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 최첨단 자동물시계 ‘흠경각옥루’ 581년 만에 복원되었다
장영실 최첨단 자동물시계 ‘흠경각옥루’ 581년 만에 복원되었다
  • 강나리 기자
  • heonjukk@naver.com
  • 승인 2019.09.11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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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립중앙과학과 과학유산보존과 윤용현 과장

“금으로 만든 해가 오색구름을 두른 산허리를 지나 낮에는 산 밖에 나타나고 밤에는 산 속에 들어간다. 해 밑에는 옥녀玉女 넷이 손에 금탁을 잡고 사방에 서서 인‧묘‧진시 초정에는 동쪽 옥녀가 금탁을 울리고…(중략) 매양 시간이 되면 시간을 맡은 인형이 종 치는 인형을 돌아보고, 종 치는 인형 또한 시간을 맡은 인형을 돌아보면서 종을 친다.(중략)”

(시계방향으로) 흠경각옥루 복원도,  흠경각 옥루 내부구조 복원도, 흠경각옥루 복원도, 흠경각옥루 시보대복원도.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시계방향으로) 흠경각옥루 복원도, 흠경각 옥루 내부구조 복원도, 흠경각옥루 복원도, 흠경각옥루 시보대복원도.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는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에 나타난 대호군 장영실이 만든 최첨단 자동물시계 ‘흠경각옥루’가 작동하는 법을 설명한 글이다. 청룡신, 주작신이 시간에 맞춰 나타나고 사라지며,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계절이 표현되고 ‘빙풍도’라고 1년 간 농사짓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흠경각옥루는 1438년 1월 경복궁 천추전 서쪽에 장영실이 제작한 옥루를 설치한 흠경각이 완성되었다고 기록되었다. 또한 세종은 우승지 김돈에게 건립과정과 옥루를 설명하는 ‘흠경각기’를 짓도록 했다.

체코 프라하의 천문시계탑, 스위스 베른시계탑을 뛰어넘는 조선의 최첨단 자동물시계 흠경각옥루가 581년 만에 복원되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세종대왕 때 장영실의 흠경각옥루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국립중앙과학관이 주축이 되어 581년 만에 복원한 흠경각옥루. [사진=과학기술통신부]
국립중앙과학관이 주축이 되어 581년 만에 복원한 흠경각옥루.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번 복원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자격루는 물시계부분이라도 남아 있는데 흠경각옥루의 경우는 문헌기록에만 남았다. 처음 제작한 흠경각옥루가 임진왜란 때 불타고, 광해군 때 복원했으나 이후 멸실되어 실물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 존재 자체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책임자 윤용현 박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유산보존과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문화융합콘텐츠 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3년 간 연구를 진행해 21세기 흠경각옥루를 재탄생시켰다. 국립중앙과학관이 주축이 되어 고천문학자, 고문헌학자, 복식사학자, 조경사학자, 고건축학자 등이 협력해 문헌과 천문의기, 복식, 수목, 건축 등 고증을 거쳐 원형에 충실하도록 했다.

현재 국립중앙과학관에 설치된 흠경각옥루는 높이 3m, 가로와 세로 3m40cm로 세종대왕 때와 동일 크기이다.

흠경각옥루 복원 연구책임자 윤용현 박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유산보존과장). [사진=본인 제공]
흠경각옥루 복원 연구책임자 윤용현 박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유산보존과장). [사진=본인 제공]

 

다음은 국립중앙과학관 과학유산보존과장 윤용현 박사가 전화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장영실은 흠경각옥루를 제작했을 때 북송의 천문시계 ‘수운의상대’를 참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운의상대는 높이 12m로, 맨 위에 혼천의가 있고 수차가 돌아가며 시간이 되면 인형이 나타나 시간을 알 수 있게 되어있다. 1950년대부터 복원해 북경에 있는 과학기술관(1/2크기)과 복건성 동안현에 실물크기로 복원했고, 대만과 일본에서도 재현했다.

흠경각옥루의 뛰어난 점은 수운의상대가 구조상 12m가 되어야 시계로 활용할 수 있는데 반해, 장영실은 1/4 크기의 구슬을 이용한 기계식 장치로 이를 더욱 완벽하게 구현했다. 기계적인 원리나 메카니즘으로 보면 일보 더 전진한 것이다. 중국 기술뿐 아니라 이슬람의 독특한 전통방식을 창의적으로 융합을 해서 구현한 것이다.

게다가 자연과 신, 인간, 계절 등 시간과 관련된 조형물을 담아 시각적인 요소뿐 아니라 북과 종, 요령, 징 등 다양한 청각적 요소를 가미했다. 단순한 형태에서 벗어나 시청각적인 방식으로 시간을 달리 표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위) 흠경각 옥루의 봄과 여름 풍경 (아래) 가을과 겨울 풍경.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위) 흠경각 옥루의 봄과 여름 풍경 (아래) 가을과 겨울 풍경.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흠경각옥루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기록은 문헌에 ‘상단부 가산의 높이가 7자’라고 되어있다. 한자가 지금처럼 30.3cm가 아니라 당시 사용하던 주척(20.7cm)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약 1.5m가 된다. 거기에 하단의 수차와 동력기륜 등을 통해 기계적 장치가 무리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1.5m가 되어, 합하면 총 높이 3m가 된다.

재현된 흠경각옥루의 정확도는 어떨까? 오차는 현재 시간과 비교했을 때 하루 5분 이내이며, 기술적 보완으로 1~2분 이내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증에 의하면 장영실이 처음 설치할 당시에도 시차가 하루 1분 이내로 매우 정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 박사는 “이번 재현이 100% 완벽한 복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등 문헌을 고증하고 장영실이 참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운의상대를 현지답사하고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서로 의견을 조율해 보완했다. 연구진들이 가능한 원형에 가깝게 재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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