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지구의 자연 환경은 끊임없이 변한다. 지구 생명체는 수많은 지구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명을 유지하며 번성하기도 하고, 진화하여 새로운 종으로 거듭 나거나 멸종에 이르기도 하였다. 현재의 우리 인류는 46억년의 변화무쌍한 자연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해 온 우연의 산물이자 신경 진화를 통해 지적 능력을 갖춘 슬기로운 존재라고 자평한다.

고병진 교사(홍인교원연합회장)
고병진 교사(홍인교원연합회장)

인류는 오랜 세월 자연 환경의 변화를 탐구하였으며, 변화의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과학 문명을 토대로 지구촌시대를 열게 되었다. 과학자들의 탐구 성과를 이해하여 우리 개개인의 인식과 의식의 지평을 넓혀보고자 한다. 우리가 알고 사용하는 ‘시간의 의미’를 성찰해 보자.

과학과 기술이 발달되지 않았던 고대 사회에서부터 인류는 낮의 태양과 밤하늘의 별자리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하였다. 밤하늘을 살펴보면 모든 천체가 둥근 하늘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관측자를 중심으로 반지름이 무한대인 둥근 하늘 즉 가상의 구를 천구라 한다. 천체 관측 결과 태양과 달과 별들이 날마다 동쪽 하늘의 지평선에서 떴다가 서쪽 하늘 지평선 너머로 지는 천체의 일주운동을 볼 수 있다. 또한 별자리가 태양에 향하여 매일 조금씩 서쪽으로 이동하여 1년 후 같은 자리에 나타나는데 이것을 천구를 고정하여 놓고 보면 태양이 별자리 사이를 서에서 동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이를 태양의 연주운동이라 한다. 이때 천구상의 태양의 연주운동 경로를 황도라 부르며 천구의 적도와 23.5° 차이가 난다.

이러한 자연현상이 왜 나타나는지, 천문학자들이 오랜 기간 동안 검증했더니, 실제로는 우리가 사는 지구가 남북극을 축으로 자전하고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함을 알게 되었다. 천체의 주기 운동은 인류에게 시간과 계절을 알려주는 시계와 달력이었고 항해와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었다. 지구가 태양을 기준으로 한 번 회전한 자전 주기를 1태양일 즉 1일, 태양이 황도상의 춘분점에서 다시 춘분점까지 돌아오는 데 걸리는 공전주기를 1태양년 즉 1년이라는 시간을 정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 즉 시간과 공간, 물질과 에너지는 약 138억 년 전에 일어난 빅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대폭발(빅뱅)로 만들어진 에너지에 의해 물질의 근본이 되는 입자가 만들어지고, 팽창하는 과정에서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확장이 일어났다. 입자가 서로 결합하여 원자를 형성하면서 수많은 물질이 존재하게 되었고,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은 별과 은하를 만들며 지금의 우주의 모습으로 진화하였다. 지금도 우주의 팽창은 계속 된다. 우주는 곧 시공간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주 탄생 후 90억 년이 지난 시점 지금으로부터 약 46억 년 전 은하의 한 영역에 성간 물질이 모인 성운에서 태양계가 탄생하였다. 태양계 성운은 회전하면서 수축하여 중심에 태양과 주변부에 지구를 비롯한 행성과 위성 등 태양계를 구성하는 천체들이 형성되었다.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생명가능지대에 위치한 지구는 바다에서 생명체의 출현과 진화를 거치면서 다양한 지구 생명체가 살아가는 시공간으로 변화하였다.

지구에 출현한 인류는 하늘의 천체의 위치 변화와 이에 따른 주기적인 현상 변화를 통해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만들고 이를 삶에 활용하는 지혜를 축적해 왔다. 삶의 영역을 확장하는 가운데 구형의 지구촌 곳곳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단일하고 확정된 시공간의 체계를 갖추었고, 땅에서 얻은 물질과 에너지를 사용하여 다양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 물질의 풍요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관점, 세상의 작은 일부인 인간의 관점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 살며 ‘과거-현재-미래’라는 뇌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 그런데 이것이 인류가 살아가야 할 바람직한 삶인가?

‘아인슈타인’과 ‘카를로 로벨리’ 등 이론 물리학자들이 한 시간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주적 시간의 본질을 우리 삶과 연결하여 성찰해 볼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온 우주에 공통의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사건들이 과거-현재-미래 순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부분적으로만 순서가 있을 뿐이다. 우리 주위에는 현재가 있지만 멀리 있는 은하에서는 그것이 현재가 아니다. 현재는 세계적이 아니라 지역적이다.”

“지역적으로 시간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지에 따라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우리가 물체의 덩어리에 가까울수록, 우리가 빨리 움직일수록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우리는 시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시간이라는 개념은 인류가 살아오는 동안 형성된 것이며, 우리는 실재의 시간이 아니라 관념화된 시간의 틀에 매여 살아간다.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에 살지만 자신이 늘 살고 있는 땅을 근거로 지역과 국가 그리고 자신의 기억 속에 의지하며 ‘지금’ ‘현재’를 살아간다.

오늘날 인류에 의해 발생하는 지구 환경 문제와 인류의 미래를 위한 해결을 위해서는 인류의 의식이 지구를 넘어 우주의식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우리가 함께 만드는 조화로운 시간과 공간을 꿈꾸고 만들어 보자.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