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이 11월17일 덕수궁 중명전 앞뜰에서 개최됐다.

국가보훈처(처장 박삼득, 이하 보훈처)는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해 ‘제80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을 중명전 앞뜰에서 개최했다. 오전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려 기념식 분위기를 숙연하게 했다.

순국선열의 날은 1939년11월21일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에서 유명·무명 순국선열을 한날에 공동으로 기리기 위하여 기념일을 정했다. 을사늑약이 있던 1905년 11월 17일을 전후하여 나라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분이 순국하였고, 국권이 사실상 침탈된 을사늑약 체결일을 ‘순국선열공동기념일’로 정한 데서 유래한다.

제80주년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대금산조 원장현 명인(사진 왼쪽)이 대금으로 '낙화'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제80주년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대금산조 원장현 명인(사진 왼쪽)이 대금으로 '낙화'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이날 기념식은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정부주요인사, 각계대표, 독립유공자와 유족, 시민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의례, 기념공연(1막), 약사보고, 독립유공자 포상, 기념사, 기념공연(2막), 순국선열의 날 노래 제창 순으로 열렸다.

이번 기념식은 ‘들꽃처럼 불꽃처럼’이라는 주제로 들꽃처럼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무명(無名) 순국선열을 기리고, 순국선열의 독립정신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희망의 표상이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행사 장소인 ‘덕수궁 중명전’은 114년 전 강압적으로 을사늑약이 늑결된 아픈 역사의 현장으로 ‘순국선열의 날’ 중앙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는 나라를 먼저 생각한 순국선열들을 기리고, 과거의 역사를 거울삼아 다시는 이를 되풀이하지 않는 다짐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덕수궁 중명전에서 17일 열린 제80주년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약사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덕수궁 중명전에서 17일 열린 제80주년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약사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기념식에서 애국가는 독립유공자 후손 2명이 선도 제창하여 기념식에 의미를 더했다.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선생의 4대손 최일리야(17)와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강수원 선생의 손녀 뮤지컬배우 강신혜(34)씨가 애국가를 선창했다.

기념공연 1막은 ‘역사를 마주하다’라는 주제로 국악인 원장현 씨가 대금으로 ‘낙화’를 연주해 분위기를 엄숙하게 했다. 이어 뮤지컬 배우 장동혁과 전수미가 을사늑약 체결 직후 독립운동가의 울분과 국권회복의 다짐을 온 힘을 다해 극과 노래로 표현하여 중명전을 울렸다.

이어 ‘순국선열의 날’ 맞아 독립유공자 포상자 중 다섯 분이 포상을 받았다. 항일 비밀결사 독서회를 만들어 활동하시다가 체포되어 옥중 순국한 고 권태용 님께 건국훈장 애국장이 수여됐다. 일본인 교사의 민족 차별 언행에 대항하다 체포되어 옥고를 치른 ‘지익표 지사’ 께 대통령 표창을 포상했다.

제80주년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이낙연 총리가 독립유공자을 포상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제80주년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이낙연 총리가 독립유공자을 포상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이낙연 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순국선열의 날;을 우리는 오늘 처음으로 이곳 중명전에서 연다. 중명전은 망국의 통한이 서린 곳이다. 1905년 오늘 이 자리를 일제는 총칼로 에워싸고 을사오적을 앞세워 대한제국의 국권을 빼앗았다”며 “오늘 우리는 망국의 치욕과 선열들의 피어린 투쟁을 기억하며, 나라와 겨레를 다시는 위태롭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 위해 이곳 중명전에서 ‘순국선열의 날’을 기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리는 “오늘 우리는 망국의 현장 중명전에서 순국선열의 영전에 다시 맹세한다. 114년 전과 같은 통한을 다시는 겪지 않을, 힘차고 미더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 후대에 남기겠노라고 약속한다”고 말하고, “벌써 70년을 훌쩍 넘긴 분단을 지혜롭게 극복해가면서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착실히 나아가겠노라고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7일 덕수궁 중명전에서 열린 제80주년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17일 덕수궁 중명전에서 열린 제80주년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기념공연 2막은 ‘독립정신을 잇다’라는 주제로 모짜르트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라틴어로 슬픔의 나날)’를 피아노 5중주로 연주하고, 안동시소년소녀합창단 등 전 출연진이 함께 가곡 ‘들꽃’을 대합창함으로써 이름도 없이 들꽃처럼 살다 간 무명 선열을 추모했다.

이어 참가자 모두 ‘순국선열의 노래’ 제창으로 순국선열을 추모했다.

덕수궁 중명전에서 17일 열린 제80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전 출연진이 함께 가곡 ‘들꽃’을 대합창함으로써 이름도 없이 들꽃처럼 살다 간 무명 선열을 추모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덕수궁 중명전에서 17일 열린 제80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전 출연진이 함께 가곡 ‘들꽃’을 대합창함으로써 이름도 없이 들꽃처럼 살다 간 무명 선열을 추모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아울러, ‘순국선열의 날’ 계기행사로 (사)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주관으로 17일(일) 오후 2시에는 서대문독립공원(독립관)에서 ‘제80회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영령 추모제’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