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가산중학교(교장 이한민)는 올 한해 갈고 닦은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는 축제 ‘목은제-윈터 원더랜드(Winter Wonderland)’를 개최했다. 악기연주와 댄스, 치어리딩 등 공연 가운데 전통스포츠인 국학기공 공연이 펼쳐졌다.

가산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반 학생들이 학교축제인 목은제에서 태극기공을 선보였다. [사진=김경아 기자]
가산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반 학생들이 학교축제인 목은제에서 태극기공을 선보였다. [사진=김경아 기자]

이날 목은제 축제 무대에 오른 13명의 학생들은 청홍배자의 무복을 입고 기운차고 부드러운 태극기공을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공연을 마친 아이들 몇몇을 만났다.

2학년 김세진 학생은 “처음엔 생소했는데 전통을 살린 스포츠여서 재미있어요. 국학기공을 하면서 성격이 좀 온화해지고 차분해졌죠. 항상 어깨가 아팠는데 많이 좋아졌어요.”라고 했다. 한세진 학생은 “기공과 명상을 하면서 진지해졌어요.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된 점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라고 했고, 1학년 김미나 학생은 “남 앞에 잘 안 나서고 발표도 안했는데, 자신감이 생겨서 지금은 남들 앞에서 나를 잘 표현할 수 있어요.”라고 변화를 말했다.

2학년 이우진 학생은 “1,2학년이 섞여서 협력하는 게 좋았어요. 처음에는 서로 동작이 안 맞아서 짜증도 내고 했는데, 나중에는 마음이 잘 맞아 기분이 좋고 기뻤어요.”라며 “전에는 화를 잘 못 참았는데 국학기공을 하면서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겼죠.”라고 했다.

2학년 김민재 학생은 “국제대회에서 많이 떨렸어요. 국학기공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재미있어요.”라고 했고, 강지현 학생은 “저도 대회에 출전해서 좋았어요. 기마자세를 많이 하니까 학기 초보다 하체도 단단해졌어요. 피곤하면 늘 누워있었는데 요즘은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요.”라고 했다.

가산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반 아이들. 이 학생들은 지난 11월 12개국에서 출전한 제7회 서울국제 생활체육 국제국학기공대회에 출전했다. [사진=김경아]
가산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반 아이들. 이 학생들은 지난 11월 12개국에서 출전한 제7회 서울국제 생활체육 국제국학기공대회에 출전했다. [사진=김경아]

가산중학교는 올해 3월 골프, 댄스와 함께 국학기공을 학교스포츠클럽 종목으로 선정했다. 마기화 체육부장 교사가 학교스포츠클럽 관련하여 서울시교육청에 등록된 자료들 중 우리 문화를 알고 정서발달에 꾀할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을 두고 있다가 추진했다. 대한국학기공협회에서 고영아 강사와 우병호 강사가 파견되어 1년 간 전교생 450명 가운데 150여 명이 매주 목요일 학교스포츠클럽 데이에 국학기공을 지도했다.

그중 11명이 지난 11월 열린 제7회 서울국제 생활체육 국학기공대회에 청소년부로 출전해 세계 선수들과 겨룬 바 있다. 수상을 하지 못했으나 도입 1년 만에 빠른 성장을 한 것이다.

가산중학교 이한민 교장은 “중학생들이 심리적‧정서적 안정이 부족한 면이 있고, 강의식 교육 속에서 스트레스가 많고 배려심이 부족하기도 하다. 그런데 국학기공을 하면서 안정되고 무엇보다 자존감이 향상이 되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가산중학교는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학교로, 서울 시내에 비해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학업성적도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학생들의 자존감이 낮은 편이었다고 한다.

마기화 체육부장교사는 “우리 학교에는 2개의 특수학급이 있다. 그 학생들이 특히, 체육활동에서는 한쪽에서 관람을 하거나 서 있기만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국학기공을 할 때는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처음에는 어설펐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습해서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가산중학교에 국학기공을 도입한 학교스포츠클럽 담당 마기화 체육부장 교사. [사진=김경아 기자]
가산중학교에 국학기공을 도입한 학교스포츠클럽 담당 마기화 체육부장 교사. [사진=김경아 기자]

마 교사는 “비장애 학생들도 특수반 학생들이 못한다고 외면하지 않고 같이 가려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특수학급이 정규학교에 편입된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서로 이해하고 더불어 같이 살자는 뜻인데 현실에서는 그 아이들과 같은 조에 편성이 되어 평가를 받으면 뒤처지니 꺼려하기도 한다. 특수학급 학생들도 피해를 줄까봐 피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이어서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특히 국학기공은 서로 이해하며 호흡을 맞추고 협력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장점을 이야기 했다.

그는 “못하는 친구는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좀 더 노력하고 잘 하는 친구는 돕고 배려하며 협력한다. 국학기공에서 그런 점이 많이 발현되더라. 아이들이 서로 배려하고 부족함이 있으면 채워주려는 모습을 보며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며 “1년 간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의 표정이다. 학생들의 얼굴이 정말 많이 밝아졌다. 얼굴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지 않나.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데 적합한 운동이라고 판단했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또한 그는 “국학기공은 정중동(靜中動)의 스포츠이다. 뛰어놀던 아이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잡아주고 그것을 또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다시 고요하게 호흡으로 마무리해준다. 학생들의 정서변화에 도움이 되고 자기감정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현재 교육을 가르치려고만 했지 아이들이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바라보게 하지 못했는데 국학기공에는 명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청소년에게 내가 뭘 원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질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끝으로 이한민 교장은 국학기공반 학생들에게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자아발견과 자존감 향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격려했고, 마기화 교사는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행복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가산중학교는 앞으로는 일반반과 심화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 이미 경험한 아이들 중 좀 더 변화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심화반을 구성하고, 방과후 교실도 운영할 예정이다.

가산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반을 지도하는 고영아 강사(왼쪽)과 우병호 강사. [사진=김경아 기자]
가산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반을 지도하는 고영아 강사(왼쪽)과 우병호 강사. [사진=김경아 기자]

학생들을 지도한 우병호 강사는 “아이들이 처음에 접하고 신기해하고 관심도 많이 갖게 되었다. 지도할 때 마무리에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하여!’라는 구호를 했는데, 쑥스러워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복도를 지날 때 마주치면 그 구호를 외친다.”며 “아이들에게 새로운 열정이 생기고 있다는 걸 느꼈다. 기공을 할 때 집중도가 매우 높다.”고 했다.

그는 “특수반 학생들이 처음에 동작이 어눌해도 적극적으로 기공대회에 출전하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대회를 앞두고 자주 연습을 했는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더디어도 꾸준히 했고, 출전했을 때도 오늘도 놀랍도록 호흡을 잘 맞췄다.”고 전했다.

고영아 강사는 “국제국학기공대회를 준비하면서 한 달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2주 전부터는 매일 아침 8시에 모여 연습했다. 연습에 참가하지 못한 아이들이 대회 전날까지 끝까지 연습을 하며 자신이 한 약속에 대해 책임지려는 모습이 기특했다. 지도하며 아이들의 자신감이 향상된 것을 볼 수 있다. 1학년 한 아이는 처음 연습할 때 항상 구석에 있는 편이었는데 국제대회 출전하고 나니 친구들을 이끌고 오더라.”라고 했다.

우병호 강사는 “지금처럼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방법을 알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아이다운 얼굴을 보이려면 자기가 주도적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문화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많은 학교에서 국학기공이 활성화 되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