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국학원(원장 권나은)은 지난 13일,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제196회 국민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강좌에는 조옥구 전 명지대학교 민족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언어와 문자에 담긴 한민족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한자 연구를 통해 한민족의 정체성을 밝히는 작업을 오랫동안 전개해온 조 교수는 ‘한자의 비밀’, ‘백자초문’, ‘신 설문해자’, ‘문자를 주목하라’, ‘한자의 기막힌 발견’ 등 다양한 저서를 통해 한자의 깊은 뜻을 알려왔다.
 

조옥구 전 명지대학교 민족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지난 13일,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제196회 국민강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민석 기자]
조옥구 전 명지대학교 민족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지난 13일,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제196회 국민강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민석 기자]

조옥구 교수는 “우리는 세계의 문자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을 받는 한글을 보유한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한글을 안다는 것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한글의 뛰어난 명성에 비하면 너무 빈약하다. 손을 손이라 부르고, 발을 발이라 부르는데 맨 처음 이런 이름을 붙인 사람들이 아무 의미 없이 우연히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의미를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한글학자들이 한글을 연구하면서 한자를 배척했기에 한글 연구가 한계에 도달해서 그렇다. 한자는 한글의 뜻풀이 사전이나 다름없다. 오늘 이 자리에서 한자의 도움을 빌려 우리의 문자와 문화에 대해 파헤쳐보고자 한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조 교수는 “말은 뜻이 담긴 소리이다. 하지만 소리는 생각을 전달하고 보관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말을 담아놓을 그릇이 필요한데 문자(文字)가 그 역할을 한다. 문자는 말의 한계를 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 속에 어떤 뜻이 담겨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學(배울 학), 覺(깨달을 각)에서 윗 부분은 옛 귀신 귀 자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이 글자들은 윗 부분에 옛 귀신 귀 자를 빼고, 文(글 문)을 넣으면 斈(배울 학/동자), 斍(깨달을 각/동자)로도 쓸 수 있다. 首(머리 수)를 보면 위에 뿔 두 개가 있는데 옛 조상들은 머리가 하늘의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생각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뿌리를 내린다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를 종합해보면 우리의 머리 하늘의 정보를 받는 기관이라는 뜻이다. ‘문’은 하늘과 소통하는 우리의 머리를 뜻하고, ‘문자’는 머리라는 문으로 내려온 하늘의 모습이라고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제196회 국민강좌에서 조옥구 전 명지대학교 민족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민석 기자]
지난 13일,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제196회 국민강좌에서 조옥구 전 명지대학교 민족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민석 기자]

이어 조 교수는 亨(형통할 형)의 옛 모양을 예로 들어 “맨 아래에 ‘○’, 그 위에 ‘□’, ‘△’가 있는데 이는 천지인, 즉 ‘하늘과 땅과 만물’을 나타내는 상징기호라고 할 수 있다. ‘○’은 하늘처럼 둥글어 원(圓)이라 하고 ‘□’은 땅처럼 사방이 있어 방(方)이라 하며 ‘△’은 세 개의 뿔이 있어 각(角)이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천지인은 태생적으로 위계가 분명한데 하늘은 언제나 위에 높이 있고, 땅은 언제나 밑에 위치하며, 만물은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한다. 천지인이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는 하늘의 자손으로서 이 땅에 내려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며 살아간다. 그것을 다 채웠을 때 우리는 하늘로 돌아가 하나가 된다.”고 한다.

천지인 정신은 한글과 한자에서도 그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조 교수는 “한글은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라는 천지인 정신에서 만들어진 글자이다. 천지인 정신은 옛 조상들로부터 구전되어 온 ‘천부경’의 핵심사상이다. 한글은 ‘○□△’ 원방각(圓方角) 모양을 이용한 자음과 ‘•(하늘)’, ‘—(땅)’, ‘|(사람)’을 뜻하는 모음으로 이루어져있다. 우리는 한글이 전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에 대해 아직 많이 모른다. 한자를 이용해 관련된 연구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 막바지에 그는 “우리는 세계 인문을 이끌어갈 가장 유력한 도구를 5천년 전부터 간직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 한글이 담고 있는 한민족의 위대함, 그것은 우리의 존엄한 가치이다. 그리고 더 자세한 비밀을 풀어보기 위해 우리는 한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자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한자에 담긴 수많은 비밀을 연구해보면서 그 비밀을 파헤쳐보길 바란다.”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한편, 제 197차 국민강좌는 12월 17일 화요일 오후 5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이날 강좌에는 장지화 경주국학원장이 연사로 나서 ‘국사교과서의 단군조선 내용 변천 과정’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