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돼지를 한 마리씩 철로 된 단칸우리에 고정시켜 틀 사이로 젖을 먹는 새끼돼지들을 보면 생명체라기보다 생산기계로 다루는 듯하다. 예민한 어미돼지로 인해 새끼돼지를 해치는 걸 방지하고 생산량을 증대하기 위해 현재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는 방식이다. 최근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럽연합(EU) 모든 회원국은 임신한 돼지의 고정틀 사육을 금지하고 있다.

(시계방향으로) 기존의 개체별 고정틀, 동물복지를 위해 무리지어 사육하는 군사사육 시설 방식인 반스톨(기존 고정틀에서 뒷부분 틀 제거)방식, 자동급이 군사 시스템(전자식 사료 자동 급이장치가 설치된 시설), 자유출입스톨(돼지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스톨). [사진=농촌진흥청]
(시계방향으로) 기존의 개체별 고정틀, 동물복지를 위해 무리지어 사육하는 군사사육 시설 방식인 반스톨(기존 고정틀에서 뒷부분 틀 제거)방식, 자동급이 군사 시스템(전자식 사료 자동 급이장치가 설치된 시설), 자유출입스톨(돼지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스톨). [사진=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은 임신한 어미돼지를 무리지어 키워도 새끼돼지의 수와 체중이 현행 고정틀 사육방식과 다름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존 사육시설인 고정틀 방식과 동물복지를 감안한 무리 사육시설인 반스톨, 자유출입스톨, 자동급이군사시스템 등 총 4종 사육시설별 관찰을 진행했다.

사육시설에 따른 어미돼지의 번식성적과 복지수준을 비교분석한 연구 결과, 새끼돼지의 수는 고정틀(단칸우리) 방식의 경우 12마리, 무리 사육시설은 11.75마리이다. 새끼돼지의 체중은 고정틀의 경우 1.50kg, 무리 사육시설은 1.53kg으로 의미있는 차이가 없다.

임신기간도 모든 시설에서 115일 정도로 나타났고, 새끼돼지 출생간격도 비슷했다. 그러나 여러 마리의 어미돼지 간 서열다툼으로 어미돼지의 피부상처가 더 많이 나타났다. 유럽연합의 경우 서열다툼 완화를 위해 보호칸막이와 짚, 헝겊 등 환경보조물을 활용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 시행하는 ‘축산법 시행령‧규칙’에 의하면 신규 가축 사육업 허가를 받으려면 교배한 날부터 6주가 경과한 임신돼지는 군사공간에서 사육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군사 사육시설의 적정 사육면적 수준 설정, 환경보조물 개발 등으로 어미돼지 서열 다툼 감소방안을 마련하고 2021년까지 군사사육 시설별 사양관리 매뉴얼을 보급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조규호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장은 “동물복지를 고려한 사육방식으로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양돈농가도 새로운 사육방식에 열린 마음으로 준비하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