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봉지를 뜯는다…비닐장갑을 낀다…식빵 하나를 접시에 내려 놓는다…’

언제나 손쉽게 쨈과 치즈를 넣어 해먹는 샌드위치 만들기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명령어로 사고체계를 해나가며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다. 다 된 것 같은데 멘토대학생과 실행해보면 막히고, 혼자 고민하고 다시 의논해가며 실행해갔다.

아동청소년 두뇌코칭전문기관 BR뇌교육이 주최한 '천지화랑 캠프'에서 샌드위치 코딩을 실습하는 아이들. [사진=강나리 기자]
아동청소년 두뇌코칭전문기관 BR뇌교육이 주최한 '천지화랑 캠프'에서 샌드위치 코딩을 실습하는 아이들. [사진=강나리 기자]

지난 8일 아동청소년 두뇌코칭 전문기업 BR뇌교육(비알뇌교육)에서 진행하는 ‘제18기 천지화랑 캠프’ 6일차 브레인스크린 수업에 참가한 아이들은 직접 실행해보며 논리적인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고 코딩을 이해해 나갔다.

모둠마다 담임을 맡은 멘토 대학생은 “혼자 하지 말고 함께 해봐. 그래야 풀리지. 그래 맞아. 정말 잘했어.”라고 조언했다. 격려와 칭찬 속에 다 만든 아이들은 무대 앞으로 나와 코딩과정을 발표하고, 친구들과 즐겁게 샌드위치를 먹으며 함께 미션을 풀었다는 기쁨을 나눴다.

오후에는 전통무예를 기반으로 한 천부신공을 익혔다. 캠프 중 세 번에 거쳐 배운 동작을 하나하나 해 나가며 힘차게 구령을 외치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했다. 쉬는 시간에도 트레이너에게 달려가 기본동작과 연결동작을 해보이며 자랑하고, 어려운 동작을 물어가며 열정을 보였다. 이어 신나는 음악과 함께 큰북을 두드리고 흥겹게 춤을 추며 끼와 재능을 발산하고 부모님께 자랑할 영상도 찍었다.

우리 전통무예를 기반으로 한 천부신공을 배우고, 큰북 난타로 풍류를 배우는 아이들. [사진=강나리 기자]
우리 전통무예를 기반으로 한 천부신공을 배우고, 큰북 난타로 풍류를 배우는 아이들. [사진=강나리 기자]

겨울방학을 맞아 3일부터 9일까지 7일간 진행한 천지화랑 캠프에는 전국에서 초등학교 3, 4학년 학생들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캠프에서 AI(인공지능)시대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내일을 이끌어 가는 인재로서 필요한 역량을 자신 안에서 발견하고 키우는 기회를 가졌다.

첫날 울며 떼를 쓰기도 했던 아이들도 어느새 친구들, 대학생 멘토와 어울려 미션을 풀고 모둠 수업을 하고 발표를 하면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아이들은 대학생 멘토와 함께 쉽게 인문학과 수학, 영어 등을 접근해 친구들과 함께 풀어가며, 해야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하고 싶은 공부로 흥미를 찾아냈고 협업하는 법을 익혔다. 또한 천지화랑 미니운동회를 열고 전통무예인 천부신공을 배웠고, 큰북 난타로 우리 고유의 풍류를 익히며 마음껏 체력을 키우고 호연지기를 펼쳤다.

또한, 직접 무령왕릉 등 백제문화현장을 탐방하고 모둠발표를 하기도 하고, 국학워크숍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리더십과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갔다. 6일차에는 그동안 배운 것들을 무대에서 발표하고, 춤과 노래와 장기를 펼치며 파티를 즐기기도 했다.

천지화랑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 (왼쪽부터) 소현성 (초4)학생, 박세인 (초4) 학생, 하나린(초3) 학생. [사진=강나리 기자]
천지화랑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 (왼쪽부터) 소현성 (초4)학생, 박세인 (초4) 학생, 하나린(초3) 학생. [사진=강나리 기자]

캠프에 참가한 하나린(인천 발산초3) 학생은 “제가 영어를 좋아하는데 학원에서 동사, 소유격처럼 외워야할 게 많아서 머리가 어질어질했거든요. 여기서는 저한테 딱 맞춰서 해주고 쉽게 설명해주니까 마음도 편해지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오늘 샌드위치 코딩을 했을 때는 로봇을 조정하는 느낌이었어요. 사람의 지식을 똑같이 넣어주면 될 줄 알았는데, 명령어를 구체적 써야하는 게 조금 어려웠어요. 그래도 수정하고 수정해서 샌드위치를 완성했을 때 기분이 좋더라고요.”라며 웃었다.

