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3일은 단기 4340년 개천절(開天節)이다. 매년 이 개천절에는 역사에 관심이 있건 없건 반만년 유구한 우리 역사를 기억 한다. 이날은 교정 안에 있는 학생들이나 교문을 떠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교실에서 배운 것을 축하하는 날이다. 교정을 떠난 지 오랜 사람들에게는 배운 역사를 다 잊어버려도 이날을 통하여 유구한 우리 역사를 다시 기억하고 몸으로 체험하는 날이기도 하다. 개천절은 세계사상 흔하지 않은 국경일이다.

대부분의 나라는 건국기념일이지만 우리는 건국기념일이 아니라 이 나라 역사가 시작된 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 조선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기념일도 모두 이 개천절에 포함해서 생각될 수 있다. 

개천절은 우리 역사의 시작을 기념하는 날,
왕조는 달라도 뿌리는 하나로 인식하고

 이것은 우리 역사의식에 시대에 따라 왕조는 달라지지만 그 역사의 뿌리는 모두 고조선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천절은 잊혀지기 쉬운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는데도 큰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은 기쁘게 맞이하는 개천절이지만 이 날이 제정되기까지는 아픈 우리 역사가 있었다.      

 개천절이라는 이 말은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곧 우리 역사의 시작을 의미하는 날이라 볼 수 있다. 이 역사적 사실은 고려시대에 편찬된 삼국유사, 그리고 조선시대에 편찬된 동국통감에 나타나는 고조선의 역사적 사실과 그 건국년도를 기준으로 하여 4340년을 정한 것이고, 우리 민족의 상달이라는 10월의 한 날을 택하여 정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을 통하여 1909년 당시 대한제국의 진정한 독립을 주장하던 대종교에서 정하게 되었다. 이때 제정된 개천절은 1919년 대한민국의 건국을 선포하였지만 본토에 정부를 수립할 처지가 못 되었던 탓에 서러운 타국 땅 중국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세우고 난 후에야 계승되었다. 그 후 1945년 대일 승전 후에 국경일로 공식 제정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글쓴이는 이 개천절의 과학적인 증명, 4340년 역사, 10월 3일이 건국기념일인가 하는 부분은 차치해두고 그 앞에 몇 가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기울어가는 국운 찾고자 민족지도자들 대동단결 위해 1909년 개천절 제정
 
 이 개천절이 제정된 것은 1909년 일이다. 이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경술국치라는 한일합방 1년 전 일이다. 이때는 대한제국의 국운이 회복되기 힘들 정도로 기울어진 상태였을 것이다. 어떻게든 기울어가는 국운을 되찾고자 노력하였던 민족지도자들의 근심은 하루하루 더해 갔을 것이다. 어쩌면 내일 당장 그들의 제국(대한)이 무너져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민중들에게 우리 역사의 유구함을 알리고, 이를 중심으로 대동단결하여 외세의 침입을 물리치고자 함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들의 노력은 36년 동안 풍찬노숙(風餐露宿)의 피어린 대일항쟁 기간에서도 단 한 번 어김없이 지켜지고 이어져 왔던 것이다. 외세침략에 맞서는 정신적인 기둥역할을 한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간혹 개천절의 의미를 폄하하는 일들도 있다. 그 이유는 역사적인 사실을 들어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하나하나 숫자로 셀 수 있듯이 증명하기 어려운 것이 고대의 역사이다. 그렇다고 없는 것을 있다고 할 정도의 무지한 우리 선조도 아니다. 그 무렵에 어딘가 있었던 일들을 아름아름 기억하여 오늘날에 전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선조의 노력을 이해하면서 개천절의 의미를 새겼으면 한다.

 혹자는 21세기는 민족의 시대는 아니라고 한다. 글쓴이는 그들의 진의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속한 집단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모두 스스로 모여 단결하고 노력하면 빠른 시간 안에 우리가 세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우리가 속한 집단을 결속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근거로써 개천절을 통한 우리의 공통성을 찾는 길이 아닌가 한다. 또한 개천에 선포한 홍익재세의 높은 철학은 21세기에 있어서도 인류가 염원하는 평화와 생명존중사상을 담은 세계적인 철학이다. 개천절, 이것은 과거완료가 아니고 현재진형이며, 미래형이다.         

복기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