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여성가족부에서 시행하는 ‘몽쉘(夢Share)’이라는 해외자원봉사를 다녀왔다. 어렸을 때부터 해외봉사를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좋은 기회 같아 지원했다가 살면서 한 번쯤은 가볼까 말까한 몽골에 다녀오게 되었다.

몽쉘은 ‘夢share’라는 뜻으로 꿈을 나눈다는 의미이다. 이번 봉사활동에서는 우리의 꿈을 아이들에게 나누는 교육봉사와 게르 장판 교체, 게르 짓기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했다. 교육봉사활동은 ▲보건 ▲미술 ▲음악 등 세 팀으로 나뉘어 아이들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활동이었고, 각 분야별로 사전에 교육을 받았다.
 

몽골의 아이들에게 꿈을 나누어주었던 봉사활동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사진=권새영]
몽골의 아이들에게 꿈을 나누어주었던 봉사활동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사진=권새영]

몽골로 떠나기 전 날인 7월 20일, 몽골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교육봉사 때 해야 할 것들을 연습했다. 이후 저녁을 먹은 뒤 공동 짐을 배분하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저녁 9시에 인천공항에 모여 4~5시간을 기다려서 비행기를 탔다. 3시간 정도를 타고 울란바토르 공항에 현지 시간으로 새벽 5시쯤 도착했고, 우리와 동행하며 통역을 도와줄 한나 선생님을 만났다. 그리고 울란바토르에서 버스로 약 6시간 거리에 있던 ‘다르항’이라는 곳으로 갔다. 긴 시간 이동 탓에 졸려서 바깥 풍경을 많이 보진 못했는데 가끔 깰 때마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워 비몽사몽한 상태로 사진을 찍었다.

6시간을 달려 도착한 우리의 숙소는 다르항 내에 위치한 작은 호텔이었다. 분위기가 낯설었지만 너무나 지쳐서 숙소와 낯을 가릴 여유도 없었다.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한식당에 들려 점심식사를 하고 마트에 가서 음식을 샀다. 봉사활동에 필요한 게르 장판도 구매한 후 봉사활동을 진행할 학교로 향했다. 그곳에서 우리를 도와줄 현지 학생 ‘영리더(young leader)’들을 만나고 교육봉사 때 만날 아이들에게 알려줄 것을 연습했다. 나는 음악 팀이어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춤을 영리더들에게 알려줬다. 우리 팀 영리더는 나랑 동갑인 17살 여자아이 ‘어유카’와 초등학생 남자아이 ‘넘트’였다. 영리더들이 열심히 해줘서 고마웠고 덕분에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연습을 끝내고 저녁을 먹고 숙소로 다시 돌아와 점검 시간을 가졌다.

첫날은 쉬지도 못한 채 계속 이동하는 과정 속에서 지치고 피곤하고 짜증나는 감정이 올라왔다. 졸리고 기운이 없었는데 매번 이동하고 연습하는 순간들이 솔직히 많이 버거웠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도 그 순간의 감정에 빠져 상황을 회피하려 했다. 팀원들에게, 그리고 우리를 인솔하셨던 선생님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다들 열심히 하는데 나는 속으로 불평만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원래 처음이 제일 어려운 법이고, 그 처음을 오늘 이렇게 어렵게 시작한 거니까 어렵지만 열심히 오늘 하루를 살았던 나를 칭찬해주었다. 내일부터는 기운내서 더 밝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참여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우리를 도와주신 기사님과 선생님들께 모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보다 몇 배는 더 수고해주신 분들은 더 힘드실 텐데도 우리를 먼저 챙겨주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며 몽골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22일, 다르항에서의 2일차이다. 아침식사가 정말 좋았다. 전날에 힘들어서 그런지 빵에 초콜릿 잼을 발라먹기만 했는데도 맛있었고 힘이 났다. 아침식사 후 다르항 지역 내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봉사를 진행했다. 연습도 많이 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실수도 하고 몸도 조금 좋지 않아 힘들었는데, 계속 진행하다 보니 아이들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기운이 많이 났다.
 

헝허르에 있는 인보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 [사진=권새영]
헝허르에 있는 인보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 [사진=권새영]

점심식사를 마치고 교육봉사를 하던 장소 인근에 있는 게르 내부의 장판을 교체하러 갔다. 다들 열심히 참여했다. 나도 열심히 하려 했지만, 내가 무언가를 하기 전에 누군가 그 일을 하고 있어 ‘나는 뭘 해야 하지?’ 라며 방황했다. 그래도 아무 일이나 계속 하다 보니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 내게 일을 주기만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먼저 나의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봉사는 더욱 그래야 하며 누군가를 돕는 일엔 내 자신이 제일 열정적이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내일은 더 적극적으로 나의 할 일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날 저녁에는 정말 맛있는 치킨과 피자를 먹었다. 행복한 고생을 한 내게 주는 선물이었다.

