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가락국과 함께 대가야 연맹의 양대 축인 다라국의 최고 지배층이 묻힌 합천 옥전 고분군과 아라가야의 함안군 말이산 고분에서 출토된 가야유물들이 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이 보물로 지정 예고한 가야유물 5점은 5~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대표적인 가야 고분인 합천 옥전, 함안 마갑총 고분에서 출토된 금귀걸이와 말갑옷, 고리자루 검 등이다.

경남 함안군 말이산 고분군 중 마갑총에서 출토된 말갑 옷과 고리자루 큰 칼. [사진=문화재청]
경남 함안군 말이산 고분군 중 마갑총에서 출토된 말갑 옷과 고리자루 큰 칼. [사진=문화재청]

1992년 건축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된 ‘함안 마갑총 출토 말갑 옷 및 고리자루 큰칼’은 5세기 아라가야에서 제작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동안 여러 가야 고분에서 발견되었으나 원형을 알기 어려웠는데, 함안 말갑 옷의 특징은 말머리를 가리는 투구와 목과 가슴을 가리는 경흉갑, 말의 몸을 가리는 신갑(身甲)은 거의 원형 그래도 보존되어 희귀성이 높다.

고리자루 큰 칼에는 철로 금속을 두드리거나 눌러서 모양을 만든 단조(鍛造)와 무늬를 새긴 상감, 철판 밑에 모형을 대고 두드려 겉으로 모양을 나오게 한 타출기법이 고루 사용되어 가야인의 철 조련기술과 공예기법, 조형감각을 엿볼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 철제 무구와 중장기병 전술이 확산되는 양상, 유물의 희소성과 완전성, 높은 수준의 철기 제작기술이 개발, 교류한 양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중요한 유물로 평가된다.

합천 옥전 고분군 전경. [사진=문화재청]
합천 옥전 고분군 전경. [사진=문화재청]

‘합천 옥전 28호분 출토 금귀걸이’ 한쌍은 1985년~1986년 출토된 것으로 ‘긴 사슬 장식 금귀걸이’ 중 가장 화려하고 보존상태가 뛰어나다. 신라나 백제에서 보기드문 가야의 독창적인 기술을 보여준 ‘긴 사슬 금 귀걸이’는 5세기 후반~6세기 일본에도 영향을 끼쳤다.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다후나야마 고분에서 출토된 6세기 금귀걸이는 옥전28호분 출토 귀걸이와 매우 흡사하다.

출토지가 확실하고, 5세기 가야의 고유형태를 지녔다는 점, 일본에 끼친 영향, 한 쌍이 온전하게 보존된 점에서 가야 금속공예의 대표작으로 의의가 크다.

(왼쪽) 합천 옥전 M4호분 출토 금귀걸이. (오른쪽) 합천 옥전 M6호분 출토 금귀걸이. [사진=문화재청]
(왼쪽) 합천 옥전 M4호분 출토 금귀걸이. (오른쪽) 합천 옥전 M6호분 출토 금귀걸이. [사진=문화재청]

‘합천 옥전 M4호분 출토 금귀걸이’는 6세기 전반 제작된 것으로, 좌‧우 한 쌍이 무덤 주인의 귀 근처에서 발견되어 실제 사용된 사실이 확인 되었다. 가늘고 둥근 주고리 아래 속이 빈 모양의 장식을 달고, 나뭇잎 장식을 달고 마지막으로 산치자 열매 모양의 입체형 장식을 달았다. 이는 가야 귀걸이 양식의 가장 대표적이고 특징적인 양식이다. 장식마다 금 알갱이를 테두리에 금선(金線) 형태를 만든 누금세공기법, 금판을 두드려 요철효과를 낸 타출기법 등 다양한 공예기법이 적용되었다. 융성했던 합천지역 가야문화를 대표하는 주요 작품으로, 가야귀걸이 중 드물게 누금세공기법, 타출기법이 모두 사용되어 예술적 가치가 높다.

또한 ‘합천 옥전 M6호분 출토 금 귀귀걸이’ 한 쌍은 1991년~1992년에 무덤 주인의 머리부근에서 발견되었다. 출토지와 발견 위치, 함께 출토된 유물이 확실해 고고학적 맥락이 뚜렷하고 현존하는 가야 산치자형 장식을 가진 금귀걸이 중 상당히 뛰어나다. 신라 금귀걸이의 중간식 형태와 가야의 산치자형 끝장식이 결합된 독특한 혼합양식이다.

합천 옥전 M3호분 출토 고리자루 큰 칼 일괄. (시계방향) 총 4점의 칼, 용봉문 자루, 손잡이에 은선을 감고 얇은 금박을 붙힌 금부 공예기법으로 제작된 칼. [사진=문화재청]
합천 옥전 M3호분 출토 고리자루 큰 칼 일괄. (시계방향) 총 4점의 칼, 용봉문 자루, 손잡이에 은선을 감고 얇은 금박을 붙힌 금부 공예기법으로 제작된 칼. [사진=문화재청]

‘합천 옥전 M3호분 출토 고리자루 큰 칼 일괄’은 1987년~1988년 발굴된 유물로, 한 무덤에서 여러 점의 칼이 일괄로 발견된 사례는 처음이다. 발견된 고리자루 큰 칼은 손잡이와 칼 몸통을 금과 은으로 화려하게 장식해 삼국의 동종유물 중 제작기술과 형태가 가장 뛰어나다.

특히 국립김해박물관에 보관된 ‘용봉문 고리자루 큰 칼’은 손잡이에 가는 은선(銀線)으로 전체를 감고, 그 위에 매우 얇은 금박을 붙인 흔적이 발견되어 주목을 받는다. 이는 현재 거의 사라진 우리나라 전통공예기법인 ‘금부(金鈇)’의 일종이다.

M3호분은 규모가 비교적 크고 도굴되지 않아 당시 최고 수장의 묘제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무덤이다. M3호분 출토 고리자루 큰 칼들은 가야 최고 지배층의 장묘문화와 한국 전통공예의 역사를 잘 나타내고, 중국과 일본 포함 동북아시아 고대사, 고고학 연구에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보물로 지정할 가치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