도 지난 즈음 마침내 진석이 아버지는 전화를 받으셨어요.”

그 뒤로 상담에 큰 진전이 있어 진석이의 학교생활이 몰라보게 달라지고 아이와 아버지의 관계 역시 크게 좋아졌다. “그 과정을 통해서 ‘사랑의 마음으로 정성을 드리면 안 되는 것이 없겠구나, 원하는 결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정성은 헛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듬 해 부터 그는 반의 모든 학부모님들께 아침마다 문자를 보냈다. 아침마다 담임교사로서 마음을 전하다 보니 우리 반 아이들뿐만 아니라 반의 모든 학부모님께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확장이 되었고,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을 갖춘 그는 아예 학부모들과 뇌교육 명상 연수를 격주로 1시간씩 지도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가정연계 교육의 일환으로 시작했는데, 연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면서 참석한 학부모 한 분 한 분이 단지 ‘학생 00의 어머니’가 아닌 귀한 존재 자체임이 느껴져 깊은 소통과 공감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지난해 11월 인근 학교에서 뇌활용 행복교육 콘텐츠 중 맨발걷기 강연을 하는 지현주 교사. [사진=본인 제공]
지난해 11월 인근 학교에서 뇌활용 행복교육 콘텐츠 중 맨발걷기 강연을 하는 지현주 교사. [사진=본인 제공]

지현주 선생님은 지난해 4학년 아이들 담임을 맡았다. 아직 어린 4학년 아이들은 헤어질 쯤 되니 “내년에도 우리 담임선생님이 되어 주세요. 다른 학교로는 가면 안 되요.”라고도 하고, 종업식 날에는 교실 문을 나서면서 울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로 “우리가 헤어져도 마음이 함께라면 우리는 하나야. 너희들이 살아가면서 홍익을 실천할 때, 그 때 나를 떠올려 준다면, 그 순간 ‘너희들의 스승이 되고 싶다’는 내 꿈은 이루어진 거야”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튿날 아이들은 ‘선생님! 저 집 앞 쓰레기 주웠어요. 선생님의 꿈이 이루어졌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그는 아이들의 순수함에 가슴이 뭉클했다.

지현주 선생님은 인터뷰를 마치며 지금 심정을 전했다. “뇌교육을 통해서 소진되었던 제 자신이 활기를 찾았어요. 교직이 힘들게만 느껴졌었는데 교실이 희망이고, 교사인 나 자신이 아이들에게 희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저는 이제 출근길이 몹시도 행복합니다. 나를 기다려주는 아이들이 있고, 이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이 아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으니 말이죠. 교사가 되어 너무나 다행입니다. 대한민국의 교사들이 모두 저처럼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