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자 한 명이 고등학교에 올라간다며 찾아왔다. 초등학교와 달리 성적으로 평가받는 중학교 내내 공부 못하는 자신은 존재감도 없어 힘들었다고 했다. 학원을 다녀도 수업만 들으면 머리가 너무나 아파 결국엔 그것도 그만두었다고 하소연했다.

한참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직도 우리 교육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교육시스템에서 변화가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하위라는 이야기를 10여 년 전부터 들어왔지만, 지금도 현실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김진희 교사 (신상계초등학교)
김진희 교사 (신상계초등학교)

 

제자와 헤어지며 다시 한 번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았다. 학습능력이 좋은 소수의 학생만 인정받고 성장하는 지금의 교육환경 속에서 모두가 행복한 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걸까? 지금의 교육 시스템이나 사회의 지배적인 경쟁의 패러다임, 가치관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는 현실적 상황에서, 그래도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평가해서 만들어진 자신의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우리 모두의 뇌에는 무한한 가능성과 선택하면 이루어지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긍정적인 정서 만들기로 시작하자

많은 아이가 경쟁 속에서 잘 안 되고 실패했을 때 주눅 들었던 체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난 못해, 난 못났어,  잘하는 게 없어, ’라고 자신을 낮게 평가하고 스스로 자꾸만 작아지게 만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무기력한 아이도, 산만하거나 문제행동을 일삼는 아이도 들여다보면 자신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생각과 주변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하다.

이런 아이들에게 아무리 ‘넌 할 수 있다’고 말해보았자 소용없는 일이다. 우선 부정적인 감정과 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이제 도전을 통해 자기 자신의 놀라운 잠재력을 발견해 낼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에 빠져있을 때는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 때, 아이들은 변화하고 성장의 의지를 내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뇌교육적인 방법을 실천하면서 먼저 신체의 활력을 높이면 부정적 정서를 가진 아이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그렇기에 신체의 활력 높이기야말로 부정적인 태도를 바꾸는 해법이라고 믿게 되었다. 긍정적인 정서 상태에서 더 나은 선택과 도전도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무기력하거나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만나면 그 아이의 몸 상태부터 주의 깊게 살피고 긴장하고 있는 자기 몸의 상태를 스스로 알아차리게 하는 활동부터 시작한다. 아이들과 만나서 처음으로 하는 활동이 ‘나의 몸 점검하기’이다. 엇갈려 깍지 낀 손을 안으로 넣어 쭉 뻗어보는 동작, 다리를 붙이고 아래로 숙이는 동작 등으로 몸의 유연성을 측정하고, 눈 감고 제자리 걸어보기, 눈 감고 좌우 번갈아 다리 들고 균형 잡기로 몸의 좌우 균형을 측정한다. 이런 활동을 하고 나면 내 어깨나 등이 얼마나 긴장하고 딱딱한지, 몸이 한 쪽으로 얼마나 치우쳐 있는지 스스로 알게 된다.

그리고서 현재 몸 상태가 나의 뇌 상태이고, 뇌의 상태에 따라 내 마음과 생각이 결정된다고 설명해준다. 지금 이유 없이 짜증나고 자꾸 화가 난다면, 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다 귀찮다면, 내 몸 상태부터 바꾸어야 하고, 몸을 통해 마음을 조절하는 방법을 1년 동안 우리가 함께 연습하게 될 거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우리 반에서는 아침마다 10분에서 20분 정도 뇌체조(체조를 통해 뇌를 활성화한다는 의미로 뇌체조라 부른다)와 같은 신체활동을 한다. 몸을 늘이고, 비틀고, 돌리고, 두드리는 등의 신체활동을 해주면 근육과 관절은 부드러워지고 살짝 땀이 나며 몸의 온도가 기분 좋게 올라간다. 몸의 상태가 이렇게 변하면 뇌파가 안정되고 뇌의 많은 영역이 활성화되면서 저절로 태도와 말이 부드러워지고 마음도 밝아진다. 그리고 수업에 참여하는 태도도 적극적으로 변한다.

작년에는 꾸준히 했던 뇌체조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연말에 반 아이들에게 아침 뇌체조가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여기에 아이들은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하고 나면 뿌듯하다.’, ‘점점 내가 나아지는 것이 신기했다.’, ‘뭔가 의욕이 생겨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적었다. 이것으로 몸을 쓰는 활동이 마음의 변화로도 이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뇌는 신체, 정서, 인지가 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몸이 변하면서 마음과 생각이 변화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도 할 수 있구나.’하는 마음이 들게 하려면 몸부터 가볍게, 활기 넘치게 바꾸면 될 것이다.

경쟁과 낮은 평가로 자신감을 잃고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자신도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면 몸의 에너지부터 충전시켜 주는 것이다. 몸의 에너지가 충분히 채워지면 우리의 뇌는 자신을 믿고, 원래 갖고 있는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내 몸의 에너지를 관리하고 채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이 어려운 교육환경 속에서 지쳐버린 아이들을 지켜내는 방법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가능성을 끌어내 빛나게 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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