다르항에서의 마지막 날, 오전에는 아이들과 노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과 ‘무궁화 꽃 피었습니다’ 놀이를 했는데 아이들이 순수하게 노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나는 평소에 이렇게 움직이면서 노는 것을 좋아하진 않았는데 순수한 아이들 덕분에 함께 놀면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활동이 끝난 뒤에 이별을 하고 다르항에서 우리를 도와주었던 영리더들과도 마지막 인사를 했다. 더 많이 친해지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오후에는 게르를 지어야 해서 점심을 든든히 먹고 게르가 들어설 장소로 이동했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춥고 힘들었다. 근데 설상가상으로 게르를 지을 때 필요한 물품 하나가 빠져 그것을 가져오는데 1~2시간 정도 걸렸다. 날씨가 추운 탓에 버스에서 기다리는 동안 컨디션이 나빠졌다. 다들 힘든 기색 없이 열심히 참여하니까 참아보려 했다. 그러나 정말 지쳐서 머릿속에는 언제 끝날까 하는 생각만 맴돌았다. 활동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8시 정도에 끝났는데 활동이 끝나는 순간엔 정말 눈물이 나올 뻔 했다. 4시간가량 비를 맞으며 게르를 짓고, 추위를 견뎌낸 나 자신이 대견했다. 숙소에 돌아와 씻고 흙탕물에 다 젖은 신발을 빨면서 고생한 내 신발에게도 수고했다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이튿날 우리는 다르항에서 ‘헝허르’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날 일정은 이동하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조금 늦게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울란바토르까지 가는 기차를 올라탔다. 4시간 동안 이동하는데 첫날 이동했던 그 6시간이 떠올랐다. 그때 봤던 풍경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 초원이 펼쳐져 있고 양과 소들이 보이고 아름다운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며, 그 사이에 무지개가 보였다. 한국에 가서는 이런 풍경들을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몽골에서는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초원이 펼쳐져 있고 양과 소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풍경을 보지 못하기에 더 신기했다. [사진=권새영]
몽골에서는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초원이 펼쳐져 있고 양과 소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풍경을 보지 못하기에 더 신기했다. [사진=권새영]

행복한 기차 여행을 하고 울란바토르에 도착해 마트에서 저녁을 먹고 헝허르에서는 저녁 때마다 우리가 직접 식사를 해결하기로 해서 식재료를 샀다. 이후 헝허르에 있는 ‘인보아동센터’로 이동했다. 인보아동센터에선 수녀님과 교육봉사를 도와줄 여자 영리더 ‘아노징’과 ‘루비’, 그리고 남자 영리더 ‘버러’와 ‘암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리더 네명은 모두 나이는 스물이었다. 반가운 동시에 친해질 수 있을 지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마니또를 뽑았는데 나는 암카를 뽑았다. 아무도 모르게 암카를 도와줄 방법을 고민해보면서 새로운 곳에서의 일정을 시작했다.

인보아동센터에서의 첫날,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음악 팀을 도와줄 영리더 아노징과 교육봉사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 후 아이들을 맞이했다. 생각보다 어린 아이들이 많았다. 교육봉사를 진행하며 아이들이 많이 즐거워해주고 잘 따라줘서 고마웠다. ‘창과 방패’ 게임, ‘칭기즈칸’ 춤, 그리고 트와이스의 ‘cheer up’, 펜타곤의 ‘빛나리’ 등 K-Pop 춤을 준비했다. 점심식사 후에는 쉬는 시간을 가졌는데 밖에 풍경이 아름다워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정말 그림 같았다. 여태까지 정신없이 봉사활동만 하다가 이렇게 여유를 가지니까 몽골에 있다는 것이 가장 실감났다.

오후에는 아동센터에 있는 아이들이 사는 게르 장판을 교체했다. 이미 경험을 해봐서 그런지 생각보다 쉬웠고, 빨리 끝낸 것 같아 뿌듯했다. 항상 뒤에서 뭘 해야 할까 고민만 하고 몸을 움직이지는 못했는데 이번엔 내가 먼저 나서서 해보았다.

주도하는 사람은 항상 분위기를 이끌고, 따라가는 사람은 항상 그 분위기를 따라간다. 마치 리더와 팔로워가 정해져 있다는 듯이. 그러나 리더가 없다면 남아있는 팔로워들이 주도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이날의 나처럼. 따라가는 사람에서 주도하는 역할이 되는 경험. 이를 통해 누구에게나 리더의 자질이 있고, 그 자질은 만들어낸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발견한 것뿐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오전 교육 봉사를 마치고 한나 선생님께서 요리해주신 점심을 먹은 뒤 게르 장판 교체를 하러 갔다. 장판 교체도 쉽게 끝내고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헝허르에서는 우리가 직접 저녁을 해 먹기로 했다. 3개의 조로 나누어 돌아가면서 식사를 준비했다. 이날은 우리 조가 식사 담당이었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재밌는 몽골어 수업을 받고 별을 보러 밖에 다 같이 나갔다. 사진으로 다 담기지 않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그래서 그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던 것일까?