하 양은 자신의 변화에 대해 “이번 캠프에서 수학에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가장 못하는 게 ‘규칙 배우기’였어요. 시험에서 70점, 80점을 맞아 속상했는데 캠프에서는 설명을 잘해주는 멘토 선생님이 있어서 좋았어요.”라며 “오기 전에는 캠프가 그게 그거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막상 와서 새로운 걸 도전해보니까 달랐어요. 도전하기에 좋은 캠프예요. 그리고 모둠수업을 하면서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학교에서는 제가 주로 도와주는 편이었는데, 캠프에서는 도움을 받는 법을 알게 되고 자신 있게 도와달라고 할 수 있게 되었어요.”라고 했다.

소현성(서울토성초4) 학생은 “캠프에서 처음으로 천부신공을 배웠어요. 운동을 좋아하지만 우리나라 무예는 처음이고 별로 재미없을 줄 알았죠. 해보니 동작이 너무나 멋있고 재미있어요. 그리고 캠프 중에 모둠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상품을 개발하고 사람들에게 장점을 설명하는 프로젝트 발표를 했어요. 친구들끼리 세상에 없는 것을 구상해보고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려 발표하는 게 재미있었어요.”라며 “학교나 학원에서는 협동심을 기를 기회가 많지 않아요. 캠프에서는 처음에 잘 맞지 않아 막막했는데 하다 보니 팀워크가 잘 되었어요. 저도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게 되었고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천지화랑캠프에 멘토로 참가한 대학생 이장수(UNIST 2학년) 군. [사진=강나리 기자]
천지화랑캠프에 멘토로 참가한 대학생 이장수(UNIST 2학년) 군. [사진=강나리 기자]

천지화랑 캠프에 대학생 멘토로 참가한 이장수(울산과학기술원 UNIST 2학년) 군은 “트레이너께서 아이들의 잠재력을 자신에게 일깨워주라고 하셨어요. 아이들이 게임이나 유튜브에 빠져 자기를 돌아보는 힘이 약해 잠재력을 잘 모른다고요. 그래서 표현지를 보고 아이의 장점을 찾아 칭찬을 하고, 발표를 많이 시키려고 노력했죠. 한 아이가 ‘내가 수학을 잘 하나 봐요.’라고 놀라워하더군요. 그때까지 수학에 재능이 있다는 걸 몰랐던 거죠.”라고 경험을 이야기했다.

또한 이 군은 “캠프를 진행하는 동안 소심했던 친구들이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하고 표현하면서 자신감이 넘쳐서 나중에는 서로 손 들고 발표하려고 했어요. 산만해서 집중하지 못하던 아이도 이제는 앉아서 집중하고 표현지에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도 훨씬 잘하게 되었죠.”라고 했다.

천지화랑 캠프에 멘토로 참여한 대학생 정성신(홍익대 3학년) 군. [사진=강나리 기자]
천지화랑 캠프에 멘토로 참여한 대학생 정성신(홍익대 3학년) 군. [사진=강나리 기자]

정성신(홍익대 3학년) 군은 “저도 맡은 아이들 중 말을 잘 듣지 않고 앉아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아이가 있어 ‘과연 앉힐 수 있을까?’고민했어요.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며 주도적으로 활동을 하며 점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죠.”라며 “캠프에서 소수의 아이와 멘토가 만나 가까이에서 교감하는 게 좋았어요. 멘토가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보고 찾아보고 활동하고 발표하면서 쌍방교류를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라고 했다.

그는 “인문학수업 때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는 누구인지 자신을 규정해나갔어요. 백범 김구 선생님의 ‘나의 소원’을 읽고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을 되새겨보기도 하고, 지구에 대해서도 생각했죠.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에게도 쉽지 않은 질문인데, 아이들이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는 모습이 대단했어요.”라고 말했다.

정성신 군은 “내년에 학교에 교생으로 실습을 나가는데, 앞서서 아이들을 가르칠 기회가 되었죠.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에서 멘토로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아이들이 단기간에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던 건 제게 행운이었어요.”라고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