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삶에 대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다가 죽으면 저 세상으로 간다.’라고 흔히 말한다. 이 세상은 어디이며 저 세상은 어디인가. ‘세상’은 사전을 보면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지구 생명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지구’이며, 지구를 둘러싼 관측 가능한 가장 큰 세상은 ‘우주(宇宙)’이다. 고대 문헌 「회남자」에는 우주를 가리켜 “사방과 위아래를 우(宇)라 하고, 예부터 오늘에 이르는 것을 주(宙)라 한다”고 하였다. 현대에 쓰는 말로 표현하면 우는 공간, 주는 시간으로 우주는 시공간 또는 시공간의 확장을 의미한다.

고병진 교사(홍익교원연합 회장)
고병진 교사(홍익교원연합 회장)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에 관한 크기와 인식은 시대에 따라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다.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하여 살아오는 동안 일어난 수많은 갈등과 전쟁의 원인도 세상에 관한 인식의 차이와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와 지구에 관한 인식의 관점을 세계관, 지구관, 우주에 관한 인식의 관점을 우주관이라 한다. 현재 인류에게 인류 평화와 지속 가능한 행복한 삶을 위해 현대 과학의 연구 성과에 근거한 보편타당한 세계관, 지구관, 우주관의 정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지구에 관한 인식부터 살펴보자. 우리는 지구의 나이, 모양과 크기, 지구의 운동 등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른 지식 정보는 일부 알고 있다.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년, 지구의 모양은 적도 쪽이 부푼 회전 타원체로 태양 주위를 초속 30km의 속도로 서에서 동으로 1년에 한 바퀴 공전을 하며, 남북극을 축으로 하루에 한 번 자전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구의 지식 정보와 지구의 변화를 일상적인 것 외에는 실감나게 느끼고 공감하지는 못한다. 우리가 평소 보고 느끼는 지구는 본래부터 생명체가 살기 좋은 곳이며, 공전과 자전도 하지 않고 고정된 채 하늘이 돌고 있다고 무의식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우주에 관한 인식은 어떠한가. 우리가 보는 세상은 실제의 세상과 다르다. 인류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하늘에서 움직이는 천체를 관측하면서 실제의 세상을 알기 위해 노력해 왔다. 고대부터의 우주에 관한 이론을 정립한 천동설이라 부르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론은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 두고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우주체계이다. 이후 17세기 초 갈릴레이의 망원경을 통한 관측 증거에 의해 세상이 크게 변하게 되는 데 이것이 코페르니쿠스가 정립한 지동설에 의한 우주 체계이다. 지동설은 우주의 중심은 태양이며 지구를 포함한 행성과 모든 천체가 태양 주위를 회전하는 우주체계이다. 천동설과 지동설의 우주 체계의 경우 우주의 크기는 변하지 않으며, 크기 또한 지금의 태양계 크기보다 작다.

21세기에 정립된 현대 우주론은 빅뱅우주론이다. 우주는 약 138억 년 전에 일어난 빅뱅으로 시간과 공간, 물질과 에너지가 생겨나면서 우주가 형성되었고, 아주 작은 우주에서 팽창하여 지금의 138억 광년 크기의 우주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우주는 점차 온도가 낮아지면서 수소, 헬륨 등의 원소가 생성되어 별과 은하가 생성되었으며, 우리 은하에서 약 46억 년 전에 태양이라는 별의 탄생과 함께 지구가 탄생하게 되었다. 빅뱅우주론은 우주의 중심은 존재하지 않으며 은하들 간에는 서로 멀어지고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는 우주체계이다.

과학철학자인 토마스 새무얼 쿤은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패러다임의 전환 또는 과학혁명을 언급하였다. “과학활동에서 새로운 개념과 이론은 객관적 관찰을 통해서 형성되기보다는 연구자 집단이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는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부르는 태양이 지구를 도는(천동설)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지동설) 혁명적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갈릴레이의 관측 증거를 통한 주장으로 1400년 동안의 잘못된 신념체계를 바로 잡게 된 것이 좋은 사례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현재 자연 과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을 넘어 모든 일상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때 사용되고 있다. 그 과정을 요약하면 세상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혁명의 과정을 거쳐 진화한다. 이 과정에는 격렬한 충돌을 동반하고 많은 이들의 눈물과 헌신이 요구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하는 데는 오랜 시간을 거쳐 일어난다.

우리는 빅뱅우주론에 근거하여 우주 즉 시공간이 확장되고 있는 4차원 세계를 기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인류의 대다수 인식과 삶의 바탕은 천동설에 근거한 지구 땅을 중심으로 땅에서 나오는 물질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세상이 바뀌었지만 과거의 패러다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의 근원은 보이는 몸과 보이지 않는 마음과 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몸은 질량을 가진 물질로 지구 땅을 벗어나기 어렵지만 마음과 의식은 땅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

진정으로 자유롭고 싶다면 지구와 우주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하자. 그리고 실재하는 지구와 우주를 느끼고 인식할 수 감각을 깨우자. 바쁜 일상이지만 유튜브 영상으로 지구와 우주 다큐 보기, 푸른 하늘 보는 시간 갖기, 밤하늘의 별 관찰하며 상상하기, 자연 명상 등으로 내 안의 하늘을 만나보자.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