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천문을 관찰하여 해와 달과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을 칠요(七曜)라 부르며 지구와 칠요가 차례로 일직선이 되는 해를 갑자년으로 잡았습니다. 이렇게 지구와 칠요(七曜)가 일직선이 되는 주기는 180년입니다. 1갑자는 60년이므로 칠요가 일직선이 되는 해의 시작이 상원갑자(上元甲子) 60년이 되고 그다음 중원갑자(中元甲子) 60년, 마지막으로 하원갑자(下元甲子) 60년이 됩니다.

이화영 교사
이화영 교사

동학의 창시자 수운 최제우 선생은 용담유사 몽중 문답가에서 “하원갑 지내거든 상원갑 호시절에 만고 없는 무극대도 이 세상에 날 것이니 너는 또한 연천해서 억조창생 많은 백성 태평곡 격양가를 불구에 볼 것이니 이 세상 무극대도 전지무궁 아닐런가"라고 말하면서 좋은 후천개벽세상이 온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상원갑자는 1864년 ∼ 1923년까지이고 중원갑자는 1924년 ∼ 1983년까지이고 하원갑자는 1984년 ∼ 2043년까지입니다.

1864년부터 시작되는 상원갑자 시기에 일본과 조선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을 시작으로 서양의 물질문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욕망 중심의 제국주의 길로 나가게 됩니다. 조선은 동학을 시작으로 대종교, 증산교, 원불교 등과 같은 개벽(開闢) 영성운동이 일어나게 됩니다. 해월 최시형 선생은 “선천은 물질개벽이요 후천은 인심개벽이다.”라고 했습니다. 인심개벽은 양심개벽과 같습니다.

1760년∼1820년에 영국으로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은 1차 산업혁명, 2차 산업혁명, 3차 산업혁명을 거쳐 현재 4차 산업혁명까지 이르렀습니다. 물질개벽이 시작되는 시기에 우리는 영성운동으로 양심개벽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개벽운동의 역사를 살펴보면 서로 다른 단체의 개벽운동의 지도자들이 계주경기처럼 이어지는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최제우 선생은 1860년에 동학을 창시하고 상원갑자가 시작되는 1864년에 사망을 합니다. 이어서 해월 최시형선생이 동학 2대 교주로 1894년에 동학농민운동을 이끌었으나 실패합니다. 동학농민운동이 성공해서 왕조가 바뀌었다면 동학혁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패했기에 동학농민운동이라고 합니다.

최시형 선생이 1898년에 사망하고 최시형 선생 뒤를 이어 증산 강일순 선생이 1901년부터 1909년까지 9년 동안 ‘천지공사’로 불리는 개벽운동을 하고 1909년에 사망합니다. 그런데 바로 1909년에 홍암 나철 선생이 대종교를 중광하여 개벽운동을 이어갑니다. 나철 선생이 1916년에 사망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1916년에 소태산 박중빈 선생이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표어로 원불교를 창시하면서 개벽운동을 이어 갑니다. 일제의 탄압으로 중원갑자가 시작되는 1924년부터 계룡산 신도안으로 개벽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을 하여 6.25동란에는 피난처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어서 신도안은 개벽 종교촌을 이루게 됩니다.

국운이 쇠퇴하여 나라가 망해가는 시기에 개벽운동이 시작되었고 대일항쟁기와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는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도 개벽운동의 불씨를 지켜왔습니다. 묘하게도 하원갑자가 시작되는 1984년에 삼군본부 이전으로 60년 중원갑자 동안 신도안에 자리잡고 있던 개벽 종교촌이 사라지면서 개벽의 에너지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바로 1984년에 소설 ‘단’이 출간되면서 전국에서 단학 열풍이 불게 되고 단학 열풍과 더불어 제2차 개벽운동인 국학운동이 시작되면서 60년 동안 불씨만 지켜왔던 개벽의 에너지가 세상에 퍼지게 됩니다.

최제우 선생의 예언에 따라 상원갑자에 후천개벽세상이 열린다면 아마도 2044년 상원갑자라고 생각됩니다. 2015년부터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고 과학자들은 2040년경에는 모든 면에서 인간과 동등한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의 출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물질개벽은 2043년이면 완성이 되고 2044년부터는 양심개벽이 시작되리라 봅니다. 그러면 양심개벽을 주도할 나라는 어디가 되겠습니까? 우리는 1860년부터 약 160년 동안 양심개벽을 준비해온 나라로 전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양심개벽운동의 시작인 동학운동은 실패했지만 2016년 촛불혁명은 성공했습니다. 2016년 모진 추위에도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의 가슴에서 타오르는 양심의 불꽃이 정권을 바꾸었습니다. 1984년에 시작된 하원갑자의 반환점 30년이 지나고 후반부가 시작되는 시기가 2014년입니다. 물질개벽 시기가 끝나가고 양심개벽시간이 다가오는 교체기로 들어서는 2014년 이후부터는 영성과 양심의 에너지가 강해지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2016년의 촛불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양심개벽시기까지는 25년이 더 남았습니다. 25년 동안 영성과 양심을 밝히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것을 강인공지능이라고 합니다. 강인공지능시대를 맞이하려면 인간의 영성과 양심이 회복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금과 같은 영성과 양심수준으로 강인공지능시대를 맞이하게 되면 어린아이가 날카로운 장검을 휘두르는 것과 같아서 인류는 불행해지거나 종말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약 160년 동안 개벽을 준비해온 우리 민족이 양심개벽으로 인류의 양심문명을 여는 선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