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자전거종주 3회, 국토대장정 2회, 무전여행 등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한 청소년이 있다. 지난해 3월, 국내 최초 고교 완전자유학년제를 시행하는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5기로 입학한 박정민(20) 양은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2014년 우리나라 첫 자유학년제 고교 대안학교로, 인격완성을 삶의 목적으로 정하고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성영재 육성을 위해 설립되었다. 한국형 자유학년제의 모델로 혁신적인 교육시스템을 인정받아 일본과 미국에서도 개교하며 국제적인 학교로 발돋움했다. 또한, 교수‧CEO‧변호사‧방송인 등 1,000여 명의 전문직 멘토가 학생들에게 프로젝트 멘토링, 직업 현장 체험 및 꿈과 인생에 대한 조언을 제공한다.

정민 양은 일반 고등학교에서 1학년을 마치고 자유학년제를 선택하며 미래를 그려나갔다. 벤자민학교 5기 과정을 마치고 6기에 재입학해 자신이 살아가는 이 세상을 학교로 삼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반 고등학교를 떠나 자유학년제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그려나가는 박정민 양은 세상을 배경으로 많은 것을 경험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일반 고등학교를 떠나 자유학년제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그려나가는 박정민 양은 세상을 배경으로 많은 것을 경험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중학교 2학년까지 만해도 성격이 밝은 편이었어요. 하지만 3학년이 되면서 학업에 대한 부담을 느꼈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는 우울증도 겪었죠. 친구들과의 교우관계도 원만하지 못했고,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힘들어하는 제 모습을 본 어머니가 벤자민학교를 권유하셨지만 처음에는 가고 싶지 않았어요. 벤자민학교에 입학하려면 ‘인성영재캠프’를 이수해야 하는데 어머니가 캠프라도 한번 다녀오라고 하셨죠. 캠프에서 벤자민학교가 무작정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찾아 배우는 학교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것이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정민 양은 독서와 글쓰기, 언어공부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산책을 하면서 주변 경치를 둘러보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학업에 대한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자 벤자민학교에 왔지만 막상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으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한다.

“입학한 후 벤자민학교 오현호 멘토님의 책 ‘나는 길이 없는 곳으로 간다’ 라는 책을 읽었어요. 회사원에서 파일럿이라는 꿈을 이루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는데, 그 분이 가장 먼저 도전하셨던 프로젝트가 무전여행이었어요. 저도 무전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혼자서 하기에는 두려웠죠. 아무 것도 안할 수는 없어서 여성가족부에서 주최하는 몽골 해외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지원했어요.

하지만 서류심사에서 불합격했고, 내가 앞으로 뭘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나 자신에게 용기와 믿음을 주고 싶었고, 나도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이번에는 제주도 자전거 종주에 도전했습니다. 이후에 동해안자전거길 400km와 금강자전거길 200km을 종주하고, 국토대장정에도 도전하면서 자신감을 키우는 시간을 가졌어요.”
 

3번의 자전거종주와 2번의 국토대장정을 통해 정민 양은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며 자신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진=본인 제공]
3번의 자전거종주와 2번의 국토대장정을 통해 정민 양은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며 자신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진=본인 제공]

이러한 한계도전 과정을 통해 정민 양은 ‘용기’를 얻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그리고 선택한다면 자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실패를 떠올리며 두려워하기 보다는 최선을 다하며 도전하는 능력이 생겼다. 그 능력을 발휘하고자 정민 양은 지난 10월, 무전여행에 도전했다.

“나를 믿을 수 있게 되니 무엇이든 도전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내가 지금까지 해온 도전을 떠올리며 나를 의심하기보다는 나의 선택에 확신을 갖고 두려워하지 않았죠. 무전여행을 어떻게 하는지 알기 위해 두 달 동안 무전여행을 하셨던 멘토님을 찾아가 많은 것을 여쭤봤고, 재미있겠다는 기대감이 올라왔습니다.

편의점에서 버리는 박스를 구해서 매직으로 행선지를 적고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돌아다녔는데, 생각보다 금방 차가 잡혔어요. 가는 길이 아닌 분들도 데려다 주겠다며 흔쾌히 태워주셨죠. 밥을 사주신 분도 있었고, 기특하다며 돈을 쥐어주신 분도 계셨죠. 제 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두 발로 걸으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움직였어요. 익산, 부안, 정읍, 광주, 목포 등 전라도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낯선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능력이 많이 생겼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자신의 발길이 닿는 대로 자유롭게 무전여행을 한 박정민 양은 자신을 더욱 믿게 되었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사진=본인 제공]
자신의 발길이 닿는 대로 자유롭게 무전여행을 한 박정민 양은 자신을 더욱 믿게 되었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사진=본인 제공]

다양한 한계도전 활동을 경험하며 큰 자신감을 얻은 정민 양이지만 그보다는 다른 활동이 본인을 더욱 변화시켰다. 그것은 바로 매일 일기를 쓰는 것과 매일 운동을 하는 ‘꾸준히 프로젝트’ 이다. 지금도 매일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는 정민 양은 자신이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볼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우울하거나 기분을 전환하고 싶을 때 일기를 많이 썼어요. 내 안에 있던 감정들을 글로 풀었던 거죠. 그래서인지 초반에는 일기에 부정적인 말들도 많았어요. 벤자민학교 워크숍이나 오프라인 수업 때 배운 뇌교육을 통해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면서 긍정적인 말을 써보려 했죠. 그러면서 제 얼굴이 점점 더 밝아졌다고 주변에서 말을 해주셨죠. 벤자민학교 6기에 재입학을 하고 난 후부터는 매일 일기를 쓰면서 긍정적인 말과 함께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매일 운동하기는 팔굽혀펴기와 스쿼트를 100개씩 하고 있어요. 벤자민학교에서는 팔굽혀펴기부터 물구나무를 선채로 걷는 12단계 과정의 체조인 ‘벤자민 12단’을 하는데, 가장 기본이 팔굽혀펴기거든요. 물구나무를 서기 위해 매일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근력을 키우고 있고, 스쿼트는 사람의 열정을 끌어올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매일 하고 있습니다.”

박정민 양은 벤자민학교를 다니면서 매일 일기를 쓰고 운동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자신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박정민 양은 벤자민학교를 다니면서 매일 일기를 쓰고 운동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자신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남들이 정해준 길이 아닌 자신 만의 길을 개척하며 인생의 가치를 찾은 정민 양은 번역가의 꿈을 꾸고 있다. 정민 양은 언어에 대한 관심을 키워 영어 공부를 집중적으로 할 계획이다.

“일반 학교에서는 공부를 왜 하는지 잘 몰랐죠. 벤자민학교를 다니면서 내 꿈을 찾고, 공부를 해야 되는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이기에 열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계를 누비면서 봉사활동도 하고 싶고, 현지에서 일을 하며 경비를 모으며 내 발길 닿는 곳으로 다니는 여행을 하고 싶어요. 커다란 지구를 몸소 체험하며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