인보아동센터에서의 셋째 날, 이날은 내가 ‘몽짱’이었다. 몽짱은 하루 동안 팀의 리더가 되어 팀원들을 챙기고 뒷일을 하는 역할이다. 몽골에 와서 내가 팀원들에게 도움 된 것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 오늘만큼은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평소 기상 시간보다 2시간 빨리 일어나 정리를 하고 아침에 해야 하는 몽짱 역할을 열심히 하려 노력했다. 교육봉사를 할 때도 이번이 몽골에서의 마지막 교육봉사일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열정적으로 했다. 점심을 먹고 게르를 지으러 갔는데 또 비가 왔지만 이번에는 재밌었다.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하니까 더 빨리 끝났던 것 같다. 저녁엔 맛있는 삼겹살을 먹고 내일 소풍 갈 준비를 한 뒤 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날은 몽짱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아 매우 뿌듯했다.

인보아동센터에서의 마지막 날은 다함께 소풍 가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아이들이 미리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예뻤다. 한 사람 당 아이 두 명과 함께 다녔는데 나는 여자아이들과 함께했다. 두 명 모두 나처럼 수줍음이 많아 보였다. 한 시간 반 동안 아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주변에 보이는 풍경들이 아름다웠고,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아이들과 조금 친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것이 아이들과의 마지막 활동인 게 너무 아쉬웠다. 추억을 만들 마지막 시간이기에 더 많이 웃었다. 아이들과 아쉬운 이별을 맞이하고 아동센터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함께한 팀원들이 모두 모여 봉사를 하며 느꼈던 것을 얘기하고 서로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롤링페이퍼에다가 작성했다. 이러한 시간을 보내면서 함께한 이들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고, 이러한 순간들이 내 생에 다시는 오지 못할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이 아쉽다가도 감사했다.

9일차는 관광하는 날이었다. 이날은 말을 탔다! 아침에 일어나서 짐 정리를 하고 버스를 타고 말 타는 곳에 도착했다. 말을 탈 생각에 매우 설레고 기뻤다. 말을 타면서 주변에 보이는 풍경들이 감동적이었다. 말이 중간에 변을 보는데 그게 묻을까봐 조마조마 한 것 빼고는 정말 재밌었다. 마지막에는 빠르게 달렸는데 쾌감이 느껴졌다.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다.
 

말을 타면서 주변에 보이는 풍경들이 감동적이었다. 빠르게 달릴 때는 쾌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진=권새영]
말을 타면서 주변에 보이는 풍경들이 감동적이었다. 빠르게 달릴 때는 쾌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진=권새영]

이후 점심을 먹고 칭기즈칸 동상을 봤다가 게스트하우스로 왔다. 시설이 정말 좋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다르항에서의 호텔, 헝허르에 있는 인보아동센터 모두 차가운 물만 나왔기 때문에 항상 샤워하면서 몸이 얼어버릴 것 같았는데 여기는 따뜻한 물이 나왔다. 춥지도 않고 침대까지 있어 정말 행복했다. 역시 사람은 없어봐야 감사한 마음이 든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씻고 난 후, 내 마니또 암카에게 영어로 편지도 쓰고 영리더들, 우리 팀원들과 다 같이 수다를 떨었다. 중간에 아노징에게 팔찌를 받았는데 나를 마니또로 뽑은 친구가 아노징을 통해 준 선물이었다. 마니또에게 고마웠다. 누굴까 생각하면서 즐거운 고민을 하며 잠들었던 행복한 날이었다.

마지막 날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와 마트에서 먹을 것을 사고 한식당에 들려서 점심을 먹고 백화점에서 기념품을 샀다. 쇼핑을 다 하고 공항으로 가서 마니또를 공개했다. 내 마니또는 상상도 못한 사람이어서 한참 웃었고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미소가 지어진다. 

마니또 공개가 끝나고 지난 10일간 함께했던 이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한나 선생님, 그리고 영리더들과 정이 많이 들어서 헤어지는 게 아쉬웠지만 결국 미루고 미루던 작별인사를 했다. 행복한 추억을 남겨준 몽골과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습기가 먼저 반겨주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순간까지 이 행복한 여정의 끝을 어디로 두어야 할까 고민했다. 이 감사한 순간을 잡고 싶어서 될 수 있으면 미루고 싶었다. 나에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 ‘몽쉘’ 여정을 함께한 팀원들, 선생님들, 수녀님들, 버스 기사님들, 영리더분들, 아이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