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고향

‘몽골의 어머니’

어머니는 모든 가축의 주인이시다.
무척이나, 무척이나 생각이 난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몽골의 시)

어제 게르에서 만난 여자들은 모두 크고 활달하였다. 그중 30대 여인은 상체는 보통이나 하체는 엄청나게 발달하여 금방이라도 치마가 터질 듯한 볼륨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와 서양여성과는 또 다른 압도적인 육감에 화가로서 꼭 한번 누드를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은행가이고 여장부인 30대 중반의 게르 주인에게는 얼굴을 그려준다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게르가 새어 침대를 옮기고, 바타는 정전으로 낮에 못 채운 휘발유를 넣으러 머나먼 주유소로 떠나고, 우왕좌왕 하다가 약속을 못 지켰다. 다음 날 게르를 떠나 두 시간 정도 달려가는 도중에 여주인이 바타에게 ‘그림을 안 그려주고 왜 그냥 떠나는가?’라는 항의성 전화를 한다. 되돌아 갈 수도 없고, 그러게 매력이 있다고 함부로 약속하면 안 된다. 주책이지.

고비의 모래바람. [사진= 바타 씨 제공]
고비의 모래바람. [사진= 바타 씨 제공]

이틀 동안을 달리고 달려 겨우 알타이 산맥의 끝자락을 유턴하였다. 유턴하기 위하여 들어선 산맥의 한 가운데는 차가 겨우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오솔길이 펼쳐진다. 태고의 침묵에 잠긴 알타이의 속살을 헤치며 통과하니 다시 초원이 나오고 이번에는 전과는 달리 알타이 산맥의 반대쪽이 함께 달린다. ‘ㄱ’님의 추산으로는 이틀 동안 고비를 달려 유턴한 산맥의 길이는 약 2,300km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인천에서, 고성, 강릉, 포항, 울산, 부산, 남해안을 거쳐 목포,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거리와 비슷하단다. 알타이 산맥의 총 길이가 2,000km이니 고비로 잠겨드는 부분을 왕복으로 달린 것이다.

고비사막에서는 금이 가장 싸다고 할 정도로 광물자원이 풍부하여 석탄 · 철광석 · 주석 · 구리 · 아연 · 몰리브덴 · 인회암 · 텅스텐 · 금 · 형석 · 준보석들이 어마어마하게 매장되어 있다. 그러나 몽골에서 가장 중요한 천연자원은 목초지이다. 그 목초지 위에서 온갖 생명이 살아가고 또 사라져 가고 있다. 그 드넓은 목초지가 9월 하순부터는 아무것도 없이 흙이 드러나는 불모지로 변한다. 혹독한 겨울을 나고 봄이 오면 강력한 바람을 타고 모래가 마치 폭풍의 산맥처럼 지상을 휩쓸고 가벼운 모래층은 상층권의 제트기류를 타고 우리나라까지 이동하여 소위 황사현상이 된다.

이때는 단 1m 앞도 보이지 않아 차를 운행하지 못하고 사람들은 급히 대피해야 한다. 사막 한 가운데에서 모래 폭풍을 만나면 멀과 뎀에를 둥글게 앉히고 사람은 모포를 뒤집어쓰고 그 안으로 대피하여 목숨을 부지한다. 바람의 고향이다.

요사이 한국에는 몽골 관광객이 ‘큰 손’이 되고 있다. 마치 바람처럼 불어온 몽골 관광객은 연평균 약 17% 증가하며 2018년에는 역대 최다로 11만4천여 명에 이르렀다. 일인당 지출액은 다른 국적 관광객 가운데 가장 많은 평균 246만원으로 2위의 중국인은 224만원, 3위의 중동인은 211만원이다. 특히 357만 원 이상의 고액소비자 비율이 가장 높아 몽골 관광객 상당수가 부유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몽골에 없는 제품을 사려고 또는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공장도 별로 없는 몽골이지만 무한한 지하자원과 광물을 캐나다 등 부유한 나라에 백년, 이백년의 채굴권을 넘긴 수조 원의 돈으로 나라경제의 축이 지탱되고 있다.

부유한 친척이 있는데도 가난하게 사는 일가가 있다면 그 부유한 친척은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 몽골의 문화이므로 그런 대로 돈이 돌고